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의상디자인과
'패션스타트업' 강좌 개설
기획·생산·마케팅·유통까지
실제 창업과정과 동일 단계
"학생들이 강의실을 넘어 실제 현장에서 경험을 쌓고 있습니다."
건국대학교 의상디자인학과 학생들이 '패션스타트업' 수업을 통해 패션 브랜드를 창업하는 성과를 거뒀다. 펀딩에 성공한 학생들은 브랜드의 최종 제품을 생산하고 판매할 계획이다. 학생들은 브랜드 론칭을 통해 창업 경험을 쌓는 기회를 얻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1학기에 개설된 패션스타트업 수업은 이론 중심을 넘어 기획, 생산, 마케팅, 유통에 이르기까지 브랜드 창업 전 과정을 직접 경험하도록 구성된 실전형 프로젝트 수업이다. 학생들은 초기 아이디어 기획부터 디자인 개발, 제품 샘플 제작, 마케팅 전략 수립, 유통 채널 확보에 이르기까지 실제 창업 과정과 동일한 단계를 원스톱으로 체험한다.
특히 디자인 제품을 만들기 위한 자금이 부족한 상황에서 학생들은 스스로 투자자를 발굴하고 생산 대행업체를 찾아 협업을 제안한다. 이를 통해 단순한 과제 수행이 아닌 실질적인 사업 운영 감각과 문제 해결 능력을 갖춘 예비 창업자로서의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했다.
한태균 지도교수는 "의상디자인이라는 것이 본인이 직접 디자인하고 그것을 실제 제품으로 구현해야 하는 실무 중심의 작업인데, 코로나19 이후 동아리 내 디자인 관련 창업 활동이 줄면서 학생들이 이런 과정을 충분히 경험할 기회가 부족했다"며 "그래서 이번 학기 학생들이 직접 브랜드를 론칭해볼 수 있는 경험을 줄 수 있는 수업을 기획하게 됐다"고 말했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에서 창업 관련 수업이 정규 교과과정으로 신설된 것은 이번 학기가 처음이다. 패션 산업의 변화 속도가 빨라지고 브랜드 론칭이 졸업 후 주요 진로 중 하나로 자리 잡는 흐름 속에서 실무 중심의 창업 교육에 대한 필요성이 커진 데 따른 것이다.
이번 수업에는 총 20명의 학생이 참여해 7개 팀으로 나뉘어 각각 독창적인 콘셉트와 타깃 시장을 설정하고, 이를 기반으로 자체 브랜드를 기획했다. 학생들은 단순한 디자인을 넘어 브랜드 철학, 제품군 구성, 시장 경쟁력 등을 고려해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구축하며 실질적인 창업 과정을 밟았다.
학생들이 창작한 브랜드들은 각기 다른 주제를 탕으로 개성 있는 제품을 선보이며 창의성과 기획력을 뽐냈다. 실용성과 스타일을 동시에 고려한 작업용 앞치마 브랜드 '스티타(Stitta)'는 기능성 중심의 작업복에 감각적인 디자인을 접목해 일상 속에서도 활용 가능한 패션 아이템을 제안했다. '체일(Chaele)'은 전통 한복의 당의에서 영감을 받아 이를 현대적인 캐주얼 투피스로 재해석하며 전통미와 트렌디함의 조화를 시도했다. '소록'은 체형의 다양성을 고려해 실루엣 조절이 가능한 원피스를 기획해 소비자 맞춤형 디자인에 초점을 맞췄다.
이외에도 기능성과 친환경성, 감성적 스토리텔링을 결합한 브랜드들도 눈에 띈다. '카프레(Khafre)'는 냉감 기능성 소재를 활용해 여름철 땀 배출과 쾌적한 착용감을 강화한 티셔츠를 제작했으며 '베어(Vaer)'는 리사이클 나일론 소재를 사용한 바람막이 제품으로 친환경 가치를 실현하고자 했다. '윔스(WIMS)'는 제주도의 자연 풍경에서 영감을 받아 수영복 디자인에 독창적인 색감과 무드를 녹여냈다. '님프(Nymph)'는 그리스 신화 속 님프의 이미지를 현대적이고 감각적인 드레스로 구현하며 판타지적 요소를 패션에 접목했다.
각 팀은 최근 브랜드 기획과 시제품 제작을 마친 후 사업자 등록을 완료하고 와디즈·텀블벅을 통해 펀딩을 진행했다. 이들 브랜드에 대한 펀딩은 지난달 20일부터 이달 11일까지 약 3주간 이뤄졌다. 펀딩 결과 7개 브랜드 중 6개 브랜드가 목표 금액을 달성하며 펀딩에 성공했다. 펀딩에 아쉽게 실패한 1개 브랜드는 오는 가을 시즌에 맞춰 바람막이 제품을 새롭게 선보이며 재도전할 예정이다.
학생들은 이번 펀딩 과정을 단순한 자금 조달 수단을 넘어 소비자와의 실시간 소통을 통해 제품의 시장 반응을 직접 확인하고 개선 방향을 모색할 수 있었던 값진 경험으로 평가했다. 특히 실구매자의 피드백은 브랜드의 개선점을 객관적으로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이 됐다는 반응이다.
펀딩에 성공한 팀들은 현재 본격적인 제품 생산 단계에 돌입하고 있다. 학생들은 실제 의류 생산 공정 전반에 대한 실습 교육을 받으며, 봉제, 재단, 패턴 수정 등 전문적인 기술을 직접 배우고 있다. 또한 제조 공장을 직접 찾아가 자재 선정부터 생산 스케줄, 품질 관리 등 현장 실무의 흐름도 익히고 있다.
최종 제품은 온라인 플랫폼 등을 통해 판매될 예정이다. 각 팀은 자사 브랜드의 특성에 맞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이커머스 채널 등 다양한 디지털 유통 경로를 활용해 소비자와 직접 만나게 된다. 발생하는 수익은 학생들이 가져가며 이를 통해 학생들은 수익 구조, 원가 계산 등 실질적인 경제 감각을 익히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건국대 의상디자인학과 학부 시절 창업 경험을 바탕으로 패션 브랜드 '세이즈믹'을 창업한 한 교수는 학생들에게 브랜드 창업 노하우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통해 학생들도 자신만의 브랜드를 실현할 수 있을 것으로 한 교수는 기대한다. 한 교수는 "앞으로도 대학 교육이 산업과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도록 다양한 실무 중심의 프로그램을 확대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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