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드릭 티에보, 베세라 드 벨퐁 셀라 마스터 인터뷰
1843년 설립된 하이엔드 샴페인 하우스
저압 버블링을 적용해 미식에 최적화
프랑스 엘리제궁 공식 샴페인
"시각적으로 더 아름답고, 미각적으로 더 부드러운 버블을 통해 감각적으로 더 큰 즐거움을 안겨줍니다."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베세라 드 벨퐁(Besserat de Bellefon)'의 셀러 마스터 세드릭 티에보(Cedric Thiebault)는 23일 아시아경제와 인터뷰에서 자사의 샴페인에 대해 이같이 소개했다. 압력을 줄여 미세하고 가벼운 거품이 어떤 음식과도 궁합이 맞는다는 이야기다.
티에보 마스터는 "언제 어디서나 어떤 음식과도 자연스럽게 어울릴 수 있도록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을 만들어내는 데 집중한다"며 "미식과 어울리는 샴페인을 찾는다면 베세라 드 벨퐁이 답이 될 수 있다"고 자신했다.
낮은 기압과 긴 숙성으로 빚어낸 부드러움…미식의 경험을 극한으로
베세라 드 벨퐁(Maison Besserat de Bellefon)은 1843년 에드몽 베세라(Edmond Besserat)가 샹파뉴 에페르네(Epernay)에 설립한 와이너리로 그랑 크뤼와 프리미에 크뤼만을 생산하는 하이엔드 샴페인 하우스다. 현재 프랑스 170곳과 해외 40곳 미슐랭 레스토랑과 파리 루브르와 오르세 미술관, 상트로페 범선 대회, 엘리제궁 공식 샴페인으로 사용되고 있다.
베세라 드 벨퐁은 특히 '가스트로노믹 샴페인(Gastronomic Champagne)', 즉 미식 샴페인으로 명성이 높다. 이는 베세라 드 벨퐁이 처음부터 음식과의 조화를 염두에 두고 탄생한 샴페인이기 때문이다. 1930년 에드몽의 손자 빅토르(Victor Besserat)는 파리의 유명 레스토랑 '라 사마리텐느 드 룩스(La Samaritaine de Luxe)'로부터 어떤 식사에도 페어링할 수 있는 샴페인을 주문받는다.
티에보 마스터는 "까다로운 주문이었지만 빅토르는 젖산 발효를 하지 않아 신선한 향기를 그대로 유지하고, 샴페인 플루트잔에 따르는 순간부터 부드럽고 미세한 거품으로 표면에 작은 거품이 떠오르는 듯 보이는 '퀴베 데 무안(Cuvee des Moines)'을 탄생시켰다"며 "이때부터 부드러운 질감의 하우스 고유의 스타일이 구축됐고, 현재까지 100년 가까이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우스의 스타일을 우아함(Elegance)과 정교함(Finesse), 신선함(Freshness) 등 세 단어로 요약했다. 이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포인트가 일반 샴페인(6기압)에 비해 30% 정도 낮은 4.5기압의 섬세한 기포다. 그는 "저압 버블링을 적용해 기포가 미세하고 조밀해 입안에서 크림 같은 질감을 주고, 가볍게 감겨 음식과의 조화를 최대치로 끌어올려 미식가들을 만족시키며 명성을 얻게 됐다"고 설명했다.
포도 자체의 신선하고 명확한 특징을 잘 표현하기 위해 젖산발효를 하지 않는다는 점도 차별점이다. 이를 통해 깨끗하고 신선한 맛과 향은 보존하고, 낮은 탄산의 산도를 보완해준다. 그는 "젖산발효를 하지 않으면 신선함을 얻을 수 있지만 제대로 관리가 되지 않으면 날카롭게 느껴질 수 있는데, 이를 보완하기 위해 장기 숙성을 진행한다"며 "일반적인 샴페인이 15개월가량 병 숙성을 진행하는 데 반해 최소 3년 이상 장기 숙성해 풍미와 질감의 균형을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하우스의 대표 제품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가량을 차지하는 '베세라 드 벨퐁 블루 브뤼(Besserat de Bellefon Bleu Brut)'다. 피노 뫼니에(Pinot Meunier) 45%, 샤도네이(Chardonnay) 30%, 피노 누아(Pinot Noir) 25%가 블렌딩된 샴페인으로 엔트리급 와인임에도 20년 이상 된 리저브 와인이 30% 이상 들어간다. 티에보 마스터는 "14개 이상의 빈티지가 블렌딩된 제품으로 입안에서 잘게 부서지는 파도를 경험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샹파뉴 토박이가 빚어낸 인간과 자연의 시너지
티에보 마스터는 샹파뉴에서 나고 자란 지역 토박이다. 샹파뉴의 코트 데 블랑(Cote des Blancs)에서 태어난 그에게 포도밭과 샴페인은 자연스럽고 당연한 것이었다. 그는 "샴페인이 워낙 흔한 환경에서 자란 탓에 어린 시절에는 대단치 않게 여겼던 게 사실이지만 커가면서 우리 지역이 특별한 와인을 만들고 있다는 걸 알게 됐고 그러한 사실에 감사함과 자부심을 갖게 됐다"고 말했다.
그가 처음부터 와인메이커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농업에 대한 호기심과 존경심, 경외심 등을 가지고 있던 차에 포도를 기르고 와인을 생산하는 일이 자연과 시너지를 만들어낼 수 있는 일이겠다는 생각에 이 길로 들어서게 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랭스(Reims)의 대학에서 양조학 공부를 마치고 1999년 처음 업계에 발을 들인 곳이 바로 베세라 드 벨퐁이다. 품질관리 담당 연구원으로 입사해 2006년 셀러 마스터에 올랐고, 지금까지 20년째 베세라 드 벨퐁의 와인 생산을 총괄하고 있다. 그는 "하우스 고유의 스타일과 특징을 유지·관리하는 게 셀라 마스터, '셰프 드 캬브(Chef de Cave)'의 역할"이라며 "품질 개선을 위한 연구를 토대로 한 양조와 블렌딩뿐 아니라 포도밭 관리까지 총괄한다"고 설명했다.
티에보 마스터는 샴페인을 '삶의 예술(L'Art de Vivre·The Art of Living)'이라고 정의했다. 프랑스인들이 삶을 대하는 태도와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이 와인 양조라는 기술을 통해 체화된 것이 샴페인이라는 설명이다.
샴페인은 가장 고된 방식으로 공을 들여 만들어지는 스파클링 와인이다. 품종별로 블렌딩의 재료가 되는 베이스 와인을 만드는 것을 시작으로, 이를 다양하게 블렌딩하는 아상블라주(Assemblage) 과정을 거친다. 블렌딩된 와인은 일일이 병에 담아 효모와 설탕의 혼합 용액을 첨가해 봉인하는 티라주(Tirage)라는 작업을 통해 2차 발효를 진행하고, 이후 르뮈아주(Remuage·침전물을 모으는 병 돌리기 작업), 데고르주망(Degorgement·침전물 제거 작업), 도사주(Dosage·보충 작업) 등의 복잡한 과정을 통해 완성된다.
전 세계에서 스파클링 와인을 생산하지만, 프랑스 샹파뉴 지역에서 '메쏘드 샹프누아즈(Methode Champenoise) 방식으로 만들어진 와인에만 샴페인이라는 이름이 붙을 수 있는 배경이다. 그는 "삶의 예술이라는 모토는 '메쏘드 샹프누아즈라는 고유한 생산 과정에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구은모 기자 gooeunm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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