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동탄. 이곳은 수도권 남부 최대 규모의 신도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몇 년간 급격한 인구 증가와 도시 인프라 확장으로 주목받은 지역이다. 젊은 맞벌이 부부와 30~40대 직장인, 학령기 자녀를 둔 가구가 다수를 차지한다. 빠르게 변모한 지역 분위기는 지난 10여년간 더불어민주당이 우세했던 유권자의 표심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지난해 총선에서 동탄을 지역구로 둔 화성시을에서 이준석 개혁신당 대선 후보를 국회의원으로 배출하며 중도보수·부동층 표심의 요지로 부상하고 있다.
"이재명은 일 잘하긴 했잖아요." 지난 22일 오후 방문한 동탄1신도시 중심상업지구인 '메타폴리스몰' 인근. 카페 테라스에 앉아 있던 김유진씨(41·가명)는 유모차에 잠든 아기를 살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가 성남시장, 경기도지사 때 교통망을 개선하는 등 솔직히 실적이 많지 않으냐"고 했다. 그는 이재명 후보의 치적을 인정하면서도 "검찰이니, 특검이니, 탄핵이니 매번 그런 뉴스만 보니 피로감은 있다"고 토로했다.
김씨는 3년 전 전세로 들어왔던 아파트를 대출 끼고 매수했다. 그런데 이후 집값이 수억 원 하락하면서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한다. 다행히 최근 다른 지역보다 빠르게 집값을 회복했지만 다시는 겪고 싶지 않은 기억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결국 누가 우리 자산을 지켜줄 건지, 그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실제 동탄 유권자의 표심은 부동산, 교통, 교육 등이 맞물린 '복합방정식'에 가깝다. 동탄 지역에서 부동산은 그저 생활 이슈가 아니다. 특히 이곳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자산과 미래 가치, 안정성을 결정하는 기준점으로 삼고 있다는 인식이 강하다. 인근 부동산중개업소에서 만난 50대 중개소장은 "어떤 후보가 동탄을 발전시킬 인물인지를 가장 중요하게 보는 것 같다. 이곳 주민들은 GTX-A(수도권 광역급행철도 A노선) 개통 전 추운 겨울 버스정류장서 길게 줄을 섰던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이준석은 똑똑하지만 얄미운 구석도 있는 것 같다." 직장인 정성훈씨(38·가명)는 동탄에서 인근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으로 출퇴근한다. 그는 "회사 동료들이랑 점심시간에 정치 얘기를 많이 한다. 이준석은 말발도 세고, 유튜브를 보면 자기 생각을 논리정연하게 설명하니까 신선하게 보인다"고 했다. 하지만 "상대방을 직설적으로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국정을 맡길 인물인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대선은 작년 (4·10총선)과는 또 다른 문제 아니겠느냐"며 여운을 남겼다. 동탄역 인근에서 만난 20대 남성은 "이젠 진보도 보수도 아닌 사람에게 기대를 걸고 싶다"며 "이준석은 자기 언어로 정책을 설명하는 부분이 끌린다"고 전했다.
동탄 주민들의 표심은 지역 내에서도 차이가 존재한다. 동탄역을 세로로 가로지르는 오산천을 중심으로 서쪽의 1신도시와 동쪽의 2신도시 일대가 자연스럽게 세대별로 나뉘면서다. 반석산을 끼고 부채꼴 모양으로 형성된 1신도시는 반송동, 동탄1·2·3동 등을 품으며 50대 이상 세대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다. 동탄 4·6·7·8·9동이 있는 2신도시는 30·40세대 거주자가 많고, 동탄호수공원과 테크노밸리 등과 인접한다.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기준 동탄 인구는 약 41만명 규모다. 1신도시 약 12만5000명, 2신도시는 28만5000명이 거주한다. 전체 동탄 신도시의 평균 연령은 36.6세로 젊은 도시에 속한다.
이런 특징은 지난해 22대 총선에서 선거구가 개편된 화성시을 투표에서 여실히 드러났다. 2신도시 전역을 관할하는 화성시을은 과거 18대 총선에서 박보환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의 당선으로 보수 세가 강했으나, 19·20·21대 총선에선 내리 이원욱 의원을 선출하며 민주당의 텃밭으로 변모했다. 그러다 지난해 제3정당인 이준석 후보의 깜짝 당선으로 세대교체를 이룬 것이다.
2신도시에 위치한 동탄 중앙고등학교 인근 버스정류장에서 만난 고3 학생 김도현군(19·가명)은 이번 대선에서 첫 투표권을 갖게 된 세대다. 그는 "친구들은 보통 유튜브나 짧은 영상 같은 걸로 (대선 후보 등의) 분위기를 본다. 토론회는 안 봤지만, 영상 요약은 인스타그램으로 봤다. 이준석이 말을 잘하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문수, 이재명은 약간 올드한 느낌이다. 근데 부모님은 이재명을 좋아한다"고 했다.
물론 보수 표심의 존재감도 작지 않다. "정권 안정이 우선이지 않나요." 반송동에 거주하는 60대 여성은 "김문수가 국정 경험도 많고, 안정적으로 나라를 이끌어갈 수 있는 인물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진열된 청과물을 들여다보면서 "이재명은 일을 잘하는지는 몰라도, 주변이 시끄럽지 않으냐, 맨날 싸우기만 하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국정 운영 면에서 김문수가 낫지 않겠나"고 했다.
같은 반송동에 사는 50대 남성은 동탄으로 이주하면서 당시 자녀 교육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고 한다. 그는 "지금은 많이 좋아졌지만 과거 교육 인프라가 좋지 않아 애들 교육시키는 게 힘들었다. 이런 부분(입시제도·교육 등)에 관심을 가진 후보가 누구지 살펴볼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준석 후보는 이과 출신이라 그런지 교육을 너무 입시 중심으로만 보는 것 같다. 돌봄 등은 상대적으로 (정책이) 약해 보인다"고 했다. 동탄호수공원에서 산책 중이던 50대 부부는 "대선이라는 게 결국 삶을 개선해줄 사람 뽑는 건데, 요즘은 누구도 확실하게 '이 사람이다'라고 말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동우 기자 dwle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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