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등 선진국, 여아 선호 현상 돋보여
인도·중국도 2020년대 남아 선호 약화
"미혼 남성 증가, 신붓값 관습도 영향"
한국 등 선진국에서 여아 선호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중국·인도를 포함한 개발도상국에서도 남아 선호 현상이 퇴조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7일(현지시간) "여아를 축복으로 여기는 부모가 늘어나는 현상이 인류사에서 처음으로 나타나고 있다"며 "성비 불균형이 극단적인 중국·인도 등 개도국에서도 최근 수년간 남아 선호 현상이 후퇴했다"고 보도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자체 분석과 유엔 등의 자료를 종합해 이 같은 결론을 냈다. 먼저 여성 태아의 연간 사망자 수는 지난 2000년 170만명으로 최다를 기록했고, 2015년에도 100만명을 넘었지만, 올해는 20만명으로 급감할 것으로 나타났다. 이코노미스트는 "초음파 검사가 보편화된 1980년대 들어 여성 태아 사망률이 급증했다"며 "남아 선호 현상이 거의 사라진 현재 태아 성비는 자연 비율로 돌아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자연적인 태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명이다. 수정 시에는 남녀의 비율이 1:1에 가까울 수 있지만, 임신 중 유산되는 경우가 여성 배아에 더 많아 출생 시에는 남아의 비율이 더 높아지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태아 성비가 자연 비율로 돌아간 대표적인 국가로는 한국이 꼽혔다. 지난 1990년대 한국에서는 여아 100명당 남아 116명이 태어났다. 당시 아들을 얻지 못한 부부의 출산 시도가 계속되면서 세 번째 자녀의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200명, 넷째의 경우 여아 100명당 남아 250명에 달했다. 그러나 선진국으로 분류된 현시점 한국에서 태아 성비는 여아 100명당 남아 105.1명 수준이다.
세계 1, 2위 인구 대국인 인도와 중국은 성비 불균형이 심각한 상황이다. 다만 남아 선호 현상은 2020년대 들어 다소 잦아들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에서 여아 100명당 남아 수는 2000년대 내내 117명 선을 유지했으나, 2023년 111명으로 감소했다. 인도의 경우 2010년까지 여아 100명당 남아 수가 109명까지 증가했다가 2023년 107명으로 줄었다. 방글라데시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지역에선 아직 출산하지 않은 여성의 자녀 성별 선호도에서 아들과 딸이 거의 동일하게 나타난다. 카리브해 연안과 일부 아프리카 국가의 태아 성비가 여아 100명당 남아 101명을 밑도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전반적으로 남아 선호 현상이 후퇴한 이유는 성별에 대한 인식 변화 때문"이라면서도 "중국에서 성비 불균형으로 나타난 미혼 남성 증가, 영국에서 보고된 남학생의 학업 성취도 저하, 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신붓값(매매혼 사회에서 신붓집에 제공하는 대가) 관습 등 여러 원인이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김성욱 기자 abc12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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