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정부-구글 반독점 소송과정서 오픈AI 극비문서 공개
"챗GPT, 올해 상반기 챗봇 넘어 슈퍼 비서로 발전"
오픈AI가 현재 수준의 인공지능(AI)을 넘어서 사람처럼 사고하는 AI인 'AGI(일반인공지능)' 시대에 성큼 다가가고 있다. 오픈AI의 챗GPT를 올해 상반기 '슈퍼 비서(Super Assistant)'로 발전시키겠다는 방침이 공개됐다. 기존의 챗봇 수준을 넘어 사용자와 인터넷을 자연스럽게 잇는 비서 역할을 하겠다는 목표다.
5일 IT 전문매체 더 버지에 따르면 오픈AI가 지난해 12월 작성한 내부 전략 문서에 이 같은 내용이 담겼다. 오픈AI는 '챗GPT : 2025년 상반기 전략(ChatGPT: H1 2025 Strategy)'이라는 제목의 이 문서를 극비(Highly Confidential)로 분류했다. 이 문서는 미국 법무부와 구글이 진행 중인 반독점 소송 과정에서 내용 일부가 가려진 채 공개됐다.
오픈AI는 챗GPT가 지금도 챗봇 이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모르는 걸 물어보거나 글쓰기 도움을 받는 등 일상적인 활용을 넘어 개발자들이 코드를 짜거나 전문 데이터를 분석할 때처럼 전문적인 작업에서도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어 올해 상반기 중 챗GPT를 '슈퍼 비서'로 발전시키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단순히 업무를 보조하는 걸 넘어 이용자의 행동과 관심사를 이해하고, 이용자가 컴퓨터로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도울 수 있는 수준으로 발전시킨다는 의미다. 그러면서 보고서 작성 시점에 공개됐던 오픈AI의 추론형 모델 'o3'가 슈퍼 비서의 역할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해졌다고 평가했다.
오픈AI는 슈퍼 비서를 'T자형 기술'을 가진 지능형 비서로 정의했다. T자형은 넓은 분야의 지식을 갖춘 동시에 특정 분야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는 것을 뜻한다. 오픈AI는 AI 분야에서의 T자형 기술에 대해 "일상 작업을 위한 기술과 사람들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는 수준의 어려운 작업을 위한 고도의 전문 지식을 모두 갖추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비서를 표방하는 만큼 챗GPT 홈페이지나 앱을 비롯, 애플의 음성비서 서비스 시리(Siri) 등 다양한 플랫폼에서도 이용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AI 에이전트 시장의 경쟁에서 챗GPT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고도 평가했다. 오픈AI가 경쟁 상대로 언급한 AI 서비스들은 클로드(앤스로픽), 제미나이(구글), 코파일럿(마이크로소프트), 메타AI(메타) 등이 있다. 오픈AI는 "챗GPT는 이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안심할 수만은 없다"면서 "우리는 최고의 무료 모델과 사용자 인터페이스(UI), 강력한 브랜드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슈퍼 비서로의 진화가 본격화된 이후로는 경쟁 상대의 범위가 더 넓어질 것이라고도 예측했다. 이용자의 모든 작업을 돕게 되는 만큼, 검색 엔진이나 플랫폼 기업, 실제로 사람들을 만나는 것까지도 경쟁 상대가 될 것이라고 봤다. 오픈AI는 확대된 경쟁에서 사용 사례를 늘려가며 가며 사용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을 강조했다. 챗GPT가 광고 수익이 아닌 구독료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AI를 설계할 때 유연성을 가질 수 있다고도 했다.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처럼 운영체제(OS)와 검색엔진을 가진 빅테크들이 사용자들에게 AI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이들 기업은 안드로이드(구글), iOS(애플), 윈도우(MS) 등 점유율이 높은 OS를 가지고 있는데, 이들은 각자의 AI 서비스를 OS에 기본 탑재하고 있다. 구글과 MS는 검색엔진에서도 자사 AI 서비스만을 활용하고 있다. 오픈AI는 이들을 겨냥해 "사용자들은 자신의 AI 어시스턴트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사용자에게 공정한 대안을 제공하지 않고 자신들의 AI를 강요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한편, 오픈AI는 이 보고서에서 올해 챗GPT에 강력한 위협이 될 AI 서비스를 특정해 언급했지만, 해당 부분은 가려졌다. 올해 상반기 실행할 세부 전략을 다룬 부분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이명환 기자 lifehw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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