5개 부문·18개 항목 세분화
100대 상장사 중 카카오 1위
37곳 금융사 중 하나카드 톱
2024년 대한민국 합계출산율 0.75명.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45년 후 인구는 약 3500만명으로 줄어들고, 경제활동인구(15~64세)는 현재의 절반인 1500만명 수준으로 감소하게 된다. 소멸의 위기 앞에 반등의 실마리는 없을까. 그 가능성을 찾아보고자 시작된 '아시아 양성평등지수'가 10회를 맞았다. 양성평등지수는 그간 국내 주요 기업들의 양성평등 실현과 일·가정양립 노력 정도를 평가해 모범 사례를 소개하고 실천을 촉구하는 역할을 해왔다.
올해 양성평등지수는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평가 방식을 고도화했다. 5개 부문·18개 항목으로 세분화하고 1만2000건이 넘는 데이터를 기반으로 삼았다. 특히 2024년도 사업보고서부터 공시가 의무화된 육아휴직·유연근무 사용 현황을 주요 평가 항목에 반영했다. 여기에 지난달 말 기준 각종 경영공시, 지속가능경영보고서(ESG보고서), 보도자료, 설문조사 등 다양한 출처로 확보한 자료를 더해 신뢰성을 높였다.
조사는 지주사·공기업을 제외한 국내 매출 상위 100대 상장사(100대기업)와 37개 금융사를 대상으로 진행했다. 그 결과 100대기업 가운데에서는 카카오가 1위에 올랐다. 가족친화제도 활성화와 여성 인재 육성 노력 등이 높은 평가를 받았다. 금융권에서는 하나카드가 전 부문에서 고른 점수를 받아 1위를 차지했다. 반면 대한유화, 키움증권, 한국투자증권은 최하위에 머물렀다.
양성평등이 저출생 문제의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은 여러 연구와 사례로 입증됐다. 아시아경제는 지난해 'K인구전략' 기획 보도를 통해 이를 집중 조명한 바 있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외 주요 지표들은 부족함을 지적한다. 지난 11일 세계경제포럼(WEF)이 발표한 '2025년 성 격차 지수(The Global Gender Gap Index 2025)'에서 한국은 조사 대상 146개국 중 101위에 그쳤다. 전년 대비 7계단 하락한 수치다. 특히 '경제 참여 및 기회' 부문 순위는 114위로 유리천장이 여전히 견고하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그래도 변화의 조짐은 엿보인다. 올해 양성평등지수 조사에서는 여러 긍정적인 흐름이 포착됐다. 여성 이사 선임 비율이 소폭 증가했고,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한 기업도 늘었다. 일부 기업에선 아빠 육아휴직 사용률이 70%를 넘었고, 공정한 채용 과정을 통해 여성 인력 고용도 증가했다.
양성평등지수는 단순한 통계의 집합이 아니다. 우리 사회와 기업이 어떤 선택을 하고 있는지를 숫자로 보여주는 일종의 공공 지표다. 각 수치는 관련 제도와 인식이 얼마나 성숙했는지를 비추는 거울이자, 기업과 정부에 나아가야 할 정책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이다. 양성평등지수가 10년째 이어진 이유도 여기에 있다. 순위 경쟁을 위함이 아니라 변화를 이끄는 실천의 힘을 믿어서다. 양성평등은 사회의 지속 가능성을 위한 기본 조건이자 인구절벽을 해소할 최소한의 마중물이다. 숫자 뒤 숨은 의미를 직시하고, 이를 바꾸기 위한 노력이 이어질 때 비로소 지속 가능한 대한민국의 길이 열릴 것이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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