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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월가 새 경제용어, '타코'에 트럼프가 격분한 이유[AK라디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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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관세정책 번복 심화
'TACO' 조롱한 콘텐츠 급증
대미협상 타이밍 보다 신중해야





최근 미국 월가에서 '타코(TACO)'라는 신조어가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멕시코 음식 타코가 아닌,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오락가락하는 관세 정책을 비판하는 용어로 사용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기자회견장에서 이 용어를 사용한 기자에게 "무례하다"며 강하게 반발한 가운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는 트럼프 대통령을 조롱하는 영상들이 쏟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월가의 신조어 타코는 'Trump Always Chickens Out'이라는 영어 문장의 앞글자를 따서 만든 줄임말이다. 우리말로 풀이하면 '겁쟁이 트럼프는 늘 꽁무니를 뺀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이 용어가 월가에서 유행하게 된 배경은 트럼프 대통령의 일관성 없는 관세 정책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관세분쟁에서 관세를 145%까지 올렸다가 갑자기 협상이 타결됐다며 30%로 내리는 등 정책의 일관성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바 있다. 실제로 트럼프 대통령이 지금까지 엄청난 규모의 수입 관세를 발표했다가 다시 철회하고 번복한 경우를 집계해보니 50회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월가 투자자들은 처음에는 수입 관세 발표가 날 때마다 주가 폭락을 겪었다. 특히 수출 대형주들의 경우 앞으로 수출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공포 심리가 컸다. 하지만 며칠 지나면 다시 번복하는 패턴이 반복되면서 이제는 관세 정책 발표를 해도 시장이 별로 움직이지 않게 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관세 정책을 발표해도 어차피 번복할 것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투자자들은 심하게 겁을 먹을 필요 없이 조금만 기다리면 주가가 회복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관세정책은 '타코'라고 놀릴 대상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자신의 노력 덕분에 미국 경제가 좋아지고 있다며 적극적으로 해명하고 있다. 무서워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국가를 위한 협상으로 해석해야 하며, 미국의 많은 투자를 이끌어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전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풍자한 일명 타코(TACO) 티셔츠. 아마존 홈페이지

미국 온라인 쇼핑몰에서 판매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정책을 풍자한 일명 타코(TACO) 티셔츠. 아마존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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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미국 SNS에서는 이미 조롱거리로 상당히 확산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닭 모습으로 분장한 사진, 타코를 먹고 있는 사진, 타코 음식 위에 트럼프 대통령 얼굴을 붙인 합성 사진 등 셀 수 없이 많은 콘텐츠들이 매일 쏟아지고 있다. 심지어 트럼프 대통령 사진 위에 '타코'라고 글자를 쓴 티셔츠까지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의 대선 구호였던 'Make America Great Again'을 'Make TACO Great Again'으로 바꾼 상품들이 아마존 등 온라인 쇼핑몰에서도 많이 판매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그동안 트럼프 행정부의 일방적인 관세 정책에 대한 미국인들의 불만이 굉장히 많이 쌓인 결과로 분석된다. 관세 전쟁과 맞물려 물가가 상승하면서 서민들의 고통이 심했던 만큼, 이런 반작용이 나오는 것으로 보인다.


한편 미국 국제무역법원은 트럼프 행정부의 상호 관세 정책이 지나치다며 제동을 걸고 있다. 지난달 28일 국제무역법원은 관세를 부과할 배타적 권한은 행정부가 아닌 의회에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이 국제비상경제권한법을 근거로 시행한 상호 관세 명령은 의회 비준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철회를 명령했다.


트럼프 행정부는 즉시 항소했고, 연방 항소법원은 국제무역법원 판결의 효력 정지를 결정했다. 2심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는 상호 관세 정책이 유지되지만, 최종 결정은 연방 대법원에서 내려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미국 연방 대법원은 총 9명 중 보수 성향 대법관이 6명으로, 대부분 트럼프 대통령이 임명한 인물들이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유리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지만, 이 정책 자체의 파급력이 워낙 컸기 때문에 어떤 판결을 내릴지는 미지수다.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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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인 트루스 소셜에서 법원이 관세에 대해 반대하는 판결을 내리면 다른 나라들이 오히려 유리하게 되고, 이는 미국의 경제적 파멸을 의미한다며 법원을 압박하고 있다. 만약 상호 관세 정책이 법원에서 부결될 경우에도 트럼프 행정부가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케빈 해싯 백악관 국제경제위원회 위원장도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법원이 상호 관세 조치에 제동을 건다고 해도 다른 방안을 찾을 수 있다고 발언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정책과 관련해 대내 정치적 압박이 세질 경우, 오히려 대외 대결 모드를 만들어 국내 정치 상황을 역이용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과 중국 간 관세 분쟁이 재점화될 위험성이 제기되고 있으며, 최근에는 수입 철강 관세를 25%에서 50%로 올리겠다는 발표도 있었다.


통상 정책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안정성인데, 불확실성이 계속 커지면 미국 경제 자체도 흔들릴 수 있다는 분석이다. 정부가 양치기 소년처럼 정책을 번복할 경우 시장에서 정책을 신뢰하지 않게 되고, 결국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 관세 정책을 통해 얻어내려는 대미 투자 확대와 리쇼어링 정책 자체가 어그러질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다른 국가들의 관점에서도 미국 정부가 계속 정책을 번복하고 불확실성을 키우면, 중국을 비롯해 유럽이나 다른 나라들이 연대해 대미 협상에 소극적으로 나서며 시간 끌기 전략으로 나설 가능성도 있다. 한국을 비롯해 협상을 준비 중인 나라들 입장에서는 대미 협상 타이밍과 전략을 지금보다 신중하게 검토해야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현우 기자 knos84@asiae.co.kr
이경도 PD lgd012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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