⑮가전 비용 부담에 구독 서비스 확산
낮은 초기 비용에 무상 수리도 가능
다음 달 결혼을 앞둔 예비 신부 김은경씨(31)는 에어컨 구독 서비스를 이용하기로 결정했다. 그는 "본가에 있는 에어컨이 고장 나서 서비스를 접수했더니 수리비가 40만원이 넘는다고 하더라"며 "에어컨은 필터 청소나 교체를 자주 해야 해서 은근히 손이 많이 가는 가전 중 하나인데 관리를 제대로 할 자신이 없어서 구독을 택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혼 준비로 지출이 많은 상황이라 월 몇만 원씩 내는 구독 서비스를 우선 활용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가전업계가 내놓은 '가전 구독 서비스'에 예비부부들의 수요가 이어지면서 8일 결혼 정보 커뮤니티에도 가전 구독과 관련한 글들이 잇달아 올라오고 있다. 한 예비 신부는 "결혼 준비하면서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에어컨까지 한 번에 마련하려니 부담이 크다"고 토로했다. 이에 한 누리꾼은 "여유가 된다면 직접 구매하는 게 가장 좋겠지만, 현실적으로는 경제적 부담이 크지 않느냐"며 "정수기나 식기세척기처럼 손이 많이 가는 가전은 구독이 괜찮은 선택일 수 있다"고 조언했다.
한국소비자원이 공개한 결혼식 준비 평균 비용은 2100만원 이상이다. 예식만으로도 큰 비용이 들어가는 상황에서 혼수 가전까지 한꺼번에 마련하는 것은 부담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어 '가전 구독 서비스'가 실용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는 것이다. 또 정기적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가전제품에 예기치 못한 수리비 부담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구독 서비스 만족도도 높아지고 있다.
가전 구독은 소비자가 월 단위로 비용을 지불하며 제품을 사용하는 방식이다. 낮은 초기 비용에 필터 교체, 무상 수리 등 다양한 관리 서비스가 포함돼있다는 점에서 단순 대여 서비스와는 차별화된다. 다만, 구독의 경우 장기적으로 직접 구매보다 더 많은 비용이 들 수 있다는 점은 고려해야 한다. 예를 들어 LG전자의 '휘센 오브제컬렉션 쿨' 에어컨(싱글형) 정가는 266만원이다. 이 제품을 6년간 구독할 경우, '라이트 플러스' 서비스 이용시 월 구독료는 5만8900원이며, 분해 세척을 포함한 '프리미엄' 서비스를 선택하면 월 6만8900원을 지불해야 한다.
가전업계의 구독사업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LG전자는 2009년 정수기 대여 사업을 시작으로 2022년부터 대형 가전으로 범위를 넓혀 본격적인 구독 서비스에 나섰다. 올해 1분기 구독 사업 매출은 56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나 상승했다. 최근에는 올여름 폭염을 앞두고 에어컨 구독 고객 수가 전년 대비 2배 이상 늘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2월부터 'AI 구독클럽'이라는 이름으로 TV, 냉장고, 세탁기, 건조기 등 주요 가전에 대한 구독 서비스를 선보였다. 올해 1~2월 누적 기준 'AI 구독클럽'은 2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기록해 올해 구독사업으로 1조원 매출 달성도 가능할 것이란 기대를 갖고 있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가전을 포함한 국내 구독 시장 규모가 2020년 40조원에서 올해 100조원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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