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정부 스페이스X 계약 모두 끊으면 심각한 지장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론 머스크를 정면으로 비판하고 머스크가 즉각 맞받아치면서 미국 우주 계획과 안보 사업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5일(현지시간) 자신의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올린 글에서 "우리 예산에서 수십억 달러를 아끼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일론의 정부 보조금과 계약을 끊는 것이다. 난 바이든(전 대통령)이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게 늘 놀라웠다"며 머스크와 맺은 연방정부 계약을 중단하겠다고 위협했다.
머스크도 즉각 반격했다. 본인의 소셜미디어 'X'에 "대통령의 계약 취소 발언에 따라 스페이스X는 드래건 우주선 철수를 즉시 시작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5일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버틀러에서 열린 선거유세 행사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당시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일론 머스크 스페이스X 및 테슬라 최고경영자(CEO)의 어깨를 두드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런 '상호 협박'이 실제로 실행된다면 미국 우주계획과 군사정보 수집에 큰 지장이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크루 드래건 우주선은 현재 국제우주정거장(ISS)에 사람을 실어 나를 수 있는 미국 내 유일한 우주선이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맺은 계약 규모는 약 49억 달러(6조6000억 원)에 달한다. 이 우주선이 중단되면 미국은 다시 러시아 소유즈 우주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미국은 2011년 우주왕복선을 퇴역시킨 뒤 10년 가까이 러시아 우주선에 의존해왔다. 2020년 스페이스X의 드래건 우주선을 통해서야 자력 발사가 가능해졌다.
머스크가 철수를 선언한 '크루 드래건'은 사람을, '카고 드래건'은 보급품을 ISS에 운반하는 용도로 쓰인다. 드래건은 민간 우주 관광 임무도 맡고 있다. 다음 임무는 인도·폴란드·헝가리 출신 우주인을 ISS에 보내는 '액시엄-4'로, 이달 10일 발사될 예정이다.
보잉의 대체 우주선 '스타라이너'는 기체 결함으로 미뤄져 당분간 드래건 외에는 대안이 없다. 스타라이너는 작년 6월 임무에서 결함을 일으켜 우주인들이 9개월간 ISS에 머무는 사고를 겪었다.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2000년 이래 스페이스X가 미국 국방부와 NASA에서 따낸 누적 계약 규모는 공개된 것만 따져서 220억달러(약 30조원)에 이른다. NASA는 미국 우주인을 달에 보내기 위한 계획으로 스페이스X와 40억달러(5조4000억원) 규모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별도로 지구 주변을 돌고 있는 우주실험실을 2030년까지 철거하는 8억4300만 달러(약 1조1400억원) 규모의 사업도 스페이스X에 맡겼다.
머스크는 최근 X에서 "스페이스X의 올해 매출은 155억달러(약 21조원)에 달할 것"이라며 "그중 NASA 계약이 11억 달러(약 1조5000억원)"라고 밝혔다.
스페이스X는 미국 국방부와도 밀접히 협력 중이다. 스타링크 위성망은 국방부와 계약을 맺고 있으며, 미국 농촌 지역 인터넷망에도 활용된다. 첩보 위성과 미사일 방어 체계 등 안보 분야에도 스페이스X의 역할이 크다.
워싱턴포스트(WP)는 최근 미국 우주군의 발사 계약 규모를 공개하며, 스페이스X가 60억달러(약 8조1000억원)로 1위, ULA(유나이티드 론치 얼라이언스)가 54억달러(약 7조3000억원), 블루오리진이 24억달러(약 3조3000억원)라고 전했다.
미 정부는 트럼프 위협에도 당장 머스크를 대체하긴 어렵다는 분위기다. 피터 헤이스 조지워싱턴대 우주정책연구소 연구원은 "머스크는 세계의 다른 모든 이들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위성을 발사했다"며 "그냥 '이제 당신이 마음에 들지 않으니 당신과는 함께 하지 않겠소'라고 말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블룸버그는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계약을 취소할 수 없고 계약 담당자의 절차적 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트럼프가 이미 발언한 상황이어서 법적 분쟁 가능성도 있다.
NASA 대변인 베서니 스티븐스는 "NASA는 우주의 미래에 대한 대통령의 비전을 계속 실행할 것"이라며 "우리는 우주에서 대통령의 목표가 달성되도록 하기 위해 업계 파트너들과 계속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최서윤 기자 sychoi@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