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산업화의 산증인' 이용만 전 장관
젊은 세대와 소통 위해 유튜브 채널 개설
2030 열광…20일 만에 구독자 1.9만 명
참전 용사, 전쟁 고아, 재무부 장관 등 특별한 이력의 '1933년생' 대한민국 최고령 신입 유튜버가 등장해 화제다. 재무부 장관, 은행감독원장 등을 지내며 '한국 산업화의 산증인'으로 불리는 이용만 씨(92)가 최근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며 젊은 세대와 소통에 나섰다.
이 전 장관은 지난달 16일 '이용만 해주세요'라는 유튜브 채널을 열고, 첫 영상 '92세 한국 최고령 유튜버 이용만을 소개합니다'를 공개했다. 영상 속 이 전 장관은 "저는 금년 92세가 된 신입 유튜버 이용만"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면서 "별로 볼 건 없을지 몰라도 최선을 다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그는 1991년부터 1993년 초까지 재무부 장관을 역임했으며, 그전에는 내각기획통제관실 사무관, 청와대 과장, 이재국장, 재정차관보, 외환은행장, 은행감독원장 등을 지낸 정통 경제 관료다. 촬영진의 자기소개 요청을 받고 화려한 경력을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술술 읊는 모습에 '남다른 이력의 신입 유튜브 클래스'라는 자막이 붙었다.
92세에 채널을 만든 이유를 묻자 "당신(촬영진)이 자꾸 하라고 하잖아"라는 돌발 발언으로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이내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 이야기를 유튜브로 남긴다고 해서 기록으로 남기는 의미에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6·25 전쟁 당시의 극적인 경험도 전했다. 북한 강원도 평강군 출신인 그는 17세에 한국전쟁이 발발하자 홀로 남하해 학도병으로 참전했고, 1951년 매복 작전 중 적의 총탄에 어깨와 척추를 맞고 생사의 갈림길에 섰다. "운 좋게 급소를 피해 살았다"며 "그날(1951년 5월 11일)을 제2의 생일로 여긴다"고 회상했다.
공직 시절 함께 일한 대통령 중 가장 인상 깊은 인물로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을 꼽으며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설명하는 상황실에 박 전 대통령이 매일 빠짐없이 참석했다"며 "경제 대통령이라 부를 만했다"고 전했다. 이 전 장관은 박정희 정권 시기 최장수 재무부 이재국장(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으로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의 실무를 담당하며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산증인이기도 하다.
채널은 개설 20여 일 만에 구독자 1만9000명을 넘기며 반응이 뜨겁다. 특히 시청자 3명 중 2명이 18~34세의 젊은 층인 것으로 나타났다. 힘든 시대를 온몸으로 겪어낸 어른의 진심 어린 조언과 직설적인 어투에 오히려 위로받는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5일 연합뉴스와 만난 이 전 장관은 "퇴물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게 뭐가 있겠느냐"고 쑥스러워하면서도 "20대 손주와 대화한다고 생각하며 유튜브에서 다양한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다"고 말했다. 총탄이 빗발치는 전장에서 만들어 먹었던 김치볶음밥 레시피, '멘토'였던 고(故) 남덕우 전 국무총리와의 일화까지 다양한 경험을 풀어낼 계획이다.
이 전 장관은 "배고프다는 감각을 모르는 후손들에게 할아버지가 옛날에 이렇게 살았다는 것을 말해주고 싶을 뿐"이라며, "아이 다섯을 대학까지 보냈지만, 입학식과 졸업식 한번 못 가보고 바쁘게 일했던 것들이 지금의 발전된 나라로 나타나는 걸 보면 기분이 좋다. 후손들이 건강하고 안정적으로 더 잘 살 수 있는 나라를 만들어놓고 가는 게 꿈"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은하 기자 galaxy65657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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