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첫 북·미회담 같은 관계 진전 원해"
관건은 북한의 응답
하노이 노딜 트라우마·북러 관계가 변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출범한 지 4개월여 만에 북·미 대화 재개를 시도한 정황이 처음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북·미정상회담 당시와 같은 관계 진전을 원한다는 의사를 내비치며, 멈춰선 북·미 관계에 다시 불을 지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결국 북·미 대화의 재점화 여부는 북한의 응답과 미·러 등 주변국 환경, 트럼프 대통령의 '톱다운 외교'가 과거의 한계를 넘어설 수 있을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11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대통령은 김정은과의 서신 교환에 여전히 수용적(receptive)"이라며 "그는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다시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레빗 대변인은 이어 "특정한 서신교환에 대해서는 트럼프 대통령이 답하도록 남겨 두겠다"고 덧붙였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보내는 친서 수령을 북한이 거부했다는 일부 매체 보도에 대한 질문 과정에서 나왔다. 이는 보도를 부인하지 않는 동시에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 관계 진전에 열려 있다는 입장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앞서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NK뉴스는 이날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북·미 대화채널 복구를 원하는 트럼프 대통령이 김 위원장에게 보내는 친서를 뉴욕에서 활동하는 북한 외교관들에게 전달하려 했지만, 이들이 수령을 거부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려 한 것은 집권 1기 당시 북·미 정상회담을 통해 진행됐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것이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로이터통신은 "2019년 하노이에서 열린 제2차 북·미정상회담에서 영변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 해제를 받아내려 했으나 결국 트럼프 대통령이 더 많은 것을 요구함에 따라 '노딜'로 끝난 것이 김 위원장에게는 여전히 '트라우마'로 남아 있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라고 풀이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시절 김 위원장과 세 차례 정상회담을 하고 '새로운 북·미 관계 수립,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완전한 비핵화 노력' 등을 담은 2018년 싱가포르 합의를 끌어냈다. 이후 양측은 여러 차례 친서를 주고받으며 개인적 유대감을 과시했고, 2019년 6월 판문점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잠시 북측으로 발을 들여놓기도 했다.
북한과의 대화 재개의 불씨는 여전히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북한을 '뉴클리어 파워(nuclear power)'라 칭하며 북한의 핵 보유 현실을 사실상 인정하는 듯한 태도를 보였다. 이는 '완전한 북한 비핵화' 목표를 공식적으로 유지하되 대화 문턱을 낮추겠다는 의도로 읽힌다. 이와 맞물려 남북 대화 복원을 공약한 이재명 대통령의 등장도 북·미, 남북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는 요소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과 이재명 대통령 모두 김정은 위원장과의 협상이 과거보다 훨씬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한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크게 증강했을 뿐 아니라, 러시아와의 군사 협력 강화로 대미 협상 의지가 약화됐을 가능성이 있어서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 '사실상의 동맹국'인 북한의 대미 접근을 달가워하지 않을 수 있다는 점도 변수다.
안드레이 란코브 국민대 교수는 NK뉴스에 "지금 김정은은 2018년이나 2019년에 비해 트럼프를 그다지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서도 "북한은 여전히 협상에 관심이 있지만, 이번에 원하는 거래는 미국 입장에서 2019년 하노이보다 훨씬 매력적이지 않은 조건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트럼프가 인내심을 갖고 북한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고 조언했다.
미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 역시 "김정은의 핵무기 보유는 재개된 회담에 난관을 초래할 것"이라며 "워싱턴이 과거 핵무기 포기를 최우선 과제로 삼았던 것이 더는 실현 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미국은 핵전쟁 위험을 줄이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argus@asiae.co.kr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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