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1년
공시 참여 여전히 낮은 수준에 그쳐
자사주 소각·배당 증가 등 주주환원은 긍정적
코리아 디스카운트 노력 지속돼야
지난해 증시에서 최대 화두는 단연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었다. 연초 약세를 거듭하던 증시는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 발표 후 단숨에 위쪽으로 방향을 바꿨고 낮은 주가순자산비율(PBR) 종목들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밸류업 프로그램이 시행된 지 1년이 지났다. 지난해 1월 정부는 코리아 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를 위해 상장사가 자발적으로 기업가치 저평가 이유를 분석해 대응 전략을 수립하도록 유도하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시행 계획을 발표했다. 5월에는 밸류업 가이드라인이 발표됐고 이에 따라 5월부터 상장사들은 중장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마련하고 이행평가 결과를 연 1회 공시하게 됐다. 9월에는 코리아 밸류업 지수가 발표됐고 11월에는 이 지수를 기반으로 하는 상장지수펀드(ETF)가 상장되는 등 밸류업 계획이 착착 진행됐다. 하지만 지난해 12월 불거진 정치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밸류업 프로그램의 추진 동력 상실에 대한 우려가 부각됐고 관심도 사그라들었다. 특히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 후 시장에서는 이를 위해서는 무엇보다 세제지원 방안이 중요하다고 강조했으나 정치 불확실성 여파로 결국 무산됐다.
지난 1년간 밸류업 공시에 참여한 기업은 유가증권시장 상장사 114사, 코스닥 상장사 32사 등 146개사에 그쳤다. 유가증권시장 상장사가 850개, 코스닥 상장사가 1797개임을 고려하면 참여율이 저조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코리아 밸류업 지수 구성종목 105개사 중 밸류업 본공시를 한 곳은 58개로 절반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코리아 디스카운트도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거래소가 2024년 결산 재무제표를 반영해 산출한 코스피 주요 투자지표에 따르면 코스피200의 PBR은 이달 초 0.8배로, 23개국 평균인 3.5배는 물론 신흥국 24개국 평균인 1.8배를 크게 하회했다. 코스피200 기업이 벌어들이는 이익 대비 주가 수준을 보여주는 주가수익비율(PER) 역시 11배에 그쳐 선진국 전체 평균(21.3배)과 신흥국 평균(15.2배)을 밑돌았다.
다만 기업들의 자사주 소각, 배당 증가 등 주주환원 면에서의 성과는 어느 정도 나타나고 있는 모습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자사주 소각 건수는 142건으로, 지난해 전체 185건의 약 77%에 달한다. 자사주 소각 금액은 15조4300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13조9100억원을 이미 뛰어넘었다. 배당금도 늘었다. 지난해 유가증권시장 807개 상장사 중 70%에 달하는 565개사가 현금 배당을 실시, 총 30조3451억원의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 대비 10.5% 증가한 규모다. 법인당 평균 배당금도 492억원에서 537억원으로 증가했다.
밸류업 프로그램은 변곡점을 앞두고 있다. 다음 달 코리아 밸류업 지수의 리밸런싱(구성종목 변경)이 진행되고 대통령 선거도 있기 때문이다. 이번 지수 리밸런싱에서는 현재 105개 종목이 100개로 축소되며 최대 30% 종목이 교체될 예정이다. 대통령 선거는 밸류업 프로그램의 지속성 여부에서 중요할 수밖에 없다.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가 우리 자본시장의 숙원이었고 그동안 정부에서도 이를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는 점을 감안할 때 밸류업 프로그램은 어떤 형태로든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가치를 제고하고 이를 통해 한국 증시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하루아침에 해결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가치를 높이는 작업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그 결과가 계속 쌓이면 한국 증시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송화정 기자 pancak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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