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고정이하여신(부실대출) 큰 폭 증가
부동산업·도소매업·서비스업 등 내수관련 업종이 주도
신속한 추경 집행 등으로 경기 살려야

경기침체 한파가 강남 상권에도 불어 닥쳤다. 강남을 대표하는 핫플레이스 중 하나로 꼽히는 신사동 가로수길 상점이 텅텅 비어 흉물로 변했다. 작년 4분기 기준으로 공실률이 무려 41.2%다. 강진형 기자
경기 불황이 지속되면서 주요 은행의 부실대출(고정이하여신)이 2년 사이에 큰 폭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업과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 내수 산업의 부실대출이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 원인으로 파악된다. 내수 부진이 장기화하고 있어 신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 집행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부동산업·도소매업·서비스업 등 내수업종이 부실대출 증가 주도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은행의 지난 1분기 총여신에서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0.40%로 2023년 1분기 0.23%에서 2년 새 0.17%포인트 급등했다. 신한은행은 지난 2년 사이에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0.28%에서 0.34%로 늘었고, 하나은행은 0.21%에서 0.29%, 우리은행은 0.19%에서 0.32%로, NH농협은행은 0.30%에서 0.56%로 상승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기관이 빌려준 돈 중에서 건전성이 낮아 회수 가능성이 낮다고 판단되는 부실대출을 의미한다. 지난 2년 동안 은행에서 돈을 빌려간 뒤 갚지 못하는 사람과 기업이 크게 늘었다는 의미다.
부실대출을 산업별로 구분해보니 내수 침체와 관련이 깊은 부동산과 도소매업, 서비스업 등에서 부실이 많이 증가했다. 대출 규모가 가장 큰 국민은행 기준으로 2023년 1분기 전체 산업의 부실대출은 5685억원이었는데 올해 1분기 1조2608억원으로 121.7% 증가했다.
올해 1분기 국민은행에서 부실대출 규모가 가장 큰 산업은 부동산업으로 4592억원에 달했다. 부동산업은 2023년 1분기까지만 해도 부실대출이 717억원에 불과했지만 불과 2년 사이에 규모가 540% 급증했다. 2년 전에는 제조업 부실대출 규모가 2097억원으로 1위였는데 순위가 크게 뒤집혔다. 제조업 부실대출은 2년 사이에 오히려 줄어서 올해 1분기 1976억원을 기록했다. 건설업 부실대출 규모도 2년 사이에 623억원에서 980억원으로 늘었다.
부동산업과 건설업 부실대출 규모가 급증한 것은 경기 불황과 내수 침체가 이어지면서 부동산 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됐기 때문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우리나라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2%로 역성장했는데 건설투자가 성장률을 0.4%포인트 끌어내렸을 정도로 관련 업황이 극심하게 부진했다. 민간소비 역시 1분기 GDP 성장률을 0.1%포인트 끌어내리면서 내수 침체가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줬다.
부동산과 건설 쪽 부실대출이 급증하면서 은행들은 관련 대출을 아예 줄이고 있다. 한은에 따르면 1분기 말 국내 예금 취급 기관의 부동산업 대출금은 470조9780억원으로 전 분기 말 대비 2조5000억원 줄었다. 부동산업 대출이 감소한 것은 2013년 1분기 이후 12년 만에 처음이다. 한은 관계자는 "지방 산업용 부동산 수요 부진과 금융 당국의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구조조정 영향으로 부실채권 매각 및 상각이 진행되면서 대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부동산에 이어 가장 크게 부실대출이 증가한 산업은 서비스업과 도소매업 등 내수 소비와 관련된 업종이었다. 서비스업 부실대출의 경우 국민은행 기준으로 2023년 1분기 1045억원에서 올해 1분기 2549억원으로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도소매업은 883억원에서 2206억원으로 늘었다. 규모의 차이만 있을 뿐 다른 대형 은행도 상황은 비슷했다. 내수 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면서 관련 산업의 부실대출이 증가한 것으로 풀이된다.
신속한 추경 집행 등으로 내수 경기 살려야
전문가들은 극심한 내수 침체를 극복하고 경기를 살리기 위해서 정부의 신속한 추경 집행과 건설경기 활성화 대책 등이 꼭 필요하다고 본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건설업 장기 불황이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에 이 문제를 반드시 해결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최근 경제성장률의 역성장과 고용시장의 불안을 주도하고 있는 건설 경기의 과도한 침체를 막지 않고서는 의미 있는 경기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며 "부동산 시장 버블을 자극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부의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확대 등 공급 주도의 건설 경기 활성화 노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추경 역시 자영업 경기 개선 등 내수 침체 극복에 꼭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한은은 이날 추경과 관련해 국회에 보낸 의견서에서 "내수 침체에 대응해 추경을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실 집행률을 높이는 것이 긴요(꼭 필요하고 중요)하다"며 "다만 추경의 규모에 대해서는 경제 상황이나 재정 여건 등을 감안해 국회와 정부가 협의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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