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수 많이 주세요" LH 아파트 설계 공모서 뇌물 바친 업자 등 구속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시행하는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금품을 주고받은 설계업체 대표와 심사위원 등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경남경찰청 형사기동대는 LH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교수 등 심사위원들에게 금품을 제공한 경기도 소재의 설계업체 대표 등 2명을 구속했다고 26일 밝혔다.

금품을 받아 챙긴 심사위원 5명과 알선자 1명 등 8명은 배임수재 및 증재 혐의 혐의로 송치했다고 덧붙였다.

경남경찰청. 이세령 기자

경남경찰은 2023년 8월 국토교통부 의뢰로 일명 '순살 아파트' 사건이라 불리는 'LH 아파트 철근 누락 사건'을 조사하던 중 설계 공모 과정에서 설계업자가 심사위원을 상대로 금품을 공여한 혐의를 포착했고, 압수 수색과 관련자 수사를 진행했다.

경찰에 따르면 설계업체 대표 50대 A 씨와 그의 동업자 40대 B 씨는 2021년 10월 LH에서 시행한 아파트 설계 공모에서 심사위원으로 선정된 대학교수 50대 C 씨 등 5명에게 높은 점수를 주는 등 청탁의 대가로 총 3500만원을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경쟁 업체보다 높은 점수를 받기 위해 2명의 심사위원에게 1000만원씩, 3명에게는 500만원씩을 전달한 것으로 조사됐다.

실제 5명의 심사위원이 A 씨가 운영하는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준 것으로 확인됐으나 나머지 10명의 심사위원이 다른 업체에 높은 점수를 주면서 A 씨의 업체는 공모에서 탈락했다.

LH는 아파트 설계용역업체 선정 절차 공정성을 높이고자 평가 분야를 전공하는 대학교수 등 15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 심사를 거쳐 선정된 업체와 용역계약을 맺은 것으로 나타났다.

지원 업체명은 비공개로 진행하고, 응모업체와 심사위원과 사전접촉이나 설계안에 대한 사전 설명을 금지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이번 수사에서 심사위원 명단을 심사 전 공개해 공모에 응모한 업체와 심사위원 간 접촉이 가능하다는 허점이 확인됐다.

이에 경찰은 LH 측에 심사 전 심사위원 명단을 비공개해 업체와 심사위원 간 접촉을 원천 차단하는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경남경찰청 관계자는 "앞으로도 우리 경남청은 청탁이나 부정한 방법으로 설계권을 부여받는 건설현장의 잘못된 관행을 뿌리 뽑고 관련 부정부패 범죄를 근절하겠다"라고 말했다.

영남취재본부 이세령 기자 ryeong@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