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시작된 한옥마을 통행 제한
주민과 상인들 반응 엇갈려
"없어요. 오후 4시 반만 되면 사람이 없어."
서울 종로구 계동 북촌 한옥마을 인근에서 편의점을 운영하는 최정숙씨(62)는 갑갑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다. 3월부터 시행된 한옥마을 통행 제한으로 매출이 1000만원 넘게 줄었기 때문이다. 최씨는 "헌재 탄핵 끝나고 다시 장사해보려니까 이런다"며 "여름에는 오후 7시에도 해가 떠 있는데, 요즘은 4시 반이면 관광객이 빠져나가 아무도 없다"고 말했다. 한옥마을 초입에서 기념품점을 운영하는 이태규씨(46)도 통행 제한 이후 월 매출이 30~50% 줄었다. 이씨는 "7월에 관광버스까지 안 오면 피해가 더 커질 것 같아 걱정"이라고 말했다.
오버투어리즘을 해결하기 위해 관광객 통행 제한이 본격적으로 시행된 북촌 한옥마을 일대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오후 5시에서 익일 오전 10시까지 관광객이 빠져나가면서 여름 성수기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고 있어서다.
10일 방문한 북촌한옥마을 일대 가게에는 '상생이 먼저다! 일방행정 중단하라'는 현수막이 붙어있었다. 한옥마을의 북촌11길 일대가 레드존으로 지정돼 통행이 제한되면서, 인근 상권에 영향을 주자 상인들이 반발하고 있는 것이다. 통행 제한을 몰랐던 외국인 관광객들이 발걸음을 돌리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었다. 한옥마을 건너편 카페 사장 김모씨(65)는 "통행 제한은 한옥마을 자체지만 주변 상권도 다 영향을 받는다"며 "여기 왔다가 인사동, 계동 놀러 가고 마을 구경하며 상점에서 물건도 사는 건데 통행 제한 때문에 발길이 줄어들지 않겠냐"고 했다.
주민, 상인, 숙박객, 상점 이용객은 통행이 가능하다는 예외적 규정에 의문을 표하는 목소리도 있다. 정확한 구분도 어려울 뿐 아니라 관광지 분위기를 딱딱하게 만들어서다. 주민 겸 상인 박모씨(38)는 "삼청동으로 지나가는 기본 통행도 막으면서 제도상 상업 공간 방문객은 허용하는 건 애매한 것 같다"며 "좋은 한국 문화를 알리고자 장사하는 분들도 있는데, 모든 외국인을 무작정 막아버리면 한국 문화에 관심 많은 외국인들을 막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동네가 조용해져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곳에 52년째 거주 중인 김모씨(90)는 "저녁에 쉬는데 초인종이 5번씩 울려서 나가보면 화장실 쓰게 해달라고 바짓가랑이를 붙잡는다"며 "이제는 밤에 외지인도 없고 동네가 조용해져 마음이 편하다"고 전했다. 박정희씨(67)도 "한옥은 담벼락 바로 앞이 방인데 아침부터 담벼락에서 사진을 찍어대는 탓에 잠도 못 자고, 문고리도 흔들어서 놀랐었다"며 "통행 제한이 생겨서 좋은 것 같다"고 했다.
이처럼 입장은 다르지만, 한옥마을에서 상생하고 싶다는 바람만큼은 상인과 주민이 같다. 주민 이연성씨(38)는 "외국인이 찾아와서 동네에 활기가 돌아 좋다"며 "주거지와 관광지 반반 성격이 섞인 마을의 특성이 잘 지켜지면 좋겠다"고 했다. 삼계탕집 사장 이모씨(50)도 "한곳 죽이고 한곳 살리는 것보다는 하절기, 동절기에 탄력적으로 통행 제한 시간을 운영하거나 도시세를 걷어 주민에게 복지혜택을 주는 방법도 추진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남조 한양대 관광학부 교수는 "오버투어리즘 문제가 반복되지 않으려면 지역주민 우선으로 가야 한다"며 "외국인들에게는 통행 제한 제도를 계속해 알리고, 통행 제한 시간 유연화나 도시세 등의 상생안을 주민과 상인이 협의해 풀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은서 기자 lib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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