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고재서 6월28일까지 진행
정수영 작가는 일상의 공간을 화폭에 담는다. 그림 속 다양한 사물의 모습은 사실적이지만 현실과 약간의 차이를 지닌다. "그림에 과도하게 감정이입하기를 원치 않기 때문"인데, 학고재에서 선보이는 이번 정수영 작가의 개인전에는 신작 '팬트리' 시리즈를 중심으로 회화 작품 30여점을 선보인다.
28일 종로 학고재에서 만난 정수영 작가의 얼굴에는 수줍음이 가득했다. 그에 따르면 정수영 작가 본인은 일상의 90% 이상을 혼자 지내는 극내향형이다. 그림 작업에 몰두하다 보면 혼자 있기 마련이고 딱히 외로움을 느끼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날 문득 타인의 시선 안에 머물고 싶다는 마음을 가졌다고 한다. "과도하게 노출된 시간이 많은 현대사회에서 외로움은 생존전략이라 생각했는데 (세상과) 물리적 거리를 좁히기 위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Not for posting'(2024)은 그런 결과물이다. 본래 정 작가는 화자를 작품에 표현하지 않는 화법을 구사해왔으나 이번엔 욕조에서 반신욕 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려냈다. 그는 "일반적으로 사람이 반신욕할때 굉장히 예쁘다"며 "이처럼 사람들의 일상에는 선뜻 남에게 공유할 수 없지만 공유할 가치가 있는 순간들이 많을 것 같아 그런 점을 표현해봤다"고 설명했다. 이런 점은 전시 제목인 '초대 받고 싶은데 가고 싶진 않아(I want to be invited, but i dont want to attend)'와 맥을 같이 한다.
'Pantry7'은 겉으로 드러난 모습과 속이 다른 인간의 속성을 표현했다. 겉은 그럴 듯하지만, 깊이 들여다보면 정리되지 않은 많은 것들이 안에 들어차 있는 모습이 공감을 부른다. 'Pantry29'는 미래의 식량을 상상한 모습을 그렸다. 3D프린터로 문어를 만들고, 전갈 등이 병에 담긴 모습이 다소 을씨년스러운 느낌을 풍긴다.
작가는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을 은유적 이미지로 재구성해 관람객이 자신의 기억과 경험을 덧씌우고 감각적으로 맞닿는 순간을 유도한다. 타인의 일상에서 발견된 풍경이 개인적 기억의 층위와 포개지면 관람객은 작품에서 사유의 확장을 경험할 수 있다.
정수영 작가는 서울 출생으로 이화여자대학교와 동 대학원에서 회화를 전공했고, 영국 런던 왕립예술대학교에서 수학했다. 학고재 전시는 이번이 처음이다. 전시는 6월28일까지.
서믿음 기자 faith@asiae.co.kr
꼭 봐야할 주요뉴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