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 OECD 평균 회복·고령층 고용 확대에
생산성 증가율 0.5%P↑ 담은 구조개혁 시
성장률·실질금리 2025~2070년 연평균 1%P 높여
초고령화 사회에 진입한 우리나라가 인구와 생산성 부문에서 구조개혁에 나서면 실질금리와 경제성장률을 당장 올해부터 2070년까지 연평균 각각 1%포인트 높일 수 있다는 한국은행의 분석이 나왔다. 구조개혁은 저성장 우려를 완화할 뿐 아니라 한은의 핵심 역할인 통화정책 운영에서도 운신의 폭을 키울 것이라는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 일성으로 비상경제대응을 통한 '경제 살리기'에 나서겠다고 강조한 상황에서 성장률 회복을 위해 구조개혁이 절실하다는 한은의 목소리는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구조개혁, 성장률·실질금리 2025~2070년 연평균 1%P 높인다
4일 이재원 한은 경제연구원장·황인도 금융통화연구실장 등이 발간한 중장기 심층 연구 '초고령화에 따른 통화정책 여건 변화와 시사점'에 따르면 출산율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1.58명)으로 점차 회복되고 고령층 고용이 확대되며 생산성 증가율이 0.5%포인트 상승하는 구조개혁이 실현될 경우, 실질금리와 성장률은 2025~2070년 연평균 약 1%포인트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나라는 지난해 말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초과하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다. 2045년에는 OECD 국가 중 고령인구 비중이 가장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황 실장은 "고령화는 성장 둔화와 실질금리 하락, 금융기관 건전성 저하 등 통화정책 운용 여건에 구조적 변화를 초래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실질금리 하락은 금리정책 운신의 폭을 줄인다. 성장 활력과 금융안정 기반이 동시에 약화할 경우 정책목표 간 상충이 심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개방경제 생애주기모형 분석 결과, 고령화는 노동력 감소를 통해 성장률을 낮추는 동시에 투자 둔화와 저축 증가를 통해 실질금리를 하락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를 들어 출산율과 기대수명이 1991년 수준(1.71명, 72.2세)으로 유지됐다면 2024년 기준 균형 실질금리는 현재보다 약 1.4%포인트 높았을 것이란 얘기다. 향후 인구추계를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에서도 고령화는 성장률과 실질금리에 지속적인 하락 압력을 가할 것으로 조사됐다.
물가는 소폭 내릴 것으로 전망됐다. 황 실장은 "고령화는 2025~2070년 중 우리나라 물가상승률에 연평균 0.15%포인트의 하방 압력을 가할 것으로 분석됐다"며 "다만 탈세계화, 공급망 재편, 기후변화 등 물가에 상방 압력을 가하는 구조적 요인들도 있어, 장기적으로 물가 방향성은 불확실성이 크다"고 짚었다.
금융안정 기반은 약화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OECD 회원국 7148개 은행의 27년간의 패널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고령화는 자기자본비율을 하락시키고 은행 부도 위험을 높였다. 수익성 악화와 이에 따른 고위험·고수익 사업 기회 추구 때문이다. 특히 부동산 중심의 대출구조를 지닌 금융기관일수록 그 부정적 영향이 컸다.
고령화 따른 구조적 변화, 실물·금융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방법은
보고서는 고령화에 따른 구조적 변화에는 단기 처방이 아닌 실물·금융 부문의 기초체력을 강화할 구조개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저성장 흐름이 지속되면 완화적 통화정책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커질 수 있다"면서도 "구조적 요인에 따른 저성장에 대해 총수요 조절과 같은 단기 정책으로 대응하는 것은 효과가 제한적"이라고 지적했다. 오히려 금융 불균형 등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는 것이다.
먼저 고령화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선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확대와 고령층의 계속 고용을 지원해야 한다고 짚었다. 황 실장은 "청년층의 고용·주거·양육 여건을 실질적으로 개선해 출산율 회복을 도모해야 한다"며 "경제 전반의 생산성 향상을 위해 기술혁신을 촉진하고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금융 부문에서는 부동산 중심의 대출구조를 지닌 곳에서 고령화의 부정적 영향이 크게 나타난 점을 고려할 때, 부동산 금융에 대한 대출의존도를 점진적으로 축소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대외 가격변수에 민감한 금융시장 구조를 고려, 원화의 수요 기반을 확대하고 외환시장의 안정성과 복원력을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황 실장은 "이런 구조개혁은 실질금리와 성장률을 높여, 통화정책의 운신 폭을 넓히고 금융안정 기반을 강화하는 데 기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바뀐 여건에서 통화정책의 실효성을 제고하기 위한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봤다. 황 실장은 "고령화에 따른 정책 여건 변화에 맞춰 공개시장 운영 환경을 지속해서 정비하고, 정책 커뮤니케이션을 정교화해 시장 기대를 효과적으로 관리해야 한다"고 짚었다. 이어 "통화정책과 거시건전성 정책의 적절한 공조를 통해 정책의 실효성을 높여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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