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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2배' 임금 떼 먹기 쉬운 나라 韓…"지금은 퇴사 후에나 신고, 바뀌려면"[임금체불추적기]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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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22배·미국의 7배인 韓 임금체불액
임금체불 문제 가볍게 보는 분위기 바꾸고
악덕 사업주 처벌 강화 필요
임금채권 우선변제할 수 있는 제도 보완 있어야

편집자주지난해 처음으로 2조원을 돌파한 임금체불액이 올해 4월 기준 8000억원에 육박해 사상최대치 경신을 앞두고 있다. 경기악화로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다고 해도 노동인구가 2배인 일본의 20배를 넘는 임금체불액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 대한민국이 어쩌다 임금체불이 많아지고 쉬워진 나라가 됐는지 원인을 추적해봤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조직 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거나 민폐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고 말한다. 신고를 꺼려 결국 퇴사 이후에나 임금체불을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는 조직 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거나 민폐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기 쉽다고 말한다. 신고를 꺼려 결국 퇴사 이후에나 임금체불을 신고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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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은 일본의 22배, 미국의 7배에 달하는 한국의 임금체불액수를 '문제'로 인식하는데서 개선의 실마리를 찾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사업주 처벌에 관대한 사회적 분위기, 피해자가 구제를 받기 어려운 현실을 개선하려면 ▲임금체불 처벌 강화 ▲임금채권 우선변제권 보장 ▲조직문화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국 임금체불액, 美 7배·日 22배…"처벌 강화, 위화효과 필요"
'일본의 22배' 임금 떼 먹기 쉬운 나라 韓…"지금은 퇴사 후에나 신고, 바뀌려면"[임금체불추적기]⑤ 원본보기 아이콘

29일 미국 노동부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제활동인구는 한국(2939만명)의 5배가 넘는 1억6826만명이다. 하지만 임금체불액은 2024년 회계연도(2023년10월~2024년9월) 기준 2억267만달러(약 2773억원)로 한국의 지난해 임금체불액 2조448억원과 비교해 7분의 1 수준이다. 경제활동인구가 한국의 2배가 넘는 일본(6957만명)도 지난해 임금체불액이 98억엔(약 933억원)으로 한국의 22분의 1에 그쳤다.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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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엽 한국노동연구원 부연구위원은 "한국이 다른나라들에 비해 유난히 임금체불액이 높은 것은 일종의 사회문화적인 배경이 작용한 것"이라며 "지급여력이 있음에도 지급을 미루려는 악덕 사업주가 굉장히 많다. 노동의 대가는 당연히 돈으로 지급해야 하는 계약에 해당하지만, 고의적으로 임금체불을 하는 악덕 사업주 중에는 '내가 돈을 베푸는 것'이란 일종의 시혜의식을 갖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임금체불을 가볍게 보는 사회적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서라도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며 "고의적, 상습적으로 임금을 체불하는 악덕 사업주를 일벌백계해 임금체불을 억제하는 위화효과(형사처분에 대한 두려움을 통해 범죄를 억제하는 것)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금채권, 실질적으로 우선변제 가능해져야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 사진=박현주 기자

김성희 L-ESG평가연구원장. 사진=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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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도산하더라도 임금채권이 우선 변제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보장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한국의 임금체불문제는 경기부진만 탓할 수 없는 수준"이라며 "실질적으로 임금채권이 다른 채무들보다 우선변제될 수 있도록 제도적인 장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근로기준법 제38조제1항에는 "임금, 재해보상금, 그밖에 근로관계로 인한 채권은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해 질권·저당권 또는 동산·채권 등의 담보에 관한 법률에 따라 조세·공과금 및 다른 채권에 우선하여 변제되어야 한다"고 나와있다. 임금채권의 우선변제권을 담고 있긴 하지만 사용자의 총재산에 대한 정의나 구체적으로 어떻게 임금채권이 우선변제될 것인지 구체적인 조항이 나와있지 않다. 또 우선변제가 제대로 안된다 해도 어떻게 처벌할 것인지를 정해놓지 않아 선언적인 조항에 그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김 교수는 "유럽연합(EU), 미국 등은 임금채권 우선변제 조항이 작동할 수 있도록 세세하게 명시하고 있지만, 한국은 해당 조항이 선언적 문구로만 존재해 실제 구조조정 과정에서 노동자가 구제받기 어렵다"며 "한국에서는 채권단이 주로 금융권을 중심으로 구성돼 채권 회수를 최우선 목표로 삼고 있다보니 임금채권이 더 밀리기 쉬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이어 "기업 대신 국가가 먼저 체불된 임금을 지급해주는 대지급금 제도가 있어도, 이는 한정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노동자가 체불임금을 전부 받을 순 없다. 당장 생계에 도움이 되는 수준의 지원에 그치는 경우가 많다"며 "임금채권이 우선변제될 수 있으려면 보다 세밀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피해 신고자가 오히려 배척당하는 조직문화 바꿔야
하은성 노무사. 사진=박현주 기자

하은성 노무사. 사진=박현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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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금체불 피해를 입은 노동자가 신고할 경우 사내에서 배척받는 조직 문화도 달려져야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은성 샛별 노무사사무소 노무사는 "재직 중인 노동자들은 임금을 못 받고도 문제를 제기하면 해고될 수 있다는 위협을 마주하게 되고, 조직 내에서도 따돌림을 당하거나 민폐를 끼친다는 비난을 받기 쉬워 신고를 꺼린다. 결국 퇴사 이후에나 임금체불을 신고할 수밖에 없다"며 "시장이 좁은 집단에서는 전 직장에서 체불신고를 했던 이력이 드러나면 재취업에도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피해 노동자들이 더 위축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조직문화가 변하지 않으면 법적, 제도적 장치를 아무리 세세하게 만든다해도 노동자들이 권리를 행사하기 어렵다"며 "임금지급을 미루는 사업주는 편하게 지내는데, 피해자만 전전긍긍하는 지금의 상황을 개선하려면 임금체불 자체를 매우 수치스럽게 여기는 기업문화가 자리잡아야 하고 고의적인 임금체불이 반복되는 사업장에 강한 패널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일본의 22배' 임금 떼 먹기 쉬운 나라 韓…"지금은 퇴사 후에나 신고, 바뀌려면"[임금체불추적기]⑤ 원본보기 아이콘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박현주 기자 phj03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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