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세수 11.5%는 재산세
OECD 평균 5.1%의 2배 이상
소비세, 소득세는 평균 이하
"국민 개세주의 어려워진다"
한국 정부의 재산세 수입 비중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큰 것으로 나타났다. 땅이나 건물과 같은 자산을 보유한 이들에게 거둔 세금으로 정부 수입의 상당 부분을 메웠다는 의미다.
26일 미국의 국제 연구 싱크탱크 '택스파운데이션'이 최근 공개한 '2025년 OECD 정부 수입원' 자료에 따르면 한국 정부는 2023년 기준 전체 정부 수입의 11.5%를 재산세에서 거뒀다. 한국의 재산세 수입 비중은 OECD 38개국 중 가장 크고, 평균(5.1%)의 두 배 이상이다. 10년 전만 하더라도 10.6%로 3위 수준이었지만 꾸준히 늘었다.
한국처럼 재산세 수입 비중이 11%를 넘긴 국가는 고액 자산가들이 즐비한 미국(11%)뿐이었다. 이후 이스라엘(10.9%), 영국(10.5%), 캐나다(9.9%), 호주(9.3%) 순이었다. 높은 세율과 복지로 유명한 스웨덴(2%), 노르웨이(2.9%), 덴마크(3.8%) 등 북유럽 국가들은 재산세 비중이 평균보다 낮았다. 한국과 이웃한 일본의 경우 7.9% 정도였다.
한국의 높은 재산세 부담은 부동산 시장과 연관돼있다. 2005년 종합부동산세 도입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집값이 빠르게 오르면 관련 세수입이 크게 늘었다. 주택과 토지까지 합산한 종부세액은 2017년 1조7000억원에 불과했지만 2021년에는 7조3000억원으로 4년 만에 3배 넘게 늘었다. 2022년(6조7000억원), 2023년(4조7000억원) 세수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 전체 세수입원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반면 한국의 소비세 비중은 22.6%로 35위에 머물렀다. 부가가치세가 없는 미국(16.8%)과 같은 나라를 제외하면 사실상 꼴찌 수준이다. OECD 국가들은 평균 31.1%를 소비세에서 걷는다. OECD 국가들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재정적자 해소를 위해 25개국이 부가세 인상을 단행했지만 한국은 1977년 도입 이후 48년 동안 10%를 유지하고 있다.
개인들이 내는 소득세 비중도 19.8%로 OECD 평균인 23.7%를 하회해 25번째로 낮았다. 한국보다 소득세 비중이 낮은 국가는 임금이 장기간 오르지 않았던 일본(18.8%)이나 칠레(9.3%), 콜롬비아(7.4%), 코스타리카(5.7%) 같은 개발도상국이었다.
재산세 부담이 높고 소득세나 소비세 비중이 낮은 것은 한국의 세금 수입원이 부유층에 쏠려있기 때문이다. 국민 전체가 조금씩 세금을 내는 게 아니라 돈이 많은 사람에게 과중한 세 부담을 주고 있다는 의미다. 기획재정부 관계자는 "한국은 복지를 빠르게 늘려왔지만 정작 근로소득세 면세자 비율이나 부가가치세 상향 개편은 시도하지 못했다"면서 "국민개세주의(모든 국민이 적은 액수라도 세금을 내야 한다는 원칙)가 점점 어려워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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