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원 패키지여행 상품 '불티'
비즈니스 항공권·최고급 호텔 등 제공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하이엔드(고급)형' 패키지여행 상품은 나 홀로 활황을 누리는 모습이다. 가격이 비싸도 편안하고 특색있는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들이 늘면서 수천만원대 '초고가' 패키지 상품들이 잇달아 매진되고 있다. 숙소·식사·가이드를 포함한 전반적인 여행 구성이 고급화된 서비스로 꾸려져 '돈값'을 한다는 평가다.
남미 4개국을 18일간 이용하는 일정의 한 패키지여행 상품은 1인당 2790만원부터 시작, 출발 시기에 따라 가격이 3000만원까지 올라간다. 그런데도 오는 10월부터 내년 3월까지 예약 일정이 거의 꽉 차 있다. 이렇듯 그동안 '가성비'로 여겨지던 패키지여행이 적게는 2000만원에서 많게는 1억원에 육박하는 '초고가' 상품으로 변화하면서 인기를 끌고 있다.
초고가 패키지여행 상품은 기존의 '단체여행'과는 개념부터가 다르다. 여행사가 일정 인원 이상을 모집해야 출발을 확정하는 단체여행과 달리 연인이나 가족 등 2~4명의 고객만 있어도 출발이 가능하다.
롯데관광개발이 지난 4월 내놓은 골프 패키지 상품이 대표적이다. 4명을 한 팀으로 팀당 1억8000만원의 초고가 골프 여행 상품이다. 1인당 4490만원에 달하는 비용이지만 3팀이 이 여행을 떠났다. 3팀의 판매액만 무려 5억4000만원에 달한다.
미국 골프대회 '마스터스 토너먼트'를 직접 관람하는 일정이 인기를 끌면서 모객에 성공했다. 이 대회는 일반 골프대회와 달리 한정된 패트론(관람객)에게만 입장권을 판매해 관람이 어렵기로 유명하다. 여행 일정에는 현지 골프클럽 두 곳에서 네 번의 라운딩도 포함돼 있다.
롯데관광개발 관계자는 "남미 패키지는 올해부터 하이엔드 비즈니스 상품으로 변경되면서 예약률이 대폭 높아졌다"며 "마스터스 토너먼트 골프 상품도 지난해에는 한 팀만 신청했는데 올해는 세 팀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모두투어도 프리미엄 상품을 취급하는 브랜드 '모두시그니처'를 운영하고 있다. 지난 4월 모두투어 시그니처 판매 비중은 전체의 31%로 지난해 같은 달 대비 약 16%포인트 증가했다. 모두투어는 이 비중을 연말까지 40% 이상으로 확대할 방침이다.
또 5성급 이상의 최고급 호텔에 노팁과 노옵션, 노쇼핑을 보장하는 '모두시그니처 블랙'도 운영하며 나아가 신규 프리미엄 브랜드로 호화 크루즈(유람선), 아프리카·유럽 특수지역 등을 여행하는 '하이클래스'를 선보였다.
대표적으로 오는 9월 출발하는 아프리카 3국을 13일간 여행하는 상품은 2700만원대다. 아프리카 출발·도착 항공편을 포함해 4구간 항공편 모두 비즈니스 좌석이며 끝없는 초원이 펼쳐진 세렝게티 국립공원에서 열기구투어 등 특색있는 경험을 제공한다.
하나투어도 하이엔드 맞춤 여행 브랜드 '제우스월드'를 운영 중이다. 모든 일정이 고객이 설계하는 오더메이드 상품이며 단독가이드 일정으로 진행된다. 올해 1분기 예약 인원은 지난해 동기 대비 16%, 판매 금액은 31% 각각 증가했다.
최고가 상품으로는 지중해와 동유럽을 롱스테이(오랜 기간) 여행하는 단독 맞춤형 상품으로 인당 9500만원을 기록했고 이집트와 요르단을 일주하는 단독 맞춤형 상품도 인당 5400만원에 달했다.
이처럼 가격이 비싸도 편안하고 특색있는 경험을 할 수 있는 여행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여행사들은 고가 상품 판매 비중을 늘리고 있다. 하나투어 관계자는 "코로나 팬데믹(감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이후 여행업계가 회복하는 과정에서 하이엔드 여행 상품이 가장 빠른 회복세를 보였다"며 "앞으로도 성장 가능성이 있는 신규 목적지를 발굴하는 등 상품 다각화에 힘쓰고 있다"고 전했다.
서지영 인턴기자 zo2zo2zo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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