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윤주 신임 외교부 1차관(55·외시 29회)은 12일 "외교는 국가의 생존뿐만 아니라 민생에 직결된 문제"라며 "과거의 관성과 답습의 유혹을 이겨내고 상황을 주도하는 유연한 외교적 옵션을 강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독단과 하향적 지시보다는 집단지성을 통해 논리적으로 탄탄한 정책이 성안돼야 한다"고 당부했다.
박 차관은 이날 오전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취임식을 갖고 직원들을 향해 "(외교부 내) 의사결정과정에서 대화와 토론이라는 민주적 요소를 강화해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어 "우리 조직(외교부)이 대한민국이라는 위대한 민주공화국에 헌신하는 작은 민주공화국처럼 작동하기를 소망한다"고 덧붙였다.
박 차관은 외교부의 조직문화 및 '바람직한 외교관상'을 환기하며 "토론에 있어 상급자나 동료의 눈치를 살펴 동조하거나 너무 예의를 차리지 않았으면 좋겠다"면서 "회의 때 의견을 내지 않는다는 것은 겸손한 사람이기보다는 자신의 일에 수고하지 않는 사람, 지적으로 게으른 사람"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외교부 동료 한 분 한 분이 '사람 대 사람'으로 당당함을 유지하고 자신의 의견을 적극 개진하길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외무고시 29회 출신인 박 차관은 전임자인 김홍균 전 차관(외시 18기)보다 11기수 후배다. 현재 외교부 실장(1급) 직원들보다도 대부분 후배 기수여서 이번 인사가 '파격적'이란 반응이 나왔다. 박 차관은 이를 의식한 듯 "비슷한 경제 규모의 다른 나라들에 비해 외교 인력이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 역량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화합과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전문분야, 직급, 학력, 출신 등 관계없이 서로를 존중해야 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그러면서 "외교 현장에서는 세련된 언어 구사력도 중요하지만, 늘 경청하며 작은 약속이라도 지키려는 겸손한 절차가 더 큰 자산"이라며 "권위적이고 특권적인 모습은 외교를 어렵게 할 뿐만 아니라 우리 안에서 통합을 저해하고 소모적인 분열을 야기한다"고 우려했다.
박 차관은 또 "저에게는 '원래'라는 말이 별로다"며 "아무 생각 없이 전례에 안주하겠다는 타성을 상기시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배우고 생각한 외교는 외교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비판적이면서도 겸손한 자세로 과거로부터 벗어나 현실 타개 방안을 만들어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손선희 기자 shees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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