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연 "췌장암 치료·표적 약물 전달 플랫폼 개발"

췌장암 치료 효과를 획기적으로 높일 나노 바디 기반의 정밀 치료기술 및 고효율 표적 약물 전달 플랫폼이 국내에서 개발됐다.

한국생명공학연구원은 바이오나노연구센터 정주연 박사 연구팀이 '메소텔린(Mesothelin, MSLN)' 단백질을 표적 삼아 췌장암 치료 효과를 높일 방법을 개발했다고 12일 밝혔다.

췌장암은 글로벌 사망률 상위권을 차지하는 암 중 하나다. 조기진단이 어렵고, 5년 생존율이 10% 미만에 불과해 대표적인 난치성 암으로 분류된다. 그나마 현재 사용되는 항암제는 정상세포까지 공격해 부작용이 크고, 효과가 제한적인 한계를 보인다.

이와 달리 연구팀이 개발한 나노 항체 기반의 정밀 항암제는 암세포만을 표적으로 공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치료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연구팀은 췌장암 세포에서 유독 다량 발견되는 메소텔린 단백질에 주목해 연구를 진행했다. 메소텔린은 정상세포에는 거의 없지만 췌장암 세포에서는 다량 관찰되며, 암세포의 성장과 전이에도 관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착안해 연구팀은 낙타, 라마 등 동물의 항체에서 유래한 '나노 바디'라는 작은 크기의 항체를 이용해 메소텔린에만 달라붙는 물질을 개발했다.

개발 과정에서는 'D3 나노 바디' 물질의 성능이 가장 뛰어나다는 것도 확인했다. D3 나노 바디는 크기가 작아 암세포 깊숙이 침투할 수 있고, 메소텔린과도 강하게 결합해 암세포의 이동상과 침투력을 차단하는 동시에 암이 다른 곳으로 번지게 만드는 유전자의 활동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이를 토대로 연구팀은 D3 나노 바디에 젬시타빈(Gemcitabine)이라는 화학 항암제를 탑재한 특수 지질 나노입자(LNP)를 더해 'D3-LNP-GEM'이라는 차세대 항암제를 개발했다. D3-LNP-GEM은 암세포만 정밀하게 겨냥해 약물을 싣고 가는 일종의 유도 미사일 탑재형 '스마트 약물 운반차' 역할을 한다.

연구팀이 치료제를 췌장암을 앓고 있는 생쥐에 투여한 결과 암세포 성장은 80% 이상 억제됐고, 정상 조직에는 거의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기존에 쓰였던 항암제보다 강력한 효과와 안전성을 보인 것이다.

정주연 박사는 "이번 연구는 나노 바디 기술과 약물 전달 플랫폼의 융합으로 난치성 고형암의 새로운 치료 전략을 제시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췌장암은 물론 다양한 암종에서 환자별 맞춤형 치료가 가능하도록 후속 연구와 임상적 적용에 속도를 내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연구는 과기정통부 개인 기초연구사업, 생명연 주요 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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