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와 합작법인 설립해 본격 국내 진출 앞둬
과거 7건 상표 분쟁에서 모두 패소
김·장 법률사무소 선임해 5년 만의 리턴 매치
상표의 '저명성' '부정한 목적'이 쟁점
글로벌 전자상거래 그룹 알리바바가 국문 '알리바바'나 영문 'ALIBABA'를 사용한 상호로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을 하고 있는 국내 기업을 상대로 상표권 무효·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해당 기업은 앞서 2016~2020년 알리바바를 상대로 7건의 국내 상표권 무효·취소 심판에서 모두 이겼는데, 두 회사 간 리턴 매치가 벌어진 셈이다.
알리바바는 국내 e커머스 시장에서의 경쟁력을 강화하려는 신세계와의 합작 법인 설립을 통해 본격적인 국내 시장 진출을 앞두고 있다. 이번 조치는 상표권을 둘러싼 분쟁 소지를 사전에 해결하려는 목적으로 보인다. 특허청에 등록한 상표를 사용해 수년간 사업을 이어온 국내 기업은 거대 외국 자본과 소송전을 벌여야 하는 처지가 됐다.
수십 개 업종 5건 심판 청구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알리바바(알리바바 그룹 홀딩 리미티드)는 지난 3월14일 국내 식음료 프랜차이즈 기업 알리바바파트너스(대표 김지환)를 상대로 특허심판원에 4건의 상표등록 무효심판과 1건의 상표등록 취소심판을 청구했다.
알리바바가 문제 삼은 알리바바파트너스의 상표는 한글 '알리바바' 위에 영문 'ALIBABA'를 2단으로 쌓은 것과 'CAFFE & DONUT' 위에 영문 'ALIBABA'를 쌓은 것 등 2종이다.
이들 상표가 알리바바와 외형적으로 유사해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주거나 알리바바의 명성을 손상시킬 수 있고,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진 알리바바의 명성을 이용해 부당하게 이익을 얻으려는 부정한 목적으로 등록한 상표라는 게 알리바바 측 주장이다.
알리바바가 청구한 사건 자체는 5건이지만 해당 상표들이 사용되는 업종은 대형할인마트업에서부터 각종 식음료 도소매업과 알리바바파트너스가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이고 있는 커피·햄버거 소매업 등 수십 종에 달한다. 알리바바의 심판 청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알리바바파트너스는 사실상 사업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알리바바파트너스는 2016년 알리바바 카페 브랜드 론칭을 시작으로 2018년 알리바바 버거와 알리바바 쏙쏙김밥, 2019년 알리바바 치킨 브랜드를 차례로 론칭하며 식음료 프랜차이즈 사업을 벌였다. 수십억 원의 개발비를 들여 2020년 알리바바 무인로봇카페 브랜드를 론칭하기도 했다.
한때 10개 브랜드, 150개 매장을 운영했을 정도로 사업 규모가 확대됐지만 과도한 투자 여파로 간이회생 절차까지 겪으면서 현재는 매장 수가 현저히 줄었다. 그 사이 회사 주인도 바뀌었다.
中알리바바 과거 7건 상표 분쟁서 모두 져
두 회사 간의 상표권 분쟁은 처음이 아니다. 알리바바파트너스는 2013년 카페업 등 18개 업종에 대해 '알리바바' 상표권을 출원해 이듬해 등록을 마쳤다. 이후 2016년부터 2019년까지 알리바바를 상대로 국내 상표권 등록취소나 무효 심판을 7건 청구해 모두 승소했다.
당시 일부 사건은 알리바바 측이 기한 내 답변서를 제출하지 않아 패소했지만 일부 사건에서는 "3년 이내 국내 상표권 사용 이력이 있다"는 취지로 다퉜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아 패소했다. 이에 알리바바파트너스는 2016년부터 여러 건의 알리바바 상표권을 출원해 등록을 마쳤다.
한편 지난해 9월 알리바바파트너스는 알리바바에 내용증명을 보내 상표권 침해 중지를 요청하며 따르지 않을 경우 소송과 함께 형사고소를 진행하겠다고 경고했다. 알리바바가 온라인 쇼핑몰 알리바바닷컴, 알리익스프레스를 통해 국내에서 식음료를 판매하며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고, 특허심판원이 앞서 식음료업에 대한 알리바바의 국내 상표권을 취소하는 결정을 내렸던 만큼 상표권 침해에 대한 고의성이 있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알리바바는 이 같은 요청을 수용할 수 없다는 답변을 보냈고 몇 달 뒤 상표등록 무효·취소 심판을 청구했다.
상표 출원 당시 널리 알려진 상표였나…'저명성' '부정한 목적'이 쟁점
이번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알리바바파트너스가 문제가 된 상표들을 출원할 당시인 2016년 국내 소비자들이 중국 기업인 알리바바나 그 상표를 어느 정도 인식했는지를 의미하는 '저명성'이다. 즉 '알리바바'라는 상표를 보면 곧 중국 회사를 떠올릴 정도가 돼 소비자들에게 혼동을 야기할 상황이었냐는 것이다.
알리바바 측은 이번 심판을 청구하면서 해외에서 인정받은 브랜드 가치와 매출 등을 근거 자료로 제시하며 "막대한 광고비와 시간을 들여 구축한 알리바바 상표들의 긍정적 이미지, 광고선전력, 고객흡인력 등이 심각하게 희석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알리바바파트너스 측은 당시에는 국내 소비자들에게 중국 알리바바는 현저하게 알려져 있지 않았고, 오히려 자신의 상표로 인식돼 있었기 때문에 국내 소비자들에게 오인이나 혼동을 주거나 중국 알리바바 상표의 식별력을 손상시킬 염려가 전혀 없었다는 입장이다. 알리바바파트너스 측은 "알리바바는 해외에서의 사용 사실 증거자료만을 제출할 뿐 국내 수요자에게 현저하게 인식돼 저명성이 있었다는 점을 입증하는 증거는 전혀 제출하지 못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두 번째 쟁점은 알리바바파트너스가 알리바바의 저명성에 편승해 부당한 이익을 얻으려는 '부정한 목적'이 있었는지다. 이에 대해 알리바바파트너스 측은 "알리바바의 국내 'ALIBABA' 등 상표에 대해 특허심판원의 적법한 취소·무효심결이 확정됨에 따라 적법하게 이 사건 상표를 출원하고 등록받았다"며 "해당 상표를 사용해 프랜차이즈 본사를 운영하면서 최대 100개 이상의 가맹점을 보유한 가맹본부로서 사업을 영위해온 사정을 보면 부정한 목적으로 상표를 사용한 사실이 없다는 점은 자명하다"고 밝혔다.
김·장 vs YK 대리전…주요 선례로 남을 듯
알리바바는 국내 최고 로펌인 김·장 법률사무소에 이번 사건을 맡겼다. 알리바바파트너스는 법무법인 YK가 대리하고 있다.
김동섭 YK 변호사는 "알리바바파트너스가 2013년부터 '알리바바' 상표권을 출원하면서 특허심판원의 심결을 받아 프랜차이즈 가맹 사업을 시작해 10여개의 브랜드를 개발했고, 정당하게 사업을 한 점에 비춰 출원 당시인 2016년에 중국 알리바바가 국내 소비자에게 저명했는지와 알리바바파트너스가 부정한 목적으로 출원했는지가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김·장 법률사무소는 "현재 진행 중인 사안이기 때문에 의뢰인의 동의 없이 답변하기는 곤란하다"고 밝혔다. 알리바바 측 역시 "어떤 맥락에서 보도가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입장을 밝히기는 조심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번 사건에 대한 특허심판원과 법원의 판단은 향후 글로벌 외국 기업의 국내 상표권 분쟁의 선례가 될 전망이다. 다만 심판 도중 혹은 소송 진행 과정에서 양측의 합의가 이뤄질 가능성도 있는 상황이다.
*상표등록 무효·취소심판
3심제가 적용되는 상표권 침해소송과 달리 상표권 자체의 효력을 다투는 사건은 특허심판원이 사실상 1심 역할을 맡는다. 특허심판원의 심결에 불복할 경우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낼 수 있고, 다시 대법원에 상고할 수 있다.
최석진 로앤비즈 스페셜리스트 csj040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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