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3 비상계엄으로 촉발된 21대 대선이 새로운 대통령의 탄생으로 마무리됐다. 이제는 혼란을 끝내고 안정을 찾아가야 하는 시기이다. 하지만 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있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다. 김문수 전 국민의힘 대선후보가 패배를 인정하고 당사를 떠날 때 이들은 "부정선거" "대선 불복"을 외치며 자신의 의견을 굽히지 않았다. 혼란의 불씨가 여전히 살아있는 것이다.
부정선거를 주장하는 이들이 이번 선거에서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하는 부분은 사전투표다. '대선 보이콧'을 주장해 온 한 유튜버는 사전투표는 부정선거라며 자신의 지지자들에게 본투표 참여를 독려했다. 그것도 무릎을 꿇고 울면서 말이다. 사전투표 직후 사퇴한 한 후보는 "선거가 아니라 사기"라며 부정 선거론을 주장했다. 여기에 이 후보가 주도한 단체는 사전투표 감시를 자처하며 투표소에서 소란을 벌이다 선거관리 관계자들과 마찰을 빚기도 했다.
사전투표 음모론의 가장 주된 주장은 진보 진영의 사전투표 득표율이 본투표에 비해 과하게 높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21대 총선에서 가장 높은 사전투표율을 기록한 서울 종로구의 경우 총 4만7200명이 참여한 사전투표에서 이낙연 후보와 황교안 후보가 각각 3만943표와 1만5108표를 얻었지만, 본투표의 경우 4만8039명이 참여해 각각 2만3959표와 2만2486표를 얻었다. 비슷한 수의 유권자가 투표했는데 표 차이가 너무 난다는 것이 부정 선거론자들의 주장이다. 하지만 이는 사실이 아니다. 사전투표의 결과와 본투표의 결과가 비슷해야 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성립되지 않는 가정을 내세워 그것에 끼워 맞춘 것에 불과하다.
이와 함께 서울·경기·인천의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 후보의 시도 평균 득표 비율이 일정하게 63%대 36%의 비율을 보였다며 이를 부정선거의 증거라고 주장하는 의견도 있다. 하지만 이것도 사실과 다르다. 이 같은 주장은 양당 후보의 득표율로만 가지고 끼워 맞춰 계산한 것에 불과하다. 양당의 제외한 정당의 후보와 무소속 후보까지 포함하면 서울은 61.31%: 34.55%: 4.14%, 인천은 58.82%: 33.91%: 7.27%, 경기는 60.68%: 34.76 : 4.56%라는 전혀 다른 숫자가 나온다. 보고 싶은 것만 본 것이다.
투표함 속에서 빳빳한 투표용지가 발견됐다는 일명 '형상기억종이'도 말도 안 되는 주장이다. 이 글을 쓰는 기자도 기표에 사용한 인주가 다른 곳에 묻어 나올 것을 염려해 투표지를 완전히 접지 않고 투표함에 넣는다. 또한 관외 사전투표의 경우 회송용 봉투에 담은 후 투함을 하기 때문에 투표용지가 작을 경우 굳이 투표용지를 접을 필요가 없다.
이 외에 수많은 부정선거 주장이 나왔지만 그간 법원은 한 건도 받아들이지 않았다. 부정선거 음모론에 따르면 투표에 관련된 수많은 인원과 사법부까지 모두 장악한 세력이 부정선거를 진행했다는 말이 된다. 이 정도의 장악력을 가진 세력이 굳이 선거할 이유가 있을까.
부정선거 음모론, 특히 사전투표 음모론은 오히려 그들이 지지한 세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만 가져온다. 나와 반대 진영 사람들은 3일간 투표하는데 우리 세력이 본투표일 당일에만 투표한다면 어느 쪽이 유리한지는 자명하다. 본인의 진영이 선거에서 승리하기를 바란다면 부정선거 주장보다는 정책과 비전을 알리는 데 더 집중하길 바란다. 노름판의 상황이 마음에 안 든다고 '파투'를 내도 그 판의 판돈이 당신에게 돌아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성기호 기자 kihoyey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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