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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트남전을 대표하는 '네이팜탄 소녀' 촬영자 논쟁
사진가의 이름 표기를 중지한 월드프레스포토

'네이팜탄 소녀'로 알려진 베트남전 사진 '전쟁의 공포(The terror of war)'는 1973년 월드프레스포토(WPP) '올해의 사진'에 선정되었고, AP 사진기자 닉 우트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그리고 50년이 넘은 지금 이 사진은 촬영자가 누구인가 하는 논쟁에 휘말렸다. 논란의 촉발은 다큐멘터리 단체인 더 세븐(VII) 재단이 발표한 '더 스트링어'라는 영화에서 이 사진을 닉 우트가 아니라 스트링어(촬영 보조) 응우옌 탄 응에가 촬영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주장한 것에서부터다. AP는 자사 기자가 촬영하지 않은 사진은 발행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에 이 사진을 닉 우트가 찍은 것으로 했다고 영화는 주장한다고 한다.

'네이팜탄 소녀'로도 알려진 베트남전을 대표하는 사진 '전쟁의 공포' AP

'네이팜탄 소녀'로도 알려진 베트남전을 대표하는 사진 '전쟁의 공포' A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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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이 사진을 올해의 사진으로 선정했던 WPP에서 촬영자 표기인 크레디트를 '중지'하기로 결정한 데서 커졌다. 이 조치에 수많은 사진가와 관계자들이 반발했고, WPP 전임 회장과 심사위원 출신 사진가 제임스 콜튼, 데이브 버넷, 마리아 만은 공개서한을 발표하며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다. 아울러 이들은 WPP 아카이브에서 자신들의 이름을 삭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사진가가 사진에서 이름을 빼라고 말한 것이다. 매그넘 사진가 스티브 맥커리를 비롯해 김영희, 월터 아스트라다, 돈 맥컬린 등 400명이 넘는 프로 사진가와 관계자들이 이 서한에 서명했다.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의 한 장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닉 우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 세븐 재단

다큐멘터리 '더 스트링어'의 한 장면. 카메라를 들고 사진을 찍는 사람이 닉 우트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더 세븐 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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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서한의 요지는 "WPP의 조치가 '무죄가 입증될 때까지 유죄'로 간주하는 비상식적 행위이며, 증거가 아닌 의심에 근거해 행동하고 저널리즘의 관행과 윤리를 따르지 않는 조직과 누구도 함께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다. AP는 이 논쟁에 대해 조사 후 발표한 보고서에서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누구인지 명확히 밝히지는 않았지만, 아직 닉 우트가 아니라는 반박할 수 없는 증거 또한 없다고 말했다. 사진에 있어 크레디트는 단지 촬영자의 이름이나 사진의 출처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사진이 품고 있는 사실과 말에 대해 책임진다는 약속이다. 사진에 이름 붙이는 것을 '크레디트'라 부르는 이유다.


영화는 올해 선댄스 영화제에서 한 번 상영되었고, 영화를 본 사람은 소수다. 촬영 당시 여자아이의 누드가 발행에 적합한지 논쟁이 일었을 때 사진 발행을 결정한 편집자 할 뷰엘은 지난해 사망했다. 확정적 사실이 언젠가 밝혀질지 알 수 없지만, 이 일은 사진을 매개로 작업하는 많은 사람들에게 잊을 수 없는 치명적 사건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이 사진이 말하는 내용과 사진 자체의 역사적 위상이 달라지지 않을 것임은 의혹을 제기한 쪽과 반대하는 쪽 모두 공감하는 바다.





허영한 기자 youngh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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