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서 잇단 까마귀 공격 피해 사례
지난 25일 서울 성동구 금호동의 대단지 아파트. 까마귀가 날아와 남자 어린이 머리를 발톱으로 공격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까마귀 2마리에 뒤쫓기던 아이는 넘어지며 다리 상처를 입었다. 주민 김모씨(65)는 "얼마 전 까마귀들이 아파트 분리수거대 인근을 서성이길래 불안했는데, 어린 아이까지 공격할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이 아파트 관리소장은 "새끼를 낳은 까마귀가 사람을 위협으로 오해하고 공격한 것 같다"고 했다.
최근 도심에서 산란기를 맞은 까마귀가 사람을 공격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자연에 살던 까마귀가 도심 환경에 적응하며 개체 수가 급증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29일 서울시와 복수의 자치구에 따르면 지난 23일 강남구 삼성동의 한 아파트단지에서 어린이가 까마귀 공격을 받았다는 민원이 제기됐다. 송파구 잠실동 소재 아파트 주민들도 '아파트단지에 서식하는 까마귀들로부터 공격당했다'는 민원을 넣었다.
강남구 주민 신모씨(50)는 "까마귀가 어린이를 공격했던 게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라며 "어른이 당했어도 큰 트라우마로 남았을 것 같은데 피해를 본 아이는 오죽하겠느냐"라고 말했다. 송파구 주민 박정윤씨(41)는 "까마귀 크기가 펠리컨만 해 보기만 해도 공포스러웠는데 까마귀가 주민들을 공격하고 있다는 내용을 아파트 단체채팅방에서 전해 들어 충격이었다"며 "아이에게 '까악까악' 소리 나는 곳으로는 무조건 가지 말라고 당부한다"고 했다.
까마귀 떼를 봤다는 목격담도 잇따른다. 부산의 한 맘카페에는 '저녁만 되면 까마귀 떼가 전깃줄에 모여 있다', '까마귀 배설물이 버스정류장 등 곳곳에 쌓여 있다'는 내용의 글이 잇달아 올라왔다. 경기도 수원에 사는 박모씨(52)는 "얼마 전 전깃줄에 100마리는 족히 돼 보이는 새들이 모여 있길래 비둘기인 줄 알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까마귀여서 놀랐다"고 말했다.
도심 속 까마귀는 텃새가 된 큰부리까마귀다. 성체 크기는 55~60㎝로 한국에서 서식하는 까마귀종 중 가장 크다. 원래 까마귀는 숲, 농경지 등 자연에서 서식하던 새였다. 그러나 매·독수리 등 천적이 없고, 음식물쓰레기 등 먹이가 풍부한 도심 환경에 적응하며 개체 수를 늘려왔다. 강남구청 관계자는 "길고양이에게 주는 먹이도 까마귀 증가의 한 원인"이라고 했다.
3~6월은 까마귀 번식기로 건물 틈, 나무 위 등 높은 곳에 둥지를 트고 약 2주간 알을 품는 시기다. 까마귀는 새끼가 태어나면 보듬는데 이 기간 예민하고 경계심이 강해진다. 특히 어린이를 잘 공격하는 것은 까마귀가 이들의 천진난만한 행동을 적대적·위협적 신호로 인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까마귀는 사람에 대한 공격뿐만 아니라 쓰레기봉투 등을 헤집고 다니거나 소음·배설물 문제까지 일으켜 도심 생활환경에 다양한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큰부리까마귀를 유해조수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으나, 지자체는 난색을 표하고 있다. 동물 사체를 정화하거나 해충을 조절하는 순기능도 있어서다.
박병권 도시생태연구소 소장은 "도심에서 까마귀 개체 수는 상향 곡선을 그리게 될 것"이라며 "도시 생태 모니터링 시스템을 구축해 주민 피해가 큰 집중 출몰 지역의 경우 예외적으로 '포획 허용 구역'으로 지정해 관리하는 방안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까마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는 안내문을 붙여 시민들의 주의를 환기시키고, 우산이나 양산을 펼쳐 까마귀 공격에 대응하라고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선진 기자 sj@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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