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은행 가계대출 5.2조↑…"당분간 증가 압력 받을 것"

한국은행 '2025년 5월중 금융시장 동향'
은행 가계대출 잔액 1155.3조…주담대 4.2조↑
은행 수신 20조 늘며 증가 전환
대출 증가에 따른 예수금 조달 확대 등 영향

지난달 은행 가계대출이 5조2000억원 늘며 큰 폭으로 확대된 4월보다 증가 폭을 키웠다. 서울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이후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가계대출에 영향을 미친 결과다. 토허제 재지정 이후 주택거래는 다소 진정되는 듯했으나, 최근 다시 늘고 있어 시차를 고려하면 당분간은 가계대출 증가 압력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연합뉴스

11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5년 5월 중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기준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55조3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5조2000억원 증가했다. 3월(1조4000억원) 대비 큰 폭으로 늘어난 4월(4조2000억원)보다도 증가 폭을 더 키웠다.

가계대출 중 주택담보대출은 4조2000억원으로 918조원을 기록했다. 지난 4월 3조7000억원에서 증가 폭이 확대됐다. 주담대는 지난 2월 토허제 해제 이후 2~3월 중 늘어난 주택거래가 시차를 두고 본격적으로 가계대출에 반영되면서, 4월부터 큰 폭으로 늘었다. 지난달 증가 폭이 더 커진 것은 3월 거래가 5월에 반영된 결과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2월 6200건, 3월 9500건이었다.

4월 아파트 거래량은 5000건으로 3월 고점을 찍고 내려온 상태다. 다만 한은은 8월까지는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막차 수요 등 가계대출 증가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봤다. 박민철 한은 금융시장국 시장총괄팀 차장은 "3월 하순 이후 과열 양상이 조금 진정됐는데 5월 들어서 서울 아파트 가격이 다시 오름폭을 키우고 있다. 5월 거래량도 추세를 보면 4월보다는 조금 증가할 것"이라며 "아파트 가격 오름폭이 다시 확대되고 거래량도 충분히 줄어들지 않고 있어서 가계대출도 당분간 주택 관련 대출을 중심으로 상당한 증가 압력을 받을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주담대에 포함되는 전세자금대출은 전월 말 대비 5000억원 증가했다. 기타대출은 가정의달 관련 지출 등 계절적 자금 수요 등으로 전월에 이어 1조원 늘었다. 기타대출은 일반신용대출과 신용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대출), 상업용부동산 담보대출, 예·적금 담보대출, 주식담보대출 등을 포함한다.

5월 은행 기업 대출도 늘었다. 지난달 말 은행의 기업 대출 잔액은 1346조4000억원으로 전월 말 대비 8조원 증가했다. 14조4000억원이 늘어난 4월보다는 증가 폭이 축소됐다.

대기업대출은 주요 은행들이 대출 영업을 확대하고, 일부 대기업이 일시 운전자금을 조달하면서 전월 말 대비 5조4000억원 증가했다. 중소기업 대출은 정책성 대출 공급이 이어졌으나 은행권이 신용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부가세 납부 등 전월의 계절적 요인이 사라지면서 2조6000억원 늘어나는 데 그쳤다.

직접 금융을 통한 회사 자금조달을 보면 회사채는 전월 차환 발행에 분기 보고서 제출 등 계절적 비수기 영향 등으로 순상환 전환했다. 4월 1조9000억원 증가에서, 지난달에는 4000억원이 감소했다. 기업어음(CP)·단기사채는 공기업을 중심으로 순상환 전환하면서 전월 말 대비 2000억원이 감소했다. 주식은 일부 기업의 대규모 유상증자 등으로 발행 규모가 확대되며 1조8000억원 늘었다.

5월 은행 수신은 전월 말 대비 20조2000억원이 늘면서 전월 말(-25조9000억원) 대비 증가 전환했다. 수신이 한 달 만에 다시 늘어난 것은 수시입출식예금이 4월 큰 폭으로 감소했다가 다시 증가 전환한 영향이다. 4월 36조8000억원이 빠져나간 수시입출식예금은 지자체 재정집행 예정자금 예치, 기업의 결제성 자금 유입 등으로 지난달 7000억원이 늘었다. 정기예금 역시 대출 증가에 따라 일부 은행들이 예수금 조달을 확대하고 지방자치단체가 자금을 일시 예치하면서 전월 말 대비 19조2000억원 증가했다.

자산운용사 수신은 전월 말 대비 25조2000억원 늘었다. 3월 13조1000억원 감소에서 4월 38조4000억원으로 크게 늘어난 데 이어 지난달에도 증가세를 이어갔다. 머니마켓펀드(MMF)는 수익률 메리트로 인해 법인자금을 중심으로 8조1000억원 증가했다. 채권형펀드와 주식형펀드도 각각 10조2000억원, 4조5000억원 늘며 전달 대비 유입 폭이 확대됐다.

김혜민 기자 hmin@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