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넘게 이어진 우크라이나 전쟁
미·유럽 지원 속 AI 드론 반격
성과 거뒀지만 흐름 바꾸진 못해
나토 정상회의 앞둔 한국 정부
균형 잡힌 다차원적 외교 절실
2022년 2월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계속되고 있다. 양측이 대치하고 있는 최전선에서는 하루에도 수백명의 사상자가 발생하고 있다. 러시아의 미사일과 드론 공습이 이어지면서 키이우를 비롯한 우크라이나 도시의 민간인들은 큰 피해를 보고 있다. 3년 넘게 전쟁이 지속되면서 국제사회의 관심은 줄어들고 있다.
모든 전쟁이 그렇듯이 우크라이나 전쟁도 초반의 급격한 변화 이후 전선이 굳어지면서 지루한 공방전이 이어지고 있다. 전체적인 국력에서 압도적인 러시아가 큰 피해를 보면서도 우크라이나를 느리지만 밀어붙이고 있다. 방어만 해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우크라이나는 2024년 기습적으로 러시아 본토인 쿠르스크 지역을 점령하면서 반전을 꾀했지만 북한군까지 동원한 러시아의 반격에 밀려 결국 모든 점령지를 내주고 철수해야만 했다.
2025년 1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한 직후의 분위기는 달랐다. 선거 기간에 당선되면 24시간 이내에 전쟁을 끝내겠다는 트럼프의 장담이 실현될 것인지에 궁금해했다.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우크라이나를 배제하고 미국과 러시아가 직접 회담을 진행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당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러시아에 큰 양보를 하고 전쟁이 곧 마무리될 것 같았다.
하지만 러시아가 미국이 받아들일 수 없는 과도한 요구를 계속하고,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광물협정을 체결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광물협정을 통해 자기 몫을 일단 확보한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해 F-16 전투기를 비롯한 각종 무기를 제공하면서 우크라이나가 전쟁을 지속할 수 있도록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국가들까지의 지원을 합하면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와의 전쟁을 이어갈 수 있는 수준의 지원을 확보할 수 있게 되었다.
굴욕적인 협상 압박에서 벗어난 우크라이나 입장에서 가장 큰 고민은 러시아군이 먼 거리에서 폭격기를 동원해 대량으로 발사하는 미사일이었다. 우크라이나군은 잘 조직된 방공망을 활용해 상당수의 미사일을 요격하고 있지만 방공망을 뚫고 도시의 각종 인프라를 타격하는 미사일로 인한 피해는 점점 커졌다. 근본적인 대책은 미사일을 발사하기 이전에 폭격기를 요격하는 것이지만 우크라이나 전력으로서는 쉽지 않았다. 러시아군 폭격기가 우크라이나의 방공미사일 사정거리보다 먼 곳에서 미사일을 발사하고 돌아가기 때문이었다. 우크라이나는 후방에 배치되어 있던 패트리엇 대공미사일을 기습적으로 최전선에 배치해서 폭격기를 격추하고자 시도했지만 성공하지 못했고 오히려 러시아군의 공격으로 큰 피해를 보았다.
뾰족한 방법이 없을 것 같은 상황이 이어지던 6월2일 우크라이나는 드론을 이용해 러시아 내륙에 위치한 다수의 폭격기 기지를 동시다발적으로 공격해서 큰 피해를 줬음을 발표했다. 전선에서 수천 km 떨어진 곳의 공군기지까지 공격 대상이 되었다. 우크라이나 주장에 따르면 드론 117대를 이용해 러시아 폭격기 및 조기경보기 등 총 41대를 파괴하거나 손상을 입혔다. 항속거리가 짧은 드론으로 어떻게 장거리 공격을 할 수 있는지에 대한 궁금증은 우크라이나가 공개한 영상으로 풀렸다.
우크라이나는 1년 넘게 공격을 준비했다. 수송용으로 사용되는 컨테이너를 개조해 상단에 드론을 배치하고 뚜껑을 덮어 위장했다. 위장 컨테이너를 탑재한 트럭을 주변국을 경유하여 수천km를 이동시킨 후에 목표로 했던 기지 근처에 주차했다. 사전에 준비된 신호가 발령되자 뚜껑이 열리고 이륙한 드론들이 목표물을 찾아 공격했고, 우크라이나군은 이를 영상으로 실시간으로 확인했다.
특이한 점은 개별 드론들을 사람이 일일이 조종해서 공격한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이용하여 목표물을 사전에 학습시켜 자체적으로 목표물을 탐색하고 최적 공격 경로를 선택하도록 했다. 기술의 발전과 상대의 허를 찌르는 치밀한 작전의 승리였다. 실제 피해 규모는 우크라이나가 주장하는 41대보다는 적으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지만 우크라이나로서는 미사일 공격 플랫폼 상당수를 파괴함으로써 러시아의 공격 횟수 및 규모를 크게 줄인 것만으로도 큰 성과를 거둔 셈이다.
그러나 큰 성공에도 불구하고 전쟁의 흐름을 바꾸지는 못했다는 데 우크라이나의 고민이 있다. 러시아로서는 자존심이 상했지만 피해는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며 이번 공격으로 푸틴 대통령의 권력 장악력이나 전쟁 수행방식에 대한 의구심이 커졌다는 증거는 없다. 전쟁이 길어질수록 우크라이나의 전쟁 수행 역량은 고갈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가장 큰 어려움은 충분한 병력을 확보할 수 없다는 점이다. 미래를 위해 청년 세대의 징집을 꺼리면서 전선에 투입되는 우크라이나군의 평균 연령은 40대에 이르렀다. 현 상태에서 전쟁을 멈추는 것도 우크라이나 입장에서는 용인하기 어렵다. 무엇을 위해 엄청난 희생을 치렀느냐는 질문에 답을 하기 위해서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 등의 조치가 필요하지만, 유럽 국가들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각종 지원을 확대하는 것으로 달래기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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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오는 24~25일 네덜란드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는 우리에게 고민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정부로서는 여러 가지를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불참한다면 자유 진영에서 이탈하는 것으로 간주할 가능성이 있고, 참석한다면 러시아와의 갈등을 택한 것으로 여겨질 수 있기 때문이다. 참석하더라도 냉랭해진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관계를 고려해보면 우리가 실리를 찾을 여지는 크지 않을 수 있다. 중요한 점은 누구를 지지하고 누구를 반대한다는 이분법적인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직접 당사자가 아닌 우리 입장에서는 다차원적인 옵션을 통해 관련 이해당사자들을 이해시키고 상황을 관리하는 것이 최선일 것이다. 어렵지만 우리의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준영 법무법인 율촌 수석전문위원·글로벌 법률·정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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