②금융권 성적은?
은행권서는 KB국민은행
지방은행 대체로 부진
보험업권서는 삼성생명
증권사, NH투자·삼성증권 1위
금융기업 37곳을 대상으로 한 '2025 아시아양성평등지수'에서 하나카드가 종합 1위를 차지했다. 고용·보상·육성·양립·기타 등 5개 평가 부문에서 고른 점수를 받아 총점 61.25점을 기록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각각 41점으로 공동 최하위에 머물렀다.
업종별로는 KB국민은행(60.25점)이 은행권 1위,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각 55점)이 증권사 공동 1위에 올랐다. 보험사 중에서는 삼성생명(58.75점)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았고, 카드사에서는 종합 1위인 하나카드가 수위를 지켰다. 업종별 최하위는 각각 경남은행(41.5점), DB손해보험(41.75점), 우리카드(43점)였다.
'5툴 기업' 하나카드, 전 부문 고른 점수
야구에서 '5툴 플레이어'란 타격, 파워, 주루, 수비, 송구 등 전 분야에서 균형 잡힌 능력을 갖춘 야수를 말한다. 올해 양성평등지수에서 하나카드는 금융권의 '5툴 기업'으로 평가받았다. 5개 평가 부문 중 '육성' 부문에서 공동 2위를 기록했고, 나머지 항목도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지난해 말 기준 사외이사 중 여성 비율이 50%에 달해 조사 대상 금융사 중 가장 높았고, 여성 관리직에서도 상위권이었다. 이는 그룹 차원의 전략적 리더십 육성 결과로 해석된다. 하나금융그룹은 2021년부터 여성 리더 육성 프로그램인 '하나 웨이브스(Hana WAVEs)'를 운영하는 등 조직 내 여성 인재 발굴과 성장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여성 리더 롤모델 정립과 상호 교류를 통한 인재 포트폴리오 강화를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총점에서 하나카드보다 20점 이상 낮아 최하위권에 머물렀다. 한국투자증권은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률을 기재하지 않았다. "개인정보 등의 사유로 전체 근로자의 자녀, 출산 등에 대한 정보를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육아휴직 사용률 등을 산출할 수 없다"는 주석이 있었지만 100대 기업까지 포함한 조사 대상 137개사 중 같은 사유로 공시하지 않은 기업은 한국투자증권뿐이었다. 공시 취지와 형평성 등을 고려해 평가에 반영했다.
키움증권은 남녀 평균 근속연수는 유사했으나 연봉에서는 두 배 가까운 격차가 났다. 유연근무 활용이 저조한 편인 점도 순위를 낮춘 주된 요인으로 작용했다. 다만 두 기업 모두 같은 기준으로 산정한 100대 기업 평균(36.85점)보다 높은 점수를 얻어 금융권 전반의 수준 향상을 보여줬다.
은행권, KB국민은행 1위… 인터넷은행 약진 눈길
은행 중에서는 국민은행이 종합 2위를 차지하며 은행권 1위를 차지했다. 고용 부문에서는 유일하게 20점을 넘었고, 육성 부문도 공동 2위에 올라 양성평등 실천의 모범 사례로 꼽혔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여성 리더의 개별 핵심 역량 진단과 코칭 솔루션을 제공해 성장을 돕고 리더로의 발전을 지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우리은행(종합 3위), 신한은행(종합 5위), 하나은행(종합 6위) 등 주요 시중은행들도 상위권에 올랐다. 특히 우리은행은 육성 부문에서 1위를 기록했다. 사외이사 중 여성이 절반을 차지해 주목받았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보다 종합 순위가 13계단 상승했다. 올해 새롭게 반영된 유연근무제 활용에서 높은 점수를 얻은 덕분이다.
케이뱅크는 지난해 대비 28계단 상승해 하나은행과 함께 공동 6위에 올랐다. 특히 양립 부문에서 전체 1위를 기록했다. 케이뱅크의 지난해 전체 육아휴직률은 67%로 업계 최고 수준이었다. 출근 시간은 오전 8~10시, 퇴근은 오후 4시 이후 직원 재량으로 자유롭게 출퇴근하는 유연근무제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점도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카카오뱅크도 7계단 상승해 종합 17위를 기록했다.
반면 지방은행들은 대체로 부진했다. 전북은행이 종합 24위로 가장 높았고 광주은행(28위), 부산은행(32위), 경남은행(35위) 등은 하위권에 머물렀다. 유연근무 활용률이 낮고, 이사회 구성의 성별 불균형이 주요 원인으로 지적됐다. 광주은행은 2024년도 사업보고서에 육아휴직률 및 유연근무 관련 내용을 기재하지 않았다.
보험·증권사 희비 엇갈려… 삼성생명·삼성증권·NH투자증권 선전
보험업권에서는 삼성생명이 58.75점으로 1위(종합 4위)를 기록했다. 유연근무제와 적극적인 여성 채용 등이 높은 평가로 이어졌다. 삼성생명 관계자는 "선택적 근로시간제를 도입해 자율적인 근무환경을 보장하고 있고, 성별·출신 등에 관계없이 공정한 채용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증권사 중에서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이 55점으로 공동 1위(종합 10위)에 올랐다. NH투자증권은 고용·보상 부문, 삼성증권은 고용·양립 부문에서 좋은 평가를 받았다. 양사 모두 정규직 여성 비율이 최근 5년간 지속해서 증가한 점도 긍정적으로 작용했다.
반면 지난해 상위권이었던 미래에셋증권과 메리츠화재해상보험은 각각 종합 22위, 26위로 하락했다. 메리츠화재는 여성 육아휴직률이 57%에 그쳤고, 연봉 격차와 여성 비율 감소 등도 감점 요인이 됐다. 미래에셋증권은 유연근무제 활용이 상대적으로 낮아 평가를 떨어뜨렸다.
금융권 전반 '상향평준화' 뚜렷
올해 조사 결과는 일부 기업의 순위 하락에도 불구하고 금융 업계 전반의 양성평등 수준이 뚜렷하게 상향 평준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가족친화인증을 획득한 기업 비율은 지난해 47.2%에서 올해 51.4%로 증가했다.
여성 인재 육성과 일·가정양립 문화 정착을 위한 실질적인 제도 운영도 확산하는 추세다. 직장어린이집 운영(직영·공동·위탁) 비율은 97.3%에 달했고, 수유실·산모휴게실 설치 비율은 91.9%로 집계됐다. 또한 75.7%가 여성 리더십 육성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며 48.7%는 경력단절 여성 지원 제도에 참여하거나 자체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이는 100대 기업과 비교해도 높은 수준으로, 금융권이 양성평등 및 일·가정양립 실천에서 선도적 위치에 있음을 시사한다. 형식적 평등을 넘어 실질적인 제도 개선과 문화 정착을 위한 변화가 시작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이관주 기자 leekj5@asiae.co.kr
김희윤 기자 film4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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