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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사용발사체, 우주 패권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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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 간 발사체 기술 수준이 '발사 비용' 격차…韓↔美 7배

지난해 전 세계에서 쏘아 올린 발사체는 총 261회. 하루가 멀다고 로켓이 솟아오른다. 이 가운데 60%는 미국의 몫이었다. 발사 빈도는 더 잦아졌고, 시장이 요구하는 발사 속도와 효율에 대한 기대치도 점점 높아졌다.


기존의 소모성(일회용)발사체로는 이 기대치를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이제 인류는 '더 많이, 더 자주' 쏘아 올려야 하는 시대에 진입했다.

미국 스페이스X의 재사용발사체인 '팔콘 헤비'의 1단 로켓 회수. 스페이스X 제공

미국 스페이스X의 재사용발사체인 '팔콘 헤비'의 1단 로켓 회수. 스페이스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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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 접근권' 확보 위해 다량의 저궤도 위성 필요

6G 통신 인프라, 정밀 기상 관측, 고성능 항법장치, 군집 위성 기반의 정찰 시스템 등 첨단 산업과 국가 안보 체계는 다량의 저궤도 위성을 필요로 한다.

동시에, 지구 저궤도를 둘러싼 외교 지형은 점점 블록화되고 있다. 과거처럼 공용 위성망에 기대려는 국가는 리스크를 감수해야 한다. 결국 자국 발사체로 자국 위성을, 자주적으로 쏘아 올릴 수 있는 역량은 미래 생존 조건이 됐다.

스페이스X의 팰컨9 1단 로켓을 드론십에서 회수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의 팰컨9 1단 로켓을 드론십에서 회수하고 있다. 스페이스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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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환경 변화는 '재사용발사체'라는 기술을 단순한 혁신을 넘어 전략 자산으로 바꿔 놓았다. 더 낮은 비용으로, 더 자주 발사할 수 있는 능력은 곧 우주 접근권을 의미한다.


발사체는 소모품이 아닌, 플랫폼으로 진화했다. 미국과 중국을 필두로 주요 우주 강국들은 국가의 미래가 이 플랫폼의 구축 여부에 달렸다고 보고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스페이스X의 '팰컨9'과 '스타십'을 통해 이미 시장을 선점했다. 팰컨9은 5월 말 기준 누적 발사 477회, 1단 로켓 회수 432회, 재사용 402회를 기록했다. 발사 실패는 단 한 차례뿐이었다.

스페이스X의 후속 발사체인 '스타십'. 스페이스X 제공

스페이스X의 후속 발사체인 '스타십'. 스페이스X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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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국 美, 바짝 추격하는 中

현재 미국은 내년까지 소모성 발사체를 운영한 뒤 단계적으로 중단하고, 2028년부터는 팰컨9의 후속 발사체인 '스타십' 중심 체계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시험운항 중인 스타십은 팰컨9보다 10배 이상 많은 100~150t의 탑재 능력을 가진 초대형 재사용발사체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달 유인 탐사 등에도 이 시스템을 활용할 방침이다.

미국은 민간기업 중심의 생태계가 자리를 잡으며, 기술 혁신과 상업화를 동시에 달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중국의 창정-9호. 바이두 제공

중국의 창정-9호. 바이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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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메탄 연료 기반 발사체 '주취-3(ZQ-3)'와 '창정-9(CZ-9)'을 중심으로 재사용 기술 확보에 나섰다. 이미 민간 스타트업 '랜드스페이스'는 세계 최초로 메탄 로켓 발사에 성공했으며, 하이난 상업 우주발사장에서는 주 1회 발사가 가능한 인프라를 구축 중이다.


CZ-9은 탑재능력 130t의 초대형 재사용발사체로 2033년 발사 예정이다. 중앙 정부가 기술 개발 체계를 주도하면서 재사용발사체 분야에서도 빠른 진전을 보이며, 기술적 측면에서도 미국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러시아는 2030년 첫 발사를 목표로 재사용발사체 '아무르(Amur)'를 개발 중이다. 다만 기술 자산이 바닥나 실질적인 기술력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분석도 있다. 이 때문에 아무르 개발은 정치적 메시지에 그칠 것이란 목소리도 나와 실제 성과가 나타날지는 미지수다.

인도의 차세대발사체 '수리야'. ISRO 제공

인도의 차세대발사체 '수리야'. ISRO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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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탑 3' 인도, 재사용발사체로 미래 대비

유럽은 '아리안 6'의 개발과 발사 지연으로 수년간의 공백기를 겪었으나, 2030년대 초반 차세대 발사체 '아리안넥스트(Ariane Next)' 실전 배치 계획을 발표하며 재사용발사체 경쟁에 복귀했다. 기술적 기반은 탄탄하지만, 다국간 협의 구조로 인해 개발 속도가 더디다는 점이 유럽의 한계로 지적된다.


일본은 H3 발사체를 운영 중인데, 2030년대 중반까지 1단 재사용형, 2040년대 완전 재사용발사체를 개발할 계획이다. 2033년 탑재능력 150t의 재사용발사체(이름 미정)를 발사할 예정이다. 꾸준한 개발이 이뤄지지만, 전략이 명확하지 않은 약점이 있다.

재사용발사체, 우주 패권 넘어 산업 지형을 바꾸다 원본보기 아이콘

인도 우주연구기구(ISRO)는 차세대 발사체 '수리야(SOORYA)'를 개발 중인데, 2034년 발사가 목표다. 인도가 운영 중인 PSLV, GSLV, LVM3 등의 소모성 발사체는 가격 경쟁력과 높은 성공률을 바탕으로 중대형 발사체 시장에서 스페이스X의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소모성발사체임에도 재사용발사체인 팰컨9과 발사 비용이 비슷할 정도로 가성비가 높다. 우주산업에서 '글로벌 탑 3'로 인정받는 인도가 급한 것 없는 재사용발사체 개발에 진입한 것은 현재의 박리다매식 전략이 통하지 않을 미래시장에 대비하는 차원으로 분석된다.


한국, 2035년 ㎏당 2500달러 수준↓

국가 간 기술 격차는 곧 발사 비용의 격차로 이어진다. 위성발사 계약은 조건에 따라 천차만별이라 정확한 통계치 확인은 어렵지만, 우주항공청과 페이로드리서치(Payload Research) 등의 추정치에 따르면 팰컨9의 발사 단가는 ㎏당 3200달러, 중국 창정 11호 1만 달러 정도이고, 개발 중인 창정 9호는 1500달러가 목표다.


인도 PSLV는 ㎏당 3800달러로 추정된다. 이에 비해 한국의 누리호는 ㎏당 2만3000달러로, 팰컨9에 비해 무려 7배, PSLV보다 6배가량 비싸다. 일본과 러시아 등도 재사용 기술을 통해 ㎏당 2000~2700달러 수준으로 낮출 계획이다.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조립 중인 누리 4호. 우주항공청 제공

나로우주센터 조립동에서 조립 중인 누리 4호. 우주항공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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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반복 사용 가능성'은 비용 절감뿐 아니라 새로운 우주산업 생태계를 형성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2022년 기준 전 세계 민간 위성 발사 시장 규모는 약 100억 달러로 연평균 8~10% 성장이 예상되며, 발사체 제조뿐 아니라 연료·엔진·항법제어·소재·소프트웨어 등 고부가가치 산업과 긴밀히 연결돼 있다. 우주에서의 '플랫폼 장악력'이 산업 전반의 주도권으로 확장된다는 의미다.


한국도 최근 발사체 개발 방향을 소모성에서 재사용으로 전환하고 있다. 기존 차세대발사체(KSLV-III)는 다단연소방식 케로신 엔진 기반이었지만, 이를 메탄 연료 기반 가스발생기 엔진으로 바꾸는 방식이 검토 중이다. 정부는 2035년까지 ㎏당 발사 단가를 2500달러 수준으로 낮추고, 그해 첫 한국형 재사용발사체 발사를 목표로 하고 있다.


우주항공청은 2032년 달 착륙선 발사 목표와 함께 재사용 기술 확보를 통한 장기적 자립 기반 마련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윤영빈 우주항공청장은 "선진국이 2030년대 초중반이면 재사용발사체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리가 중반까지 확보한다면 기술 격차를 따라잡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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