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큼 다가온 양자컴퓨터 시대
이 대통령 임기 내 본격화 예상
韓 과학 및 산업, 경제 발전 기여 방안 찾아야
11일 열린 아시아미래기업포럼은 양자컴퓨터에 대한 기대와 관심을 가진 각계각층의 참석자들로 붐볐다. 참석자들은 연사들의 인사이트를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가려는 모습이 역력했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이게 되겠어?'라는 양자에 대한 냉소적 분위기는 이제 찾아보기 어려웠다.
기억을 되돌려 보자. 이종호 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퇴임식에서 가장 걱정한 분야는 인공지능(AI)이 아니었다. 양자였다. 유상임 과기정통부 장관도 첫 연구 현장 방문지인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에서 양자 분야 연구 상황을 점검했다. 유 장관은 "양자가 중요하고 관심이 있다"고 했다. 과학자인 두 전·현직 장관이 양자를 걱정하고 점검한 것은 분명 이유가 있다. 그만큼 중요한 기술이고 우리가 뒤져서는 안 된다는 암묵적인 경고다.
지난 정부에서도 AI 반도체·양자·첨단바이오를 '3대 게임체인저 기술'로 주목해 육성하겠다고 했지만, 양자 분야는 여전히 목이 마른다. 정부의 연구개발 투자를 심사하는 예비타당성 조사가 면제됐지만 양자 분야 예산을 확보하는 것은 여전히 어렵다. 현장에서는 오히려 예타 면제로 심사가 더 까다로워졌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AI처럼 양자 분야도 주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들과 각국의 경쟁 속에 급속한 발전이 이뤄지고 있다. 미국·중국은 물론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도 우리 양자 생태계는 빈 구멍이 커 보인다. 그럼에도 AI와 비교하면 양자가 여전히 한국에 기회가 있다는 주장은 눈여겨볼 만하다. 아시아미래기업포럼 기조 강연을 한 백한희 IBM 디렉터는 미국과 일본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AI에 비해 양자 분야가 한국에 유리한 조건이 많다고 했다. 반도체 산업을 육성해온 축적된 경험을 통해 하드웨어만이 아닌 전반적인 양자 생태계 구성에 한국의 기여가 가능하다는 진단이다.
과학계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AI 투자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우려한다. 양자 분야에 대한 지원 의지를 서둘러 선언해야 한다는 요구다. AI와 양자가 함께 맞물려 발전해 갈 것이고 미래 산업과 기술개발에 새로운 돌파구를 열어줄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AI와 양자는 미래 첨단 기술로 상호 보완의 관계에 있다. 두 분야 모두 한국이 약한 기초과학 분야를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반대로 AI와 양자 분야에 대한 투자 없이는 미래 한국의 기술력 우위를 유지하기도 힘들다.
양자는 2020년대가 끝나기 전에 본격적인 활용이 예상된다. 이는 이재명 대통령의 임기와도 일치한다. 이 대통령은 AI는 물론 양자를 앞세워 한국 과학과 산업발전에 기여한 대통령이 될 기회를 잡아야 한다. 백종민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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