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 목사 역
"결혼하고 요리에 빠져…사람 됐다"
"오랜 시간 연기를 잘해야 한다는 강박과 타인의 평가에 나를 옥죄며 살아왔어요. 연기는 늘 시험대였고, 카메라 앞에 서는 순간마다 긴장과 부담이 저를 짓눌렀어요. '천국보다 아름다운'을 통해 처음으로 연기가 두렵지 않았어요."
배우 류덕환(37)에게 JTBC 토일드라마 '천국보다 아름다운'은 천국보다 아름다운 것을 발견하게 해줬다. 26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만난 그는 "준비한 것을 꺼내 보여주기 위해 애쓰지 않아도, 그저 그 자리에 존재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류덕환은 1992년 MBC 'TV유치원 뽀뽀뽀'로 데뷔해 33년 동안 연기 활동을 이어온 배우다. 영화 '웰컴 투 동막골'(2005),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2011), 드라마 '신의 퀴즈 1~5'(2010~2019), '아무도 모른다'(2020) 등에서 진정성 있는 연기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아역 배우로 출발해 성인 연기자로 자라며 늘 책임감과 긴장을 안고 연기에 임해온 그는 이번 작품을 통해 비로소 무거운 마음을 내려놨다.
25일 종영한 '천국보다 아름다운'에서 류덕환은 다섯 살에 세상을 떠난 뒤 천국에서 자란 목사 역을 맡았다. 천국이라는 공간에서 해숙(김혜자)과 만나 서로의 상처를 어루만지며 관계를 형성해가는 인물로, 단순한 조력자가 아닌 기다림과 상실, 희망을 품은 인물의 내면을 섬세하게 표현했다.
류덕환은 출연 계기를 묻자 "김혜자 선생님과 함께할 기회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며 "놓치면 바보라고 생각했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좋은 배우들이 모인 현장이었기에 부담보다는 감사한 마음이 더 컸다"고 덧붙였다.
"예전에는 연기를 잘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에 사로잡혀 대본에 빼곡히 메모하고, 카메라 앞에 서기 전까지 긴장을 내려놓지 못했어요. 늘 잘해야 한다는 생각에 자신을 몰아붙였고, 연기는 증명해야 하는 과제처럼 느껴졌어요. 하지만 이번에는 준비한 것을 꺼내 보여주려 애쓰지 않고, 그 순간에 충실하기로 마음먹었어요."
김혜자와 연기하며 억지로 감정을 끌어올리기보다 상대의 흐름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고 했다. 그는 "연기를 잘 보여주고 싶어 오버하는 순간도 있었지만, 선생님은 그런 걸 받아주시지 않았다. 선생님을 통해 연기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진심을 담아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고 강조했다.
류덕환은 "목사라는 역할을 표현하는 방식에도 고민이 많았다. 처음에는 직업적 정체성을 어떻게 보여줄지에 몰두했지만, 김석윤 감독의 '마냥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주문이 전환점이 됐다. 종교인이라는 타이틀보다 천국이라는 공간에서 감정을 품고 누군가를 기다리는 사람이라는 본질에 집중하며 연기했다"고 말했다.
류덕환의 연기에 대한 변화는 그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8년간 교제해온 쇼핑몰 대표 전수린씨와 2021년 결혼한 그는 "결혼하고 '사람'이 됐다"며 웃었다. 결혼 생활을 하며 더 단단해졌다. 그는 "울타리 안에 갇혀 있던 내가 비로소 울타리 밖으로 나왔다. 온전한 내 편이 있어서 힘이 된다. 이제는 아내를 위해 요리를 하고 식사를 하며 대화를 나누는 시간이 가장 소중하다"고 말했다.
아역 배우 시절의 기억은 아직도 선명하다. 당시를 떠올리며 류덕환은 "촬영장에서 '야'라고 불렸다. 울어야 하는데 눈물이 나오지 않으면 뺨을 맞는 동료 아역 배우를 보며 자랐는데, 그때의 공포는 아직도 생생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자신의 아이가 나중에 아역 배우를 하고 싶다고 하면 쉽게 권하지 못할 것 같다고 했다.
류덕환은 단편영화 연출과 전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기록해왔다. 단편영화 '내 아내가 살이 쪘다'에서는 어머니에 대한 기억과 감사를 담았고, 전시회도 열었다. 그는 "작은 작업이라도 그 안에 제 시선과 생각을 담고 싶었다"며 "앞으로도 계속해서 단편 연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요즘 요리에 빠져 있어요. 주방은 전쟁터 같더라고요. 문득 어머니가 설거지하다 고춧가루를 닦지 못했다고 타박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 나는 어머니를 살면서 몇 번이나 울렸을까요. 요리는 존경받아야 할 일이라는 걸 나이가 들어서야 깨닫게 됐죠. 주방을 배경으로 한 판타지 영화도 써보고 싶어요."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는 "차기작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당장은 어머니 칠순 잔치를 잘 준비하고 싶다"며 웃었다. 그러면서 "연기를 그만둔 줄 아신 분들도 있을 텐데, 이번 작품을 통해 '류덕환이 연기 계속하는구나'라고 알아주셨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이이슬 기자 ssmoly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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