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디포 앞서 일용직 구인·구직…대개 불법이민
홈디포 급습해 불법이민자 단속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강경한 불법 이민 단속 정책을 시행하는 가운데 홈디포가 주요 단속 지역으로 떠올랐다. 이에 홈디포 앞 일용직 노동자들이 급감했다고 11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대개 불법 이민자인 일용직 노동자들이 불시 단속에 겁을 먹은 것이다. 뉴저지 북부 한 홈디포 매장 인근에는 몇 달 전보다 훨씬 적은 수의 사람들이 나와 있었고, 휴스턴 인근 홈디포 매장 세 곳에선 노동자들이 아예 보이지 않았다.
미 이민세관단속국(ICE)은 지난 6일 홈디포 매장이 입점한 로스앤젤레스(LA) 웨스트레이크 스트립몰을 급습했는데, 이 지역은 라틴계 거주 지역이다. LA 중앙아메리카자원센터에 따르면 이날 단속으로 약 8명이 구금된 것으로 추산된다. 당국은 7, 8일 다른 홈디포 매장을 포함해 해당 지역에서 여러 차례 단속을 실시했다.
홈디포는 오랫동안 공식적으로 매장 인근 구인·구직 행위 금지 정책을 시행해왔다. 홈디포 측은 WSJ에 자사 매장 주변에서 당국의 단속이 진행되고 있다는 통보를 받지 않았으며, 이민 당국과 어떠한 형태의 협력도 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 직원들의 안전을 위해 당국과의 접촉을 피하도록 당부했다고 덧붙였다.
앞서 지난달 트럼프 행정부의 이민 정책 설계자인 스티븐 밀러 백악관 부비서실장은 홈디포 주차장과 세븐일레븐 매장 단속 등을 포함해 불법 이민자 추방 속도를 높여달라고 주문했다.
지난 4월엔 세관국경보호국(CBP) 요원들이 캘리포니아주 포모나 홈디포 밖에서 9명 이상의 일용직 노동자를 구금했고, 5월 샌디에이고 연방 판사는 단속의 합법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며 당시 체포된 과테말라인 3명의 신속 추방을 중단하는 임시 금지 명령을 내렸다. 현재 이들은 정식 추방 절차를 밟고 있다.
WSJ는 트럼프 행정부의 강경한 추방 조치가 홈디포에서 수십년간 이어져 온 공생 관계를 위협하고 있다고 짚었다. 코로나19 이후 홈디포는 매출 부진을 겪고 있다. 전문 건설 업체는 홈디포의 오랜 주요 고객이며, 홈디포는 최근 몇 년 동안 이들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해왔다. 홈디포 주변 구직자들은 이들 건설 업체에 노동력을 제공해왔다.
이에 일부 반이민 단체들은 홈디포가 불법 이민 노동자들의 조력자라고 비판해왔다. 반면 친이민 단체들은 홈디포가 불법 이민 노동자들의 근로 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더 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한편 LA에서 트럼프 행정부의 불법 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이날까지 엿새째 이어지는 가운데 주요 시위 지역 내 야간 통행금지령을 내리며 충돌이 진정 국면에 접어들었다. 그러나 캘리포니아주 등 각지에서 불법 이민자 체포를 확대하며 LA뿐 아니라 미국 전역으로 시위가 번지고 있다. 전날 시애틀과 샌프란시스코, 덴버, 오스틴, 뉴욕, 시카고, 필라델피아 등지에서 시위가 열렸다.
오수연 기자 syo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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