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경제 회복, 첨단산업 육성이 핵심
비상계엄 이후 폐업한 소상공인도 지원 대상
만기연장·이자유예·원금감면 조건 검토
제4 인뱅, 중금리대출 전문 은행 역할하나
배드뱅크 설립 세부 사항 논의 중
첨단산업기금 최대 100조 현실화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청사진을 그릴 국정기획위원장과 경제정책 방향을 잡을 첫 정책실장 인선이 완료된 가운데 금융위원회는 발 빠르게 새 정부 업무보고 준비에 돌입했다. 업무보고 키워드는 '소상공인'과 '첨단산업 금융지원'으로 요약된다. 민생경제 회복과 첨단전략산업 육성 정책을 통해 '진짜 성장'을 지원하겠다는 방침이다.
10일 금융위에 따르면 권대영 사무처장과 금융정책과는 지난주부터 정부 공약집을 토대로 업무보고를 위한 정책 검토에 들어갔다.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이 밑그림을 그리고 김용범 정책실장과 소통하며 정책을 구체화할 계획이다.
소상공인 지원책으로 민생 회복…비상계엄 이후 폐업자도 대상
금융위가 대선 직후 가장 먼저 확인한 공약은 소상공인 금융정책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대선공약집에서 민생경제 관련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정책으로 가장 먼저 언급한 내용은 '금융부담 대폭 완화'이다.
이 대통령은 공약집에서 채무조정부터 탕감까지 코로나19 대출과 관련해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기존 정책과 어떻게 차별화를 둘 것인지가 관건이다. 금융위에 따르면 2020년 이후 자영업자의 대출 규모는 76조2000억원에 달한다. 올해 1분기 기준 만기 연장된 금액만 47조4000억원 수준이다.
현재 자영업자 채무조정 프로그램은 ▲소상공인 119 플러스(연체 전) ▲폐업자 저금리 분할 상환(연체 전) ▲새 출발기금(연체자) 등 3가지이다. 은행권에서 '상생 금융' 차원에서 자체적으로 대출 연체가 없는 차주를 위해 채무조정에 나서고 있다. 연체된 차주는 새 출발 기금을 통해 원금을 최대 90%까지 감면받을 수 있다.
연체 전 차주를 위한 '상생 금융'은 명칭을 바꿔 기존과 유사하게 은행권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할 가능성이 높다. 대출 연체 중인 자영업자를 위한 '새 출발기금'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관심이 쏠린다. 금융위는 올해 3월 새 출발기금 지원 자격을 확대한 바 있다. 원래 지원 대상은 2020년 4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창업한 자영업자였다. 경기 침체로 인해 폐업하는 자영업자가 급증하자 2024년 11월 사이 창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도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했다.
우선 지난해 12월3일 이후부터 대통령 선거 이전에 창업한 소상공인·자영업자까지 지원 대상을 확대할 것으로 예상된다. 공약집에서 비상계엄 여파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지원방안을 마련하겠다고 언급했기 때문이다.
제4 인뱅 소상공인 중금리 대출 창구 되나…배드뱅크 설립도 관심
금융위는 제4 인터넷 은행을 공약과 연결시킬 방법도 아이디어 차원에서 검토 중이다. 공약집에는 서민·소상공인 등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대출 전문 인터넷 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내용도 담겨있다. 인공지능(AI) 등을 활용해 여신심사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중저신용자 의무대출 비중을 상향하는 것이 주요 골자다.
금융위 관계자는 "공약 중 하나인 금융 취약계층을 위한 중금리 대출 전문 인터넷 은행 설립과 현재 심사를 진행 중인 제4 인터넷 은행을 어떻게 연결시킬지 고민 중"이라며 "다만 구체적인 윤곽은 정해지지 않았고, 새 정부의 국정 기조에 맞춰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경우 금융위가 올해 3월 발표했던 '저축은행 역할 제고 방안'과 차별화가 중요하다. 금융위는 당시 주요 내용 중 첫 번째로 중저신용자 금융 공급 역할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기존에는 사잇돌 대출의 70%를 신용하위 30%에게 공급했으나, 신용하위 50%로 범위를 확대했다.
이와 함께 배드뱅크 설립 관련 아이디어도 취합 중이다. 공약집에서는 민간 금융회사가 보유한 부실채권을 소각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대규모 펀드를 설치하겠다고 명시했다. 기금 규모와 참여 주체 등 세부 내용을 검토 중이다.
배드뱅크는 새로운 제도가 아니다. 노무현 정부 '한마음금융', 이명박 정부 '신용회복기금', 박근혜 정부 '국민행복기금' 등이 존재했다. 한마음금융은 원금의 33%를 탕감했지만 신용회복기금은 50%, 국민행복기금은 70%까지 탕감 규모가 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는 '새 출발기금'을 만들어 원금의 최대 90%를 감면과 장기분할 상환을 지원했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신용대출의 경우 헤어컷(부채탕감)은 보통 1~3%에 매각한다"며 "상환이 100%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채권에 대해 일정 가격을 받고 채권을 넘기는 것이므로 금융사 입장에서는 못할 것도 없지만 규모와 대상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트럼프 무역전쟁 대책…첨단산업에 최대 100조 금융 지원
첨단전략산업기금도 빼놓을 수 없는 정책 중 하나다. 금융위는 관계부처와 함께 올해 3월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신설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바이오, AI, 방산 등 미래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금융 지원책이다.
첨단전략산업기금 규모는 50조원이나, 연기금 등의 참여를 유도해 최대 100조원까지 확대될 수 있다. 반도체 금융지원 프로그램 미집행 금액(12조7500억원)과 정부보증채를 통해 50조원을 조달하고, 연기금과 민간 금융회사가 참여하는 방식이다.
지원 대상은 대기업부터 중견·중소기업이다. 반도체(AI) 분야가 첫 혜택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 대통령이 AI 분야에 대규모 투자를 강조했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도 제1호 공약으로 AI 3대 강국(G3) 실현을 밝히고, AI 반도체 설계 스타트업 퓨리오사AI를 방문하기도 했다. 실제로 이 대통령은 취임 이틀 만에 AI 미래기획 수석실을 설치했다.
다만 첨단전략산업기금이 출범하기 위해서는 국회의 협조가 먼저 필요하다. 기금 출범을 위해 산업은행법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국회 통과 등 절차가 남아있어서다. 오는 12일 열리는 국회 본회의에서 개정안이 처리되면 본격적으로 추진될 전망이다.
황윤주 기자 hy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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