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값, 13년 만에 최고 수준 기록
경기 회복 기대감에 상대적 강세
투자 열기 속 상승 여력은 제한적
은 가격이 급등세를 보이며 13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금과 은의 거래 단위인 31.10g을 뜻하는 트로이온스(troy ounce)당 은 시세는 현재 35달러에서 36달러 선을 오간다. 2012년 2월 28일 잠깐 37달러를 넘어선 뒤 13년여 만에 가장 높다.
반면에 금값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후 횡보하고 있다. 지난 4월 22일 장중 최대 트로이온스당 3,539달러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가를 기록했지만, 지금은 당시보다 100달러 이상 떨어진 수준이다. 덕분에 금값을 은값으로 나눈 수치라고 할 수 있는 금·은 가격 비율(GSR, Gold to Silver Ratio)은 하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해방의 날(Liberation Day) 관세를 발표했던 4월 2일 당시 100배를 웃돌았던 비율이 지금은 94배 정도로 낮아졌다. 금 1온스를 사기 위해서는 은이 94온스가 필요하다는 뜻이고 그동안 은의 가치 상승이 금값 상승보다 가팔랐다는 의미다. 그만큼 은에 대한 투자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금과 은은 비슷한 점이 많다. 채굴할 수 있는 양이 제한적이며, 시간이 지나도 부식되지 않는데, 보관이나 이동은 쉽다. 오랫동안 많은 지역에서 화폐 역할을 해 온 이유다. 역사적으로 보면 금과 은 가격 비율은 오랫동안 보통 12~16배 사이에서 움직였다고 한다.
미국이 건국 초기에 복본위제도(dual standard)를 채택하면서 정한 금과 은의 가격 비율도 15대1이었다. 재미있게도 이 비율은 지구에 있는 금과 은의 매장량 비율과 비슷하다. 하지만 20세기 들어서는 달라졌다. 금본위제가 자리를 잡으면서 은의 가치가 많이 떨어져 1944년 금과 달러의 교환 비율을 1트로이온스당 35달러로 고정한 '브레턴우즈 체제'가 시작된 이후 27년간 평균 금·은 가격 비율은 33배였다. 그러다 1971년 금 태환 정지로 브레턴우즈 체제가 무너진 뒤에는 가격 비율은 60배 수준으로 더욱 높아졌고 지난 10년간의 평균 비율은 78배에 달했다. 정리하자면 지금의 비율이 역사적 평균치를 웃도는 것은 사실이지만, 계속 그 비율이 높아져 왔다는 점도 사실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은의 가격 등락은 정확한 예측이 어렵다. 기본적으로 은 시장은 유동성이 크지 않은 시장이다. 누군가 조금만 많이 사도 가격이 크게 뛴다. 은이 가진 가장 큰 매력은 금과 비교해 훨씬 값이 싸다는 점이다. 투자에 부담이 덜하다. 금값 상승 이후에 흔히 은값이 급등하는 배경이다.
산업적 측면에서 보면 은은 금과 달리 산업용 수요가 많다는 특징도 있다. 공급되는 은의 약 절반 정도는 산업용이라고 한다. 경기 변동에 은 가격이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는 의미다. 그래서 쓰임새가 다른 금과 은 가격의 상대적 강도는 경기에 대한 심리적 지표로도 활용된다. 안전자산 선호도와 경기 회복 기대감에 따라 가격이 엇갈리기 때문이다.
경기가 침체하면 금값은 오름세를 보이지만, 은은 경기 위축에 따른 산업 수요 둔화 우려로 금값과 따로 움직이면서 낙폭이 커진다. 반대로 금이 저평가되고 은이 고평가되면서 금·은 가격 비율이 내려가는 국면은 경기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안전자산 선호도보다 상대적으로 높다는 점을 의미한다.
아마 가장 중요한 사실은 언제나 그렇지만 평소 관심이 없던 사람들까지 투자에 나서기 시작한다면 그 이슈는 이미 정점을 찍었다는 뜻이라는 점일 것이다. 지난 5년을 기준으로 보면 금값이 79% 올랐고 은도 이미 81% 상승했다고 한다. 지금의 세계 경기 상황까지 생각하면 상승 여력이 남아있다고는 해도 은 시세가 더 뛰어 2011년처럼 트로이온스당 50달러 수준으로 오를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아 보인다.
김상철 경제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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