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기준금리 내렸지만 은행 대출금리 상승
집값상승 기대감에 가계대출 늘자 대출금리 올려 대응
신정부 확장재정으로 시장금리 상승 영향도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했지만 은행들은 오히려 대출금리를 인상해 차주(대출자)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있다. 집값 상승 분위기로 인해 급증하는 가계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으로 분석된다. 여기에 신정부의 확장재정 정책 영향으로 은행 대출금리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상승한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한은 기준금리 내렸지만 은행 대출금리는 오히려 상승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들은 이달 초부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금리를 줄줄이 인상했다. KB국민은행은 이달 들어 주요 비대면 주담대 상품 금리를 전월 대비 0.2%포인트 이상 인상했고 우리은행도 주담대 금리를 0.15%가량 올렸다. 케이뱅크도 지난 2일 아파트담보대출 가산금리를 0.29%포인트 인상했고, SC제일은행은 오는 18일부터 주담대 금리를 올릴 예정이다. 다른 주요 은행도 이달 들어 변동형 주담대 금리가 지난달에 비해 소폭 상승하는 추세다.
한은이 지난달 29일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음에도 시중은행이 대출금리를 올린 것은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시장금리가 상승한 데다,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이 상승하자 가계대출 수요가 몰리면서 은행이 자체적인 대출 관리에 나섰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달 은행 등 금융권 가계대출은 전월 대비 6조원가량 뛰었다. 지난해 9월 이후 8개월 만에 최대 상승폭이다. 연초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 해제와 함께 주택 거래가 늘어난 데다 7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 강화를 앞두고 선수요까지 겹쳤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서울을 중심으로 집값 상승 분위기가 뚜렷해지며 대출 오픈런까지 나타날 정도로 수요가 몰리고 있는 상황이다.
금융당국은 투기수요 등으로 부동산시장에 과도한 자금이 유입돼 과잉 대출이 발생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은행에 자체적인 관리 강화를 주문했다. 권대영 금융위 사무처장은 지난 11일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최근 금리 인하 기조, 주택시장 호조 등 가계부채의 증가세 확대 요인이 상존하고 있어 엄중한 경각심과 일관된 리스크 관리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당국이 은행 자체적인 가계대출 관리를 주문하고 있어 은행들이 대출금리 인상을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은행이 예·적금 금리는 내리면서 대출금리는 올리는 이자 장사 행태에 대한 비판은 나온다.
신정부 확장재정으로 시장금리 상승 영향도
시장금리 상승 역시 은행 대출금리 인상의 근거다. 은행 대출금리는 은행채와 코픽스(COFIX) 등 시장금리를 반영한 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출된다. 은행채 금리는 보통 국고채의 영향을 받는데 최근 국고채 금리가 상승하면서 은행채 금리 역시 상승 추세가 뚜렷하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달 초만 하더라도 2.25% 수준이었는데 12일 기준 2.43%까지 상승했다. 이재명 정부가 2차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등 확장 재정에 나서면서 대규모 국채 발행 가능성이 커지자 국고채금리 상승 추세가 뚜렷해졌다. 김기명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신정부 출범 후 확장적 재정 정책이 예상되면서 국채 장기물을 중심으로 금리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며 "2차 추경이 35조원 이상의 슈퍼 추경으로 확대되고 해당 금액만큼 적자국채 발행이 우려되면서 국고 3년 금리가 2.4%대로 상승했다"고 설명했다.
시장금리 상승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한은의 기준금리 인하도 한계가 있는 데다 정부의 경기부양책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투자은행(IB) 역시 우리나라의 국고채금리 상승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노무라증권은 "정부의 확장적 재정정책과 덜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국고채 금리 상승 압력을 높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룸버그는 "새 정부의 재정지출 확대에 따른 정부부채 증가 우려로 채권 시장에 압박이 가중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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