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이민 당국의 불법 이민자 단속으로 히스패닉 소비자들이 숨어들면서 코카콜라 등 주요 기업들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불법 이민자를 대대적으로 추방하면서 합법 체류 신분을 가진 사람들까지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의 검문을 두려워하게 됐다. 정기적인 쇼핑과 외식을 포기하게 된 것이다.
코카콜라 북미 매출은 1분기 3% 감소했는데, 회사 경영진은 히스패닉계 쇼핑객 감소가 일부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코카콜라가 불법 체류 노동자들을 추방해달라고 ICE에 요청했다는 내용의 영상이 유포되며 큰 타격을 받았다. 코카콜라는 "명백한 거짓"이라고 반박했지만 불매 운동이 이어졌다.
코카콜라만이 아니다. 소비재 업체 콜게이트-팜올리브, 주류업체 콘스텔레이션 브랜즈, 외식 체인 윙스탑과 엘 폴로 로코 등은 최근 몇 달간 투자자들에게 히스패닉계 지출이 줄며 매출이 줄고 있다고 말했다.
12개 주에서 라틴계 소비자 타깃 소매 체인 슈 팰리스를 운영하는 JD 스포츠의 레지스 슐츠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트래픽이 많이 감소했다"며 "(이민 정책의) 영향을 확실히 볼 수 있다"고 했다.
콘스텔레이션의 소매업체 대상 맥주 판매량은 지난 분기 1% 감소했는데, 이는 2013년 이후 처음이다. 콘스텔레이션의 최근 조사에 따르면 히스패닉 소비자의 약 75%가 식당에 가는 빈도가 줄었다고 답했다. 빌 뉴랜즈 콘스텔레이션 CEO는 최근 투자자 콘퍼런스에서 "전반적으로 소비자들이 다소 경계심을 갖고 있다"며 "히스패닉 소비자라면 더욱 그렇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칸타르에 따르면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구매한 히스패닉 쇼핑객의 비중은 2024년 4분기 62%에서 올해 1분기 53%로 줄었다. 올해 1분기 월그린 매장을 방문한 히스패닉계 쇼핑객은 전년 동기 대비 10.5%포인트 감소했다 같은 기간 홈디포는 8.7%포인트, 달러 제너럴은 6.1%포인트씩 줄었다.
코카콜라에 따르면 미국 히스패닉계 소비자들은 연간 2조1000억달러의 구매력을 갖고 있다. 히스패닉 인구는 5명 중 1명이며, Z세대 소비자 4명 중 1명을 차지한다.
이는 히스패닉계가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나, 이들이 즐겨 찾는 매장이 ICE의 주요 단속 타깃이 된 영향이다.
텍사스주 휴스턴 북동쪽에 위치한 플럼 그로브는 라틴계 주민이 주로 거주하는 지역이다. 지역 주민과 소매업체들은 이민 단속으로 인해 광범위한 공포가 확산하고 있다며, 부모들이 계란이나 우유 등 생필품을 살 때 미국에서 태어난 자녀들을 보내기도 한다고 WSJ에 전했다. 편의점주들은 ICE 요원들이 주차장에 자주 나타나 고객들이 겁을 먹는다고 말했다.
심지어 미국 시민권이 있는 히스패닉들도 이민 단속을 우려하고 있다. 플로리다주 자동차 대리점에서 일하는 마누엘 마찬트는 미국 시민권을 취득했지만 가능하면 밤에 외출하지 않고, 아내와 고급 레스토랑에 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여권과 시민권 서류 사본을 항상 소지하고 다닌다고 WSJ에 말했다.
WSJ는 "두려움과 불확실성이 쇼핑 행태 변화를 주도하고 있다"며 "미국 전역, 특히 히스패닉 인구가 많은 남부 주에서 소비재 회사, 식음료 제조 업체, 레스토랑, 소매업체가 타격을 입고 있다"고 했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