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자컴퓨팅 전문가 인터뷰‥이준구 큐노바 대표
정부 주도 양자컴 도입 사업, 테스트 베드 전략의 좋은 시작점
"늦어도 2027년 양자컴퓨터는 고성능컴퓨팅(HPC)과 결합해 산업적으로 의미 있는 변곡점을 맞이할 것입니다."
대전 유성구 큐노바 사무실에서 만난 이준구 큐노바 대표(사진)는 양자컴퓨터의 미래를 낙관했다. 이 대표는 아시아경제가 오는 11일 주최하는 미래기업포럼에서 기조연설을 맡아 양자컴퓨터의 산업화 가능성에 인사이트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 대표는 카이스트(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이면서 2021년 국내 1호 양자컴퓨팅 소프트웨어 스타트업인 큐노바를 창업했다.
그가 주목하는 건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터다. 기존 컴퓨터와 양자컴을 연계한 형태다. 이는 양자컴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양자컴은 정보의 중첩과 얽힘을 통해 동시에 많은 가능성을 탐색할 수 있지만 결정적으로 '측정'하는 순간 양자 정보가 붕괴한다. 계산 결과를 읽어내는 순간 원래의 풍부했던 양자 상태가 사라져 버린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양자컴퓨터 내부에 대용량 메모리를 두는 것도 현재 기술로는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며 "기존 컴퓨터와 연계된 하이브리드 양자컴의 등장은 필수"라고 설명했다.
비트코인의 암호체계를 무력화하는 양자컴은 오류가 없어야 하지만 이는 당분간 구현이 어렵다는 게 이 대표의 견해다. 오류가 있는 현재의 양자컴퓨터로도 충분히 효과를 낼 수 있도록 오류를 잡아주는 게 큐노바의 역할이다.
이 대표는 "정보를 기록하고 관리하는 부분은 기존 슈퍼컴퓨터에 맡기고 복잡하고 어려운 계산만 양자컴퓨터에 특화해야 한다. 이것이 바로 하이브리드 양자컴퓨팅 시스템의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마치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가 각자의 장점을 살려 협력하듯, 양자컴퓨터가 기존 CPU·GPU 중심의 슈퍼컴퓨터와 함께 작동하며 시너지를 내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 대표는 한국의 양자 기술 발전 전략에 대해 "지난 10년간 정부 투자는 기초연구와 인력양성에 초점을 맞춰왔다. 이는 중요한 과정이었지만 이제는 실제 산업에 적용하고 활용할 수 있는 '실용화 연구'로 무게 중심을 옮겨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논문이나 특허 건수도 중요하지만 개발된 기술이 실제 산업 현장에서 어떤 가치를 창출하는지, 어떤 문제를 해결하는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 대표가 제시하는 한국의 양자 산업 발전 키워드는 '양자 테스트베드'다. 그는 "한국이 코드분할다중접속(CDMA) 기술을 세계 최초로 상용화하며 IT 강국으로 발돋움했듯, 다양한 제조 기반과 응용 시장을 가진 한국이 글로벌 양자 기술의 테스트베드 역할을 할 수 있다. 해외의 우수한 양자컴 하드웨어를 적극 도입하고 이를 활용한 소프트웨어와 응용 서비스 개발에 집중해 우리만의 강점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국표준과학연구원을 비롯한 국내 연구기관과의 협력, 최근 정부 주도로 진행되는 양자컴퓨터 도입 사업 등이 테스트베드 전략의 좋은 시작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양자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을 가져선 안 된다고 신중한 입장을 나타냈다. 이 대표는 "마이크로소프트(MS)의 마요라나 큐빗 개발 발표처럼 학술적으로 매우 중요한 성과라 할지라도 당장 상용화될 것처럼 과장되는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미디어와 대중의 냉정한 시각을 주문하기도 했다.
이 교수는 카이스트의 '교원 창업' 프로그램을 통해 큐노바를 설립했다. 그는 "학교의 승인과 지원을 받아 창업을 시작했고, 연구와 사업을 병행하는 과정에서 어려움도 따르지만 큰 보람을 느낀다"고 밝혔다. 그는 "회사가 성장하면서 최고경영자(CEO)와 최고기술책임자(CTO) 역할을 겸직했지만 이젠 CTO로서 기술 개발에 더 집중해 양자 기술의 본질적인 혁신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어 "큐노바는 특히 화학, 신소재, 신약 개발 분야의 물질 해석이나 금융 분야의 포트폴리오 최적화 등 문제에서 강점을 보일 것"이라고 자신했다.
백종민 테크 스페셜리스트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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