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재심서 수사 과정 가혹행위 인정
이른바 '통일혁명당 재건위 사건'으로 사형 선고를 받고 16년 동안 징역을 살았던 재일교포 고(故) 진두현 씨에 대한 무죄가 확정됐다. 박정희 정권 당시 사건으로, 사형 확정판결 이후 49년 만이다.
29일 대법원 3부(주심 이숙연 대법관)는 진씨와 고(故) 박석주 씨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에 증거능력과 자백의 임의성과 보강증거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는 등으로 판결에 영향을 미친 잘못이 없다"고 밝혔다.
통혁당 사건은 1968년 8월 중앙정보부가 '북한 지령을 받은 인사들이 당을 결성해 반정부 활동을 했다'고 발표한 간첩단 사건이다. 진씨와 박씨는 1974년 9~10월 육군보안사령부에 연행됐고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가혹 행위를 동반한 수사를 받았다. 재판에 넘겨진 이들은 1976년 대법원에서 각각 사형과 징역 10년형을 받았다.
진씨는 이후 1991년 특별사면과 복권 결정을 받아 석방된 반면 박씨는 복역 중인 1984년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박씨는 1998년 사후에서야 특별사면과 복권 결정을 받았다.
이후 유족은 2017년 10월 수사 과정에서 불법 행위가 있었다는 이유로 재심을 청구했다. 재심을 맡은 서울고법은 지난해 10월 두 사람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불법채포와 구금된 상황에서 수사받았고 수사 과정에서 가혹행위를 당했다고 볼 만한 상당한 개연성이 있다"면서 두 사람의 수사기관과 법정 진술이 모두 증거능력이 없다고 봤다.
경찰 단계에서 작성된 압수 조서와 압수물도 보안사 수사관들에 의해 불법 구금된 상태에서 압수가 이뤄졌다는 이유로 증거능력이 인정되지 않았다. 검찰이 불복했으나 대법원은 2심 판결에 잘못이 없다고 보고 이날 상고를 기각했다.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