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기업들, 서방 기업 부재 속 승승장구
美 등 외국기업 '재인수' 조항 무력화 촉구
푸틴, 기업들 안심시켜…러 의회선 관련법 발의
전쟁통에 맥도날드의 빈자리를 차지한 '러시아판 맥도날드'처럼 서방 기업의 부재 속에서 승승장구한 러시아 기업들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외국 기업의 귀환을 막아달라고 요청했다고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가 11일(현지시간) 전했다.
러시아 햄버거 체인 '브쿠스노 이 토치카'의 올렉 파로예프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말 텔레비전으로 생중계된 '크렘린궁 회의'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브랜드(맥도날드)가 돌아오면 (우리 회사의) 정보·기술(IT) 시스템과 주방 장비가 모두 외국산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 동료들과 러시아 파트너들의 방대한 노력이 결국 어느 정도는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푸틴 대통령은 파로예프 CEO를 비롯해 비슷한 우려를 제기한 다른 경영인들에게 정부에 '재인수(buyback)' 조항을 무효화할 해결책을 찾으라고 이미 지시했다며 이들을 안심시켰다. 푸틴 대통령은 '빚을 갚는 건 겁쟁이뿐'이라는 농담을 들며 "이번에도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실제로 러시아 의회는 회의 직전 전쟁 이후 체결된 서방 기업과 체결한 재인수 계약 중 사전 합의된 가격이 현재 자산 가치보다 낮을 경우 해당 계약을 무시할 수 있도록 하는 법안을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브쿠스노 이 토치카는 러시아 내 맥도날드 가맹점주였던 알렉산드로 고보르가 설립했다. 이 브랜드는 맥도날드 매장 15곳을 인수해 2022년 6월 12일 러시아 국경일에 맞춰 재개장했다. 푸틴 대통령이 제안한 대로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메뉴인 '빅맥'을 빼닮은 '빅 히트'도 판매 중이며 하루 200명이 이용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024년 연 매출은 1870억 루블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전인 2021년(750억 루블) 대비 2.5배로 뛰었다.
이처럼 미국을 비롯한 서방 기업이 러시아를 떠나면서 남기고 간 경제적 유산은 그대로 러시아 기업들이 물려받았다. 켈로그의 스낵 부문과 하인즈의 유아식 부문을 인수한 식품업체 체르노골로프카는 2024년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9% 증가했다. 이 밖에도 300개 이상의 IT 기업들이 서방 기업의 러시아 복귀에 대비한 자국 기업 보호조치를 정부에 촉구하는 공개서한을 보냈다고 FT는 전했다.
이를 두고 FT는 "이런 '가짜(Fake)' 브랜드들은 경쟁이 줄어든 시장 환경에서 소비자 증가라는 혜택을 누려왔고, 지금은 그 구조가 유지되길 바란다"고 꼬집었다.
차민영 기자 bloom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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