⑫영양 지원 프로그램 푸드스탬프
연간 13조원 이상 콜라 소비에 할애
J.D 밴스도 지적한 미국의 보건 위기
저소득층이 식료품을 구입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푸드스탬프' 제도는 1964년 제정된 미국의 대표적인 사회 복지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푸드스탬프가 콜라 등 청량음료 구입에 쓰이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미국의 사회 복지 정책이 공중 보건 위기를 키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콜라 구입에 쓰이는 정부 지원금, 코카콜라 매출의 21% 수준
청량음료 과다 섭취의 해로움을 분석한 저서 '달콤하고 치명적인(Sweet and deadly)' 저자이자 뉴욕타임스(NYT) 탐사 보도 전문 기자인 머레이 카펜터는 지난달 초 기사를 통해 얼마나 많은 푸드스탬프가 콜라 구입에 쓰이고 있는지를 공개했다. 수년간의 푸드스탬프 관련 데이터를 집계한 결과, 올해 미국 빈곤층은 청량음료 구입에 100억달러(약 13조7000억원)를 지출할 것으로 보인다고 예상했다. 지난해 코카콜라 미국 법인 총 매출의 21%에 해당한다.
더 심각한 건 푸드스탬프에서 콜라 구입 비중이 커질수록, 미국 내 심각한 당뇨 및 비만 환자 비율도 함께 높아졌다는데 있다. 카펜터는 "오늘날 미국이 겪는 비만, 당뇨 위기는 우연이 아니라 콜라 같은 식품이 시장에 범람한 탓"이라고 주장했다.
美 부통령도 지적한 '푸드스탬프 콜라'…빈곤층에 독으로
푸드스탬프의 공식 명칭은 스냅(SNAP)으로, 영양 보충 지원 프로그램(Supplemental Nutrition Assistance Program)의 준말이다. 미 농무부 예산으로 운영되며, 각 주 정부가 전자 복지 카드에 매월 일정 금액을 송금하는 방식으로 시행된다. 빈곤층은 이 전자 카드로 다양한 식자재를 구매할 수 있다. 하지만 푸드스탬프로 살 수 있는 식자재 목록에 과자, 청량음료가 포함돼 오랫 동안 논란이 됐다.
J.D 밴스 미국 부통령도 자서전 '힐빌리의 노래'에서 이 문제를 상세히 다룬 바 있다. 그가 어린 시절을 보낸 오하이오주 잭슨 마을에선, 저소득층 가구가 매월 콜라를 수십 박스 구매했다고 한다. 젊은 부모는 아기에게 이유식 대신 콜라를 먹였고, 수많은 아동들이 앞니가 썩는 이른바 '마운틴듀 입(Mountain Dew Mouth)'이라 불리는 구강 질환을 앓았다.
청량음료의 강렬한 단맛, 저렴한 가격이 제대로 된 영양·건강 교육을 받지 못한 빈곤층에 독이 된 셈이다. 이를 두고 밴스 부통령은 "인간은 자기 내면의 선의를 부풀리고, 어리석은 측면은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회고했다.
대중 인식 개선이 핵심
최근 미 연방 정부는 푸드스탬프로 콜라를 구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미 로버트 케네디 주니어 보건복지부 장관의 주도하에 네브래스카, 인디애나 등 일부 주는 푸드스탬프 구매 목록에서 콜라를 퇴출했으며, 텍사스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반대 의견도 만만찮다. 일부 시민단체는 푸드스탬프 구매 목록 제한이 빈곤층의 '선택할 자유'를 침해한다며 우려한다. 무엇보다도 청량음료 제조업체의 반발이 거세다. 코카콜라, 펩시 등이 소속된 미국음료협회는 최근 웹사이트에 공식 성명을 내고 "저소득층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한 음식, 음료를 직접 택할 자유를 누려야 한다"며 "스냅을 제한한다고 건강이 개선되지 않을 것이며, 오히려 정부가 좋은 음식과 나쁜 음식을 단정하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청량음료에 대한 미국 대중의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과도한 콜라 섭취가 사람의 몸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확실한 데이터를 확보해 공개하면, 콜라 소비도 제한할 수 있다는 것이다. 카펜터는 "많은 공중보건학 교수들은 콜라가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광범위하게 연구하고 있으며, 실험을 통해 데이터를 얻는 게 가장 합리적이라고 주장해 왔다"며 "음료 업계의 반대로 데이터를 얻는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지만, 노력의 결과가 나타나고 있다"고 전했다.
임주형 기자 skepped@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BTS 데뷔 전 하이브에 40억 투자 '1080억' 회수한 SV인베…또 대박 날까[상장 VC 대해부]①](https://cwcontent.asiae.co.kr/asiaresize/93/2024032109361312445_1710981373.jpg)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