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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 보고 안 보는데 2만원이나 주긴 아까워"…북적거리는 중고서점[주머니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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⑭지난해 도서 평균가 1만9526원
매년 오르는 책값에 소비자 부담 ↑
중고서점·중고거래 수요 증가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을 찾은 시민들이 독서를 하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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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삼겹살 1인분에 2만원, 자장면 한 그릇에 7500원인 시대다. 2024년 소비자물가지수는 114.18(2020년=100)로, 2025년 역시 고물가 여파로 소비자들의 장바구니 부담이 커졌다. 주머니톡(Week+Money+Talk) 연재를 통해 시시각각 변하는 물가와 함께 우리 주머니 사정과 맞닿은 소비 이야기를 전하고자 한다.

신간 도서의 평균 가격이 2만원에 근접하면서 책값 부담을 느끼는 이들이 늘고 있다. 특히 해마다 오르는 가격 탓에 새 책보다 저렴한 헌책을 찾는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중고도서는 가격이 상대적으로 합리적이고, 상태도 양호한 경우가 많아 실속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

책 한 권 '2만원 시대' 성큼…4년간 19%↑
"한 번 보고 안 보는데 2만원이나 주긴 아까워"…북적거리는 중고서점[주머니톡] 원본보기 아이콘

대한출판문화협회가 최근 발표한 '2024년 기준 한국 출판생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신간 도서의 평균 가격은 1만9526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1만8633원)보다 4.8% 오른 수치다. 신간 도서 평균 가격은 2020년 1만6420원을 기록한 이후 매년 상승세를 이어가며, 4년 간 18.9%나 올랐다. 분야별로는 사회과학 도서의 평균 가격이 2만6675원으로 가장 높았고, 기술과학(2만5133원), 역사(2만4955원), 예술(2만4630원) 분야가 그 뒤를 이었다.


독서율은 여전히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가 지난해 발표한 '2023년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1년에 한 권 이상 책을 읽는 성인 비율은 43%에 그쳤다. 이는 곧 성인 10명 중 6명은 종이책, 전자책, 오디오북 등 어떤 형태의 책도 1년간 접하지 않았다는 의미다.

특히 종이책에 대한 관심은 더욱 낮아지는 추세다. 성인 기준 평균 도서 구입량은 종이책 1.0권, 전자책 1.2권으로 나타났으며, 책 구입 경험이 있는 독자들만 기준으로 해도 종이책(3.7권)보다 전자책·오디오북(각 7.7권)의 구매량이 2배 이상 많았다. 소득에 따른 독서 격차도 컸다. 월 소득이 500만 원 이상인 고소득층의 독서율은 54.7%였던 반면, 200만 원 이하 저소득층은 9.8%에 불과했다.

책값 부담에 중고책 수요 ↑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한 시민이 책을 고르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서울 마포구 교보문고 합정점에서 한 시민이 책을 고르고 있다. 강진형 기자aymsdr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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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값이 오르면서 헌책을 사고파는 중고서점이 새로운 소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중고서점은 시민이 보유한 책을 매입한 뒤, 이를 정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재판매하는 구조다. 일반적으로 중고서적은 정가보다 30~40% 낮은 가격에 거래되며, 서점은 매입가와 판매가의 차익으로 수익을 낸다. 저렴하게 책을 사려는 이들과 읽은 책을 되파는 이들이 늘면서 중고서점은 점차 합리적인 소비처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 속에서 주요 온라인 서점들도 중고서점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 알라딘은 2011년 서울 종로점을 시작으로 전국에 57개 중고매장을 운영 중이며, 예스24는 2016년 강남점을 시작으로 현재 4개의 매장을 두고 있다.


직장인 이윤경씨(31)도 최근 중고서점에서 조원재 작가의 책 '방구석 미술관'을 정가 1만6800원에서 약 33% 저렴한 1만1250원에 구매했다. 이 씨는 "책값이 부담돼 새 책보다는 중고책을 주로 구매한다"며 "중고책이라도 상태가 거의 새 책처럼 좋은 경우가 많다"고 했다. 이어 "보통 책은 한 번 읽고 다시 보지 않기 때문에 굳이 새 책을 살 필요성을 못 느낀다"며 "전자책으로 먼저 읽고 인상 깊었던 책은 중고책으로 소장한다"고 덧붙였다.

중고도서 수요는 중고서점뿐 아니라 중고거래 플랫폼에서도 확인된다. 당근 등에서는 유아·청소년 도서나 동화책 거래 글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한 이용자는 유아용 동화책 101권을 2만원에 판매하며 "일부 책은 많이 봐서 상태가 좋지 않지만, 대부분 양호하다"며 "요즘 동화책 한 권 값도 1만원이 넘는데, 싸게 가져가라"고 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중고책 시장 규모는 향후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며 "1인 가구가 늘면서 책을 사서 보관하는 것이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고, 중고물품에 대한 거부감도 예전보다 많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고책은 소비자 입장에서 수용 가능한 가격대라는 점도 시장 확대에 긍정적인 요소"라며 "경제적 이점을 넘어 자원을 재사용하는 순환경제 측면에서도 의미가 있다"고 덧붙였다.





허미담 기자 damda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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