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기 '착오' 2·3번기는 그대로 따라가
공군 오폭사고 때와 판박이…기강 해이 논란도
미국 알래스카에서 훈련 중에 발생한 공군 KF-16 파손사고의 원인이 이번에도 조종사의 '착오' 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 3월 공군 KF-16 오폭사고, 4월 KA-1 외부 무장 비상 투하 사고에 이어 이번 사고까지 인재에 의한 것임이 드러나면서 군 기강 해이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군은 12일 오후 브리핑을 열고 "사고조사를 위해 현지에 급파된 공군 사고조사팀은 미 공군 조사팀과 함께 임무 조종사·관제사 진술 및 사고기 상태 등을 확인해 사고 경위를 세부적으로 조사 중"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공군에 따르면 래드플래그 알래스카 훈련에 참여 중인 KF-16 전투기 3대가 전날 오전 9시 2분(한국시간)경 공중 전술 훈련을 위해 미 아일슨 기지에서 이륙하기로 계획돼 있었다.
현재까지 조사에 의하면 3기로 이뤄진 KF-16 편조는 모두 활주로(Runway)가 아닌 유도로(Taxiway)로 잘못 진입했다. 유도로는 주기장에 있는 항공기가 이륙을 위해 활주로로 이동할 때 이용하는 도로다.
공군 관계자는 "(편조장인) 1번기가 유도로로 진입한 것은 결론적으로 얘기하면 조종사의 착오 때문이었다"면서 "미 아일슨 기지의 활주로·유도로 폭은 국내 군 공항의 2~3배 수준인데 이런 부분이 영향을 줬을 가능성도 있지만, 자세한 부분은 조사 중"이라고 전했다.
2·3번기 역시 1번기를 따라 유도로로 진입했다. 2·3번기 조종사들 역시 1번기와 마찬가지로 시뮬레이터 등으로 미 아일슨 기지에 대한 교육을 받았지만, 1번기가 착오로 유도로에 진입하자 의심 없이 따라 진입하게 된 것이다.
이는 앞서 지난 3월 발생한 공군 KF-16 오폭 사고에서도 나타난 문제였다. 당시에도 1번기가 오입력된 좌표에서 MK-82 폭탄을 잘못 투하했는데, 2번기 역시 1번기를 따라 폭탄을 투하한 바 있다. 공군 관계자는 "(2·3번기가 1번기를) 맹목적으로 따라간 데 대해 답답하고 가슴 아프게 생각한다"고 전했다.
1번기(단좌)가 유도로 상에서 이륙하자 미 공군 관제탑은 이륙 활주 중이던 2번기(복좌)에 이륙 취소(Cancel Take-off)를 지시했으나, 2번기(복좌)는 정지거리가 부족해 항공기를 제대로 정지시키지 못했다. 3번기(단좌)는 사고를 인지하고 주기장으로 되돌아갔다. 다만 1번기가 유도로에서 이륙하기 까지 미 공군 관제탑이 이를 제대로 관리 하지 못한것이 아니냔 질문에 공군 관계자는 "이 부분에 대해선 조사를 진행 중"이라고 전했다.
2번기 조종사들은 이륙 중지(Abort)에 나섰지만, 유도로가 짧았던 탓에 전투기를 정지시키지 못했다. 이들은 이륙 중지를 시도할 때까지만 해도 활주로상이라고 착각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후 전투기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항공기는 파손됐고, 조종사 2명은 비상탈출에 나섰다.
공군은 사고 원인이 항공기의 기계적 결함이 아닌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레드플래그 훈련에 계속 참여하기로 했다. 또 KF-16 기종의 비행을 오는 13일부로 재개할 계획이다. 단, 사고기 인원 4명은 훈련에서 제외된다. 공군은 "연이은 사고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 다시 한번 진심으로 사과를 드린다"면서 "공군은 통렬한 반성과 실효성 있는 후속 조치를 통해 유사 사고가 다시는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유제훈 기자 kalamal@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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