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뉴섬 주지사 갈등 격화
뉴섬 "주방위군 투입 불법…제소할 것"
트럼프 "뉴섬 체포했으면 좋겠다"
캘리포니아 주정부가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발해 로스앤젤레스(LA)에서 발생한 시위에 주(州)방위군을 투입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개빈 뉴섬 캘리포니아 주지사를 향해 "체포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놓으며 양측의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LA 시위 사태를 계기로 차기 대선 민주당 잠룡인 뉴섬 주지사와 트럼프 대통령 간 정면충돌이 본격화되는 양상이다.
롭 본타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대통령이 권한을 남용하고 캘리포니아 주방위군을 불법적으로 동원한 것을 가볍게 여기지 않는다"며 트럼프 행정부에 대한 제소 방침을 밝혔다.
이번 사태는 캘리포니아 최대 도시인 LA에서 이민세관단속국(ICE)의 불법이민자 단속에 반대하는 시위가 지난 6일 시작돼 격화되는 가운데 발생했다. 시위대와 LA 경찰이 충돌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7일 2000명의 주방위군 투입을 지시했다. 시위가 나흘째 이어지면서 차량이 불에 타는 한편 경찰은 시위대에 최루탄과 섬광탄을 발사하고, 시위대는 경찰을 향해 돌, 유리병, 폭죽을 투척하는 등 양측 간 충돌이 심화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주방위군 투입을 놓고 이날 뉴섬 주지사는 즉각 반발하며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엑스(X·옛 트위터)를 통해 "우리는 소송을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주방위군에 대한 통제권은 국가적 반란 등 중대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주지사에게 있는데, 트럼프 대통령이 사전 협의 없이 주방위군을 투입한 건 불법이라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트럼프 대통령이 강경 진압으로 사태를 악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도 뉴섬 주지사에 대한 공세 수위를 높이며 맞대응에 나섰다. 그는 LA 시위 대응을 문제 삼아 뉴섬 주지사를 "체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취재진과 만나 '국경 차르'인 톰 호먼이 불법이민 단속 방해 시 뉴섬 주지사와 캐런 배스 LA 시장을 체포할 수 있다고 경고한 것과 관련해 "내가 톰이라면 그렇게 할 것"이라며 "멋진 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개빈은 형편없이 일했다"며 "그는 철저히 무능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미군이 LA에 해병대 700명 투입을 준비 중이라는 언론 보도와 관련한 질의에는 "상황을 지켜보겠다"고 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이날 자신이 만든 SNS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주방위군 투입은 "아주 훌륭한 결정이었다"고 밝혔다. 그는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난 폭력적이고 선동적인 폭동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만약 그렇게 하지 않았다면 LA는 완전히 초토화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매우 무능한 주지사 개빈 뉴섬과 시장 캐런 배스는 '트럼프 대통령님, 매우 감사합니다. 당신은 정말 훌륭합니다. 당신이 없었다면 우리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겁니다'라고 말해야 한다"며 "대신 그들(뉴섬 주지사와 배스 LA 시장)은 우리가 (주방위군 투입을) 필요로 하지 않았고 '평화로운 시위'였다고 주장하며 캘리포니아와 미국 시민들에게 거짓말을 하는 쪽을 택했다"고 비난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를 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민주당의 핵심 지지 기반인 캘리포니아에서 불법이민 단속이라는 주요 국정 의제를 전면에 내세워 정치적 기회로 삼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는 국정 추진 동력을 강화하고 지지층을 결집하는 동시에, 차기 대선에서 민주당 유력 주자로 꼽히는 뉴섬 주지사의 정치적 입지를 약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으로 풀이된다.
양측의 충돌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 여성의 스포츠 대회 참여를 문제 삼아 캘리포니아주에 대한 연방정부 지원을 제한하겠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과정에서 뉴섬 주지사를 '뉴섬(Newsom)'과 쓰레기를 뜻하는 '스컴(scum)'을 합쳐 '개빈 뉴스컴(Newscum)'이라고 칭하기도 했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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