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연초 "SOC예산, 상반기 70%집행"
가덕도 등 주요 SOC 프로젝트 속도 더뎌
정부가 지역경제·건설경기 회복을 명분으로 올해 상반기에 사회간접자본(SOC) 관련 예산을 70% 쓰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집행은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방 미분양·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등이 불거지면서 민간 발주가 주춤한 터라, 재정을 마중물 삼아 회복의 단초를 마련하겠다는 심산이었다. 그러나 현재까지 집행 결과는 신통치 않았다는 얘기다. 대선 후 새 정부가 들어선 이후 예산 조정 가능성이 있는 만큼 집행 속도를 끌어올릴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연내 집행 불투명해진 가덕도 6000억 예산
국토교통부가 매달 집계하는 세출예산 운용상황을 보면, 부산 가덕도신공항 건설 명목으로 올해 들어 지난달까지 지출한 예산은 3143억원 정도다. 지난해 이월돼 올 한해 이 사업으로 잡힌 전체 예산이 9777억원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32%가량 썼다.
그러나 올해만 6000억원 이상 예산을 편성했던 부지조성공사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당초 공사를 맡겠다는 곳이 현대건설 컨소시엄(이하 현대건설)뿐이라 수의계약을 추진했는데, 공사 기간을 늘려야 한다고 요청하면서 입찰부터 다시 진행해야 할 처지다.
국토부는 관련 법령에 따라 최근 가덕도 부지공사 설계심의위원을 꾸렸다. 그런데, 업계에서는 재입찰을 거치더라도 마땅히 참여할 만한 곳이 없을 것으로 본다. 이 과정을 빨리 진행한다고 해도 연내 공사를 시작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가덕도신공항은 총사업비만 13조원이 넘는 초대형 국책사업으로 국토부 소관 개별 SOC 사업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한 당국자는 "공항이나 도로, 철도 등은 교통시설 특별회계로 같이 묶여, 전체 재원이 한정돼 있다"면서 "가덕도 공사로 공항 예산을 늘리면서 다른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또한 신안산선 복선전철과 관련한 올해 예산은 2655억원(이월액 포함)인데, 정부는 이 중 638억원을 썼다. 24% 수준이다. 이 사업은 민간투자사업으로 정부 예산 대부분은 민간자본보조 명목으로 지출될 예정이었다. 지난달 광명 쪽 공구에서 붕괴사고가 나면서 사고조사 등을 위해 작업이 중단된 상태다. 사고원인을 살피고 복구까지 적잖은 기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공공 발주 건설기성, 4년만에 7조원↓
예산 집행이 부진한 사업은 수두룩하다. 포항~영덕 고속도로(예산 2043억원, 집행률 2%), 새만금신공항(942억원, 0%) 등은 공사가 중단됐거나 아직 본격적으로 사업을 추진할 여건이 안돼 집행이 저조한 상태다. 포항~영덕 고속도로는 2016년 착공해 대부분 공구에서 70~80%가량 공정을 진행했으나 공사 도중 문화재가 나와 준공 시기가 늦춰졌다. 당초 올 연말이면 가능할 것으로 내다봤으나 현재로선 개통시기를 특정하기 쉽지 않다.
2022년 기본계획을 확정한 새만금신공항은 시민단체로부터 기본계획 취소 소송이 제기돼 있다. 올 하반기 선고가 나올 것으로 예상된다. 새만금신공항은 앞서 지난해에도 예산을 다 못 써 이월된 금액만 300억원이 넘는다. 본지가 국토부 소관 사업 가운데 건설공사를 수반하는 대형 SOC 프로젝트 상위 10건의 집행률을 따져보니 39% 수준으로 집계됐다.
통계청 건설경기동향조사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기준 공공기관 발주 건설기성액은 6조8939억원으로 집계됐다. 건설기성액은 실제 공사를 하고 건설사가 받은 자금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7% 감소했다. 공공 발주 건설기성액이 분기 기준 7조원 아래로 떨어진 건 2021년 이후 4년 만이다.
대형공사 줄줄이 유찰…사업지연 한몫
주요 SOC 사업이 제 속도를 내지 못하는 건 어수선한 정국이 이어진 데다 사업계획 변경, 사고 등 사업마다 다양한 요인이 맞물린 결과다. 공공공사 사업비가 여전히 낮은 수준인 것도 사업 속도를 높이지 못하는 이유로 꼽힌다. 건설사로서는 수익성이 맞지 않아 선뜻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는 일이 빈번하다.
조달청 나라장터에서 올해 초부터 전날까지 개찰 결과가 나온 300억원 이상 공사 39건 가운데 13건은 입찰자가 없거나 단독 입찰로 유찰됐다. 조건을 바꾸거나 혹은 그대로 유지한 채 다시 입찰을 거치는 경우 사업 지연이 불가피하다.
대한건설협회 관계자는 "예산당국이 각 사업에 대해 비용편익(BC)분석을 할 때 예상되는 효과(B)가 크지 않으니 사업비(C)를 누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발주처에서도 천재지변이 아닌 이상 설계변경에 따른 공사비 상승분을 반영하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결국 공사비 등 총사업비 산정은 기재부가 키를 쥐는데 각 공종별 단위나 수량, 공사기간 등을 따져 책정한다. 다만 공사 난이도는 감안하지 않아 현실과 다소 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최대열 기자 dychoi@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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