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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르포]다시, 남쪽을 바라볼 시간…신남방정책 2.0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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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정부 폐기 신남방정책 복원 필요
아세안, 韓 구조적 위기 해결 파트너

[아시아르포]다시, 남쪽을 바라볼 시간…신남방정책 2.0의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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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대한민국의 새로운 지도부는 다시금 남쪽을 바라보아야 한다. 긴 혼란 끝에 정권이 바뀐 지금, 이재명 정부는 이전 정부의 대외 전략을 취사선택할 게 아니라, 아세안과의 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설계하는 '신남방정책 2.0'을 본격화해야 할 시점에 와 있다. 윤석열 정부가 사실상 '폐기'했던 신남방정책은 정권의 성격 차이로 무시되기엔, 그 전략적 가치가 너무도 크고 분명해 보인다.

아세안은 더 한국 외교의 '변방'이나 '보험' 차원의 상대가 아니다. 세계 공급망이 재편되고, 미·중 갈등이 고조되며, 한국 역시 고령화·저출산이라는 구조적 위기에 직면하고 있는 가운데, 아세안은 그 모든 과제를 함께 풀어갈 '전략적 공동체'가 될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파트너다.


동남아, 위기의 해법을 품은 이웃

한국이 당면한 과제들을 보면 그 이유는 분명해진다. 급속한 인구 감소, 산업 구조 재편, 에너지 공급 불안정, 기술 패권 경쟁. 이 중 어느 하나도 국내 자원만으로 해결하긴 어렵다. 아세안은 이런 구조적 위기를 함께 돌파할 수 있는 잠재력을 지닌 이웃이자 파트너다.

가장 시급한 것은 인구·노동력 연계다. 단순한 노동력 수입을 넘어, 숙련된 전문인력이 안정적으로 유입되고, 청년층 상호 교류와 취업 경로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돼야 한다. 기존의 경직된 비자 체계도 이젠 손질할 시점이다. 한국은 이미 '닫힌 시장'이라는 인식에서 벗어나야 한다.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아세안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제46차 아세안 정상회의가 열린 말레이시아 쿠알라룸푸르의 스카이라인을 배경으로 아세안 로고가 전시되어 있다. AF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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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술과 공급망 협력도 핵심이다. 반도체, 전기차, 희토류 등 전략 품목의 안정적인 생산과 유통은 아세안의 자원, 지리, 인프라와 연결될 때 가능하다. 여기에 인도네시아와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은 AI, 핀테크, 디지털 화폐 등 차세대 산업에서 빠르게 성장 중이며, 한국이 보유한 기술력과 결합할 경우 새로운 협력 모델을 구축할 수 있다.

금융과 투자 분야 역시 단순한 개발 협력을 넘어서야 한다. 디지털 결제, 핀테크, 표준화된 투자 시스템을 통해 아세안 현지의 스타트업과 인프라, 지역 금융 시장에 직접 연계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한국의 금융 역량이 단순한 보조 수단이 아닌 전략적 자산으로 작동할 수 있어야 한다.

기후변화 대응과 녹색 전환 분야도 중요하다. 아세안 국가들은 기후 위기에 매우 취약하지만, 풍부한 자연 자원과 재생에너지 잠재력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의 기술과 투자 역량이 이들과 결합한다면, 기후 위기를 넘는 공동 이익 창출도 가능하다.


실용 외교가 향해야 할 첫 현장

무엇보다 중요한 건 협력 방식이다. 이제는 백화점식 혜택 나열이 아니라, 실행 가능성과 우선순위가 분명한 구조가 되어야 한다. 이름이 '신남방정책 2.0'이든 아니든, 실질적 접근이 핵심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출범 이후 "실용 외교"를 대외 전략의 중심에 두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용 외교란 외교적 수사를 넘어서, 국익과 유연성, 현실을 동시에 고려하는 전략적 태도를 의미한다. 그런 점에서 동남아는 실용 외교가 가장 절실히 시험돼야 할 무대다.

한국과 아세안은 이미 문화적으로 가까운 이웃이다. K-콘텐츠와 아세안의 로컬 창작자들이 함께하는 공동제작, 문화유산 ODA, 스포츠 교류는 단순한 유행을 넘어 상호 이해를 깊게 할 수 있는 기반이 된다. 경제협력뿐 아니라 소프트파워의 측면에서도 협력은 다층적으로 확장돼야 한다.

지금 우리가 동남아를 다시 바라보는 이유는 단지 '과거의 정책'을 되살리기 위함이 아니다. 앞으로 10년, 한국이 맞닥뜨릴 구조적 위기와 산업 전환, 외교적 재정비의 해법이 이 지역에 있다는 점을 점점 더 많은 이들이 깨닫고 있기 때문이다.

실용 외교의 실험은 바로 여기, 남쪽에서 시작될 수 있다. 아세안은 더 '대체 시장'이 아니다. 바로 지금, 가장 가까운 미래의 현장이다.

정호재 아시아비전포럼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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