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샤넬코리아를 압수수색한 이후 김건희 여사의 수행비서가 받은 샤넬 백의 구매 이력이 확인되면서, 명품업계의 고객 정보 수집과 관리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앞서 검찰은 김 여사의 수행비서가 '건진법사' 전성배씨로부터 샤넬 가방을 받은 뒤 두 차례 다른 모델로 바꾼 사실을 확인했다. 김 여사의 수행비서는' 핸들 장식의 플립백(802만원)' '클래식 라지 플립백(1271만원)'을 받아 각 85만원, 800만원을 추가로 지불한 뒤 다른 가방으로 바꿔 간 것으로 파악된다. 검찰은 이러한 가방의 유통 이력을 시리얼넘버를 통해 추적했다.
샤넬·에르메스·롤렉스 등 고가 명품 브랜드들은 대부분의 제품에 고유식별번호(시리얼넘버)를 부여하고, 고객 등록을 통해 언제·어디서·누가 구매했는지 정보를 기록하고 있다. VIP(Very Important Person) 고객을 관리하고, 리셀(중고 거래)과 위조품 유통을 막기 위해서다. 하지만 이렇게 수집된 정보가 고객의 개인정보와 결합돼 관리되는 만큼 최근 명품브랜드에서 발생한 정보 유출 사고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명품 매출의 절반, VIP 고객에서 발생
1일 명품업계에 따르면 주요 명품 브랜드의 매출 절반 이상은 상위 5~10% VIP 고객에게서 나온다. 이 때문에 브랜드들은 고객의 구매 이력, 선호 제품, 체형, 스타일, 사회적 위치 등을 파악해 '맞춤형 응대'에 나선다.
수집한 정보를 활용해 명품 브랜드들은 생일이나 기념일 이벤트에 맞춰 맞춤형 선물을 보내는 등 밀착 서비스를 제공한다. VIP 취향과 사이즈에 맞는 제품이 들어왔을 경우 미리 VIP들에게 해당 소식을 알려 구매 우선권을 제공하기도 한다. 또 비공개컬렉션(신제품 선공개)이나 전시회 등 초청권도 제공한다. VIP들이 구매한 제품 외에 서비스를 통해 만족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브랜드들은 이를 통해 고객 이탈을 막고 충성도를 높이려는 전략이다.
고객 데이터는 마케팅을 넘어 위조품 감별과 중고시장 관리에도 사용된다. 시리얼넘버나 스티커 혹은 칩을 부착해 제품이 중고 시장에 나왔었는지, 나아가 현재는 이 제품이 누가 사용 중인지를 대략 짐작할 수 있어서다. 고급 명품브랜드인 에르메스와 샤넬의 경우 가방에 고유의 시리얼넘버를 확인할 수 있는 스티커나 스탬프 등이 부착돼 있다. 해당 시리얼넘버를 입력하면 이 제품이 어디 매장에서 누가, 얼마에, 어떻게 구매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롤렉스, 카르티에 등 시계 주얼리 업체들은 시리얼넘버를 더 엄격하게 관리한다. 최대 수억 원에 달해 도난에 취약한 만큼 시리얼넘버와 구매자를 일치시켜 제품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다만 정교한 짝퉁의 경우 칩까지 똑같이 복제해 정품 구별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다.
디올·티파니 정보 유출 "수개월 지나 알렸다"
하지만 이처럼 수집된 정보는 고객 맞춤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동시에 유출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문제로 지적된다. 명품 브랜드의 데이터 수집이 일종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위한 전략이라 해도 그만큼 정보 보호에 대한 책임도 커지는 셈이다.
명품 브랜드에서 실제 유출 사고도 발생했다. 루이뷔통모에에네시(LVMH) 그룹 산하 브랜드인 디올과 티파니에서 최근 고객 정보가 무더기로 유출된 것이다.
디올과 티파니에서 최근 고객 정보 유출 사태가 발생했다. 디올은 지난 7일 고객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올해 1월26일 제삼자가 고객 데이터에 접근한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름, 휴대전화, 이메일, 주소, 경칭(사회적 신분), 구매 상품, 선호 상품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디올 측은 금융 관련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해명했지만 수개월이 지난 뒤 정보가 유출된 사실을 알려 큰 비난을 받기도 했다.
티파니 역시 고객 구매 이력과 수선 요청, 문의 명세를 확인할 수 있는 고유번호가 개인정보와 함께 유출됐다는 뒤늦게 알렸다. 현재 디올과 티파니 모두 해킹 주최나 경로에 대해선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객 관리를 그룹 본사에서 안전하게 관리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국내에 소수 인력으로 들어와 있기 때문에 정보 보완 공격에 취약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