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결
상원 표결 절차 남아
재정 악화 우려 속 美 국채 시장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주요 감세 공약을 담은 세제 법안이 22일(현지시간) 미 연방의회 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했다. 이 법안으로 미 재정적자가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증폭되는 가운데, 시장은 상원 표결 절차를 앞둔 이번 감세안 향방과 국채 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채권 자경단'의 움직임을 주목하고 있다.
이날 미 하원은 본회의에서 감세 법안인 이른바 '크고 아름다운 하나의 법안'에 대한 표결을 실시해 찬성 215표, 반대 214표로 가결 처리했다. 공화당에서도 반대 2표, 기권 1표가 나오며 법안은 가까스로 하원 문턱을 넘었다. 민주당은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
이 법안은 트럼프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내세운 감세, 국방비 지출 확대 등을 담고 있다.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2017년 감세법에 따라 시행돼 온 표준소득공제와 자녀세액공제 확대 연장, 팁·초과근무수당 면세 등이 포함됐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자신이 만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트루스소셜을 통해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법안이 통과돼 서명될 것"이라며 "상원 동료들이 업무에 착수해 내 책상에 가능한 한 빨리 이 법안을 보내주길 바란다. 낭비할 시간이 없다"고 밝혔다.
앞서 트럼프 대통령은 이 법안에 반대하는 공화당 강경파를 만나 압박과 회유를 병행하며 처리를 촉구했다. 공화당 내 일부 의원은 이 법안이 재정 건전성을 악화할 수 있다는 이유로 메디케이드(저소득층 의료보험)를 비롯한 프로그램의 지출 추가 삭감을 요구했었다.
트럼프 대통령의 감세안이 1차 관문인 하원을 통과하면서 이제 공은 상원으로 넘어갔다. 상원도 공화당이 53석, 민주당이 47석으로 공화당이 다수당이지만 상원 통과 역시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일부 공화당 소속 의원들이 법안에 반대하고 있어서다.
이 법안이 상원에서 최종 확정되면 미 재정적자는 더욱 악화될 전망이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으로 연방정부 재정적자가 향후 10년간 3조8000억달러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글로벌 신용평가사 무디스가 부채, 재정적자 문제로 미 국가 신용등급을 최고등급에서 한 단계 강등한 직후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대규모 감세안을 밀어붙이면서 재정 건전성에 대한 불안은 증폭되고 있다.
월가에서도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이번 감세안의 하원 본회의 상정을 앞두고 재정 악화 공포가 부각되자 전날 미 국채 금리가 치솟으며 30년물 금리는 5%, 10년물 금리는 4.5%를 넘어섰다. 부채와 재정 문제로 '철옹성' 같은 미 경제에 대한 신뢰가 흔들리면서 세계 최고 안전자산인 국채 투매 물량이 쏟아져 나온 것이다. 뉴욕증시 3대 지수는 일제히 하락했고, 달러도 내리는 등 증시·달러·국채 등 3대 자산이 '트리플 약세'를 나타냈다.
상원 표결 절차를 앞둔 이번 감세안의 향방과 관련해 당분간 미 국채 시장 추이에 전 세계의 이목이 쏠린다. 전날 미 국채값 폭락(채권 금리 급등)은 기축통화국인 미국이라도 나랏빚을 무제한 늘릴 수 없다는 시장의 경고로, 향후 재정 악화 공포가 확산되면 국채 시장이 다시 요동칠 수 있다. 일각에서는 정부·중앙은행의 재정·통화정책에 문제가 있거나 인플레이션 징후가 나타날 때 국채를 내다 팔아 징벌하는 채권 자경단이 다시 움직일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뉴욕=권해영 특파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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