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동 ‘나인원·더힐’서만 8건…최고가는 250억
압구정도 1년치 거래량 이미 돌파…재건축 기대감 ‘쑥’
부자일수록 부동산 집중…"대출 규제? 우리와 상관無"
상가침체도 초고가 수요 부추겨…"믿을 건 역시 아파트"
지난해 급증세를 보였던 10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가 올해 들어 더욱 활발해지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는 물론 탄핵과 조기대선 정국, 토지거래허가구역 번복, 경기 불안 등 각종 불확실성 속에서 "믿을 건 역시 부동산"이라는 분위기가 확산되며 초고가 시장이 갈수록 열기를 더하고 있다.
23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전날까지 10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는 총 14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기간에는 9건이 거래됐다. 지난해에 이어 초고가 아파트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해에는 23건이 거래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국내에 100억원 이상 아파트의 거래는 2021년 처음 등장했다. 그해 7건의 100억원 이상 초고가 거래가 성사됐다. 이듬해 4건으로 줄었다가 2023년 6건으로 반등한 데 이어 지난해 23건으로 급증했다.
한남 '끌고' 압구정·반포 '밀고'
단지별로 보면 용산구 한남동에서 절반 이상인 8건의 거래가 성사됐다. '고급 아파트'의 대명사인 나인원한남에서 5건, 한남더힐에서 3건이 거래됐다. 나인원한남 전용 273㎡는 지난 2월 250억원에 손바뀜되며 올해 아파트 거래 중 최고가를 기록 중이다. 한남동은 지난해에도 100억원 이상 아파트 거래 23건 중 11건이 나온 곳이다. 초고가 아파트 시장을 주도하는 대표적인 지역으로 꼽힌다.
한남동 다음으로 거래가 많았던 곳은 서초구 반포동(2건)과 강남구 압구정동(2건)이다. 두 지역은 지난해 각각 100억원 이상 거래가 2건이었다. 불과 5개월 정도 만에 1년 치 거래량을 따라잡은 것이다. 압구정동의 경우 지난달 현대7차 전용 245㎡가 130억5000만원에 거래되며 압구정 재건축 지구를 통틀어 역대 최고가를 기록,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압구정동은 다음 달 압구정2구역을 시작으로 재건축 사업이 본격화되는 등 재건축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이밖에 성동구 성수동1가의 아크로서울포레스트(전용 245㎡ 135억원), 강남구 청담동 효성빌라청담101(전용 226㎡ 113억원) 등에서 초고가 거래가 발생했다.
부자일수록 부동산 비중 높아…"초고가 수요 견고"
초고가 아파트 거래의 증가는 '슈퍼 리치'로 통하는 자산가들의 뚜렷한 부동산 선호 성향과 맞물려 있다. 지난달 NH투자증권 100세시대 연구소가 공개한 '상위 1%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상위 1% 부자의 자산 중 부동산이 79.4%의 비중을 차지했다. 전체 가구 평균(70.5%)과 비교해 9%포인트 가까이 높았다. NH투자증권은 "상위 1% 가구는 부동산 중심의 자산관리가 이루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또 거주 주택(23.7%)보다 거주 이외 부동산(55.7%) 비중이 더 높아, 전체 가구 평균(거주 42.0%, 거주 이외 28.5%)과 큰 차이를 보인다"고 분석했다.
상가·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의 침체로 인해 "믿을 건 역시 아파트"라는 인식을 부추기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서울 지역 중대형 상가 공실률은 8.93%로, 직전 분기(8.85%)보다 증가했다. 상가 점포 10곳 중 1곳 정도가 비어있다는 얘기다. 전통적인 인기 상권으로 꼽히는 강남 지역도 서울 공실률 평균을 웃도는 곳이 속출했다. 공실률 12.55%인 강남대로와 논현역(16.61%), 신사역(14.27%) 등이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자산관리컨설팅부 수석은 "초고가 아파트 시장은 사실상 사치재에 가까운 별도의 시장"이라며 "현금 부자들이 중심이 되기에 대출 규제나 금리 등 외부 변수에 영향을 받지 않고 거래가 이뤄지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이어 "초고가 아파트는 공급 자체가 제한돼 희소성이 크고, 자산 방어와 사회적 지위 상징 측면에서 수요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고 덧붙였다.
오유교 기자 5625@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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