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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삼성전자 퇴사 후 5배 더 번다"…기후위기 경고로 '대박'[1도 경제]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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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음성군 감곡면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자 유리온실 형태의 에이치앤에이 스마트팜이 모습을 드러냈다.

한 대표는 "농산물도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팜을 통해 전통 농업의 한계를 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5배 이상 늘었다"면서 "스마트팜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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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도 1도 차이가 생산성 10% 좌우
정밀 제어로 무장한 스마트온실
파종부터 수확까지 자동화, 연 500t 생산
기후위기 속 '노지 농업' 대안 부상

충북 음성군 감곡면 논밭 사이로 난 길을 따라 들어서자 유리온실 형태의 에이치앤에이(H&A) 스마트팜이 모습을 드러냈다. 외관은 평범했지만 내부에 들어선 순간 분위기가 달라졌다. 반도체 공장을 연상시키는 자동화 설비가 빼곡히 들어선 '농업 공장'이었다.


스마트팜 진입을 위해선 신발을 벗고 소독을 거쳐야 했다. 출입구 오른편엔 일반 농가에서는 보기 드문 '전실'이 설치돼 있었다. 상추 출하 시 외부 오염과 곤충 유입을 차단하는 구조다. 한상태 H&A 대표(42)는 "기존 농가처럼 셔터를 열고 출하하면 무농약 인증은 의미 없어진다"고 말했다.

한상태 H&A 대표가 스마트팜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한상태 H&A 대표가 스마트팜 내부를 소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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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팜은 약 6369평(2만1054㎡)의 부지에 자리 잡고 있다. 이 중 유리 온실 규모는 약 5000평(1만6528㎡)으로, 육묘동 400평(1322㎡)과 재배동 4600평(1만5206㎡)으로 구성됐다. 스마트팜 내부는 조용하고 깔끔하게 관리되고 있었다. 실내는 포크(안개 분사) 시스템으로 온·습도가 정밀하게 조절되고 있었다. 수확된 상추는 5도로 설정된 저온 창고에 보관돼 신선도를 유지했다.


이곳에서는 바타비아, 미니로메인, 크리스털 등 유럽형 프리미엄 상추 8종이 연간 약 500t 생산된다. 생산된 상추는 이마트와 트레이더스에 납품하고 있다.


양액(영양분 포함 물)은 시간당 265t씩 순환 공급된다. 여름철에는 온도를 18도로 유지해 고온 스트레스를 차단한다. 공대 출신으로 삼성전자 생산기술연구소에서 14년간 일했던 한 대표는 "식물도 뿌리 쪽에 차가운 물이 공급되면 더운 환경에서도 정상 생장이 가능하다"며 농업 해법을 강조했다.

충북 음성에 위치한 H&A 스마트팜 내부.

충북 음성에 위치한 H&A 스마트팜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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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곳은 파종부터 수확까지 전 과정이 자동화다. 씨앗은 유럽산 블랙 피트모스를 블록에 파종하고, 발화 체임버에서 항온·항습 환경으로 48시간 관리해 발아율을 높였다. 모종은 자동 컨베이어를 타고 재배 홈통으로 옮겨지며, 로봇팔처럼 작동하는 관리 시스템이 성장 속도에 따라 간격을 자동 조절한다. 상추가 자랄수록 간격을 벌려줘야 빛과 공기가 골고루 닿는다는 게 한 대표의 설명이다.


수확이 임박하면 홈통은 자동으로 수확 라인으로 이동한다. 작업자는 자리에서 포장만 담당하고, 홈통은 자동 세척을 거쳐 다시 활용된다. 전체 직원 수는 14명에 불과하다. 한 대표는 "기존 농가 대비 인건비는 절반 수준인데, 품질은 더 높다"고 설명했다.


스마트팜의 외관 역시 정밀 설계됐다. 천장은 산광 강화유리로 직사광선을 분산시키고, 측면은 3중 폴리카보네이트로 단열성을 높였다. 난방에는 PID 제어 기반 전기 열선이 사용됐다. PID는 반도체와 식품 가공 라인에 쓰이는 고정밀 제어 기술로, 온도 오차를 실시간 보정한다. 한 대표는 "1도만 올라도 생산량이 10% 증가한다"면서 "이 온실의 온도 편차는 0.5~1도 수준"이라고 했다.


작업자가 수확한 상추를 포장하고 있다.

작업자가 수확한 상추를 포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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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대표는 2021년 삼성전자를 퇴사한 뒤 농업 현장에 뛰어들었다. 2년간 스마트팜 현장에서 농업의 기초를 익힌 후 삼성 동료들과 함께 H&A를 창업했다. "농업에도 반도체처럼 자동화 기술을 적용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는 그는 이제 농업 혁신의 실험자로 자리매김했다.


기후변화는 그에게 더욱 확신을 줬다. 기상청은 "2030년대 중반엔 1년의 절반이 여름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 대표는 "폭염과 집중호우가 반복되면 노지 재배는 불확실성이 커질 수밖에 없다"며 "스마트팜은 기후와 무관하게 연중 균일한 품질로 출하할 수 있는 대안"이라고 강조했다. 실제로 이 농장은 여름철엔 6~7주, 겨울철엔 9~10주 간격으로 상추를 수확한다.


H&A는 단순히 상추를 키우는 농장이 아니다. 한 대표는 "농산물도 브랜드화가 필요하다"며 "스마트팜을 통해 전통 농업의 한계를 넘고, 프리미엄 브랜드로 성장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삼성전자에 있을 때보다 수입이 5배 이상 늘었다"면서 "스마트팜은 기후 위기 시대에 대응하는 새로운 농업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음성(충북)=임혜선 기자 lhsr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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